인수전과 노조문제 해결을 위한 박삼구 회장의 묘수는?

지난해 말 기업 워크아웃과 채권단 자율협약을 마치고 재도약에 나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연초부터 잇따른 시련에 부딪히고 있다. 주요 계열사를 되찾는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마련에 힘써야 하는 것뿐 아니라 최근 금호타이어 노조 대의원이 도급화 강행을 반대하며 분신·사망한 것 또한 크게 작용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작년 9월30일 전자공시 기준으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3개 상장사와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에어부산 등 14개 비상장사까지?총 1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09년 말 ‘형제의 난’ 발생 전에는 현재 박찬구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그룹과 하나였으나 경영권 다툼 이후 사실상 절연한 상태다.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공중분해 됐던 그룹의 재건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건은 바로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의 인수, 뿐만 아니라 금호고속도 되찾아야 한다. 2009년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불가피하게 팔았지만 반드시 재인수해야 하는 기업이 금호고속이다.
지난 1월 말 KDB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등 금호삼업 매각주관사는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 전량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고했고, 2월25일 금호산업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보유 중인 ‘50%+1주의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금호산업을 인수한다는 복안이다. 금호산업은 채권단이 57.6%의 지분을 가진데 반해 박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월16일 기준 10.10%에 불과하다.
금호산업은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권의 건설사다. 2010년 초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돌입해 약 5년간 재무구조 개선 과정을 견뎠고, 작년 11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 조건부 졸업 통보를 받았다.
무엇보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 연결고리의 최상단에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을 인수해야만 과거 워크아웃으로 흩어졌던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분구조표를 살피면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 100.0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 외에도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46.00%),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아이디티(100%), 아시아나에어포트(100%), 금호사옥(79.90%) 등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각종 항공 관련 산업을 수직계열화한 상태다.
이런 까닭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닌 다른 기업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산업은 건설업이 주력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여러 자회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단연 자본력이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졌지만 본입찰이 끝나고 가격이 결정된 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입찰 과정에서 박 회장의 자본력을 뛰어넘는 가격이 나오면 우선매수청구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월22일 종가 기준 금호산업의 주가는 2만 8,900원. 1월30일 3만 1,150원까지 올랐다가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2만 원대 후반을 지키고 있다.
금호산업의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박 회장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외부 관심이 높아질수록 인수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주가 역시 인수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박 회장 입장에서는 금호산업 주가가 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 공교롭게도 금호아시아나 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 등 임원 13명과 계열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작년 11월부터 소유하던 금호산업 주식 6만 1,093주를 10여 차례에 걸쳐 매도했고, 지난 2월에도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 등 4명은 1만 8,131주를 팔았다.
가장 최근인 2월10일 황선복 아시아IDT 사장마저 보유 주식 3,000주를 모두 팔아 현재 박삼구 회장 일가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외에 금호산업 주식을 가진 임원은 원일우 금호산업 사장이 유일하다.
사실 그룹 임원이나 계열사와 같은 특수관계인의 주식매도는 시장에서 부정적 신호로 인식돼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이를 두고 시장은 계열사 임원들의 주식 매각을 주가를 낮춰 박 회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그럼에도 금호산업의 주가 오름세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전문가들은?이미 흐름을 탄 주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있다. 박 회장이 대기업이나 재무적투자자 또는 전략적투자자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호산업 인수만으로도 버거운데 다른 계열사의 크고 작은 사건도 박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금호산업과 함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금호고속의 인수도 그렇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2년 8월 대우건설 주식 일부와 서울고속터미널, 금호고속 등을 한데 묶어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사모펀드’에 100% 매각했다. 매각대금 중 1,500억 원을 다시 사모펀드에 투자해 향후 금호고속에 대한 경영권과 매각 시 우선매수 청구권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금호고속 최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사모펀드’는 2월23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최종매각제안을 할 예정이다.
사실상 절연한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도 복병이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가진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 불참의사를 밝혔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원하는 금호산업 인수 기업에게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넘기고,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해 금호산업 인수전을 지원할 수도 있다.
마지막 악재는 설 연휴 전 발생한 금호타이어 근로자 분신·사망 사건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그룹 재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서 뜻하기 않게 돌발변수가 발생한 것.
지난 2월16일 밤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노조 대의원인 김 모 씨가 분신·사망했다. 노조는 사측이 김 씨와 동료들 업무의 도급화를 강행해 이에 반대하다 분신한 것으로?보고 있다. 워크아웃으로?2010년 노사가 합의한 도급화는 지난해 말까지로 예정됐었지만?회사가 올해도 도급화를 추진했고 김 씨의 업무가 도급화 대상이었다는 설명이다.
워크아웃 종료 이후 그룹 재건에 총력을 기울이던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새로운 숙제가 쥐어진 셈이다. 인수전과 노조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박삼구 회장이 과연 어떤 묘수를 던질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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