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공유하는 가장 한국적 테마 ‘한글’

현대미술은 ‘상식의 파괴’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구현되는 재해석의 창작 행위다. 3차원적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어떻게 재해석하는가에 따라 예술의 지평이 달라진다. 현재 1차원적 평면 문자의 영역을 확장해 3차원적 공간 예술로 재탄생시킨 금보성(50) 작가가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는 한국 고유의 언어인 ‘한글’을 초현실적인 회화로 구현함은 물론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조각 작품으로 승화시켜 다른 작가와 차별화된 독자적 경지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MBC TV <압구정 백야>와 <전설의 마녀>는 물론 CF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는 금보성아트센터는 ‘한글’을 매개로 현대미술 작품을 창작하는 금보성 작가가 관장이다. 그는 신학을 전공한 이력과 더불어 이미 20세 때부터 현재까지 7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한글에 색깔을 입혀 또 다른 상상력을 부여하는 금 작가는 ‘한글’에 대한 해석과 견해가 남다르다. 30년간 ‘한글’에 천착하여 단순히 그리는 차원의 평면회화를 넘어서 다양한 재료로 입체화 하는 조각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특히 한글을 소재로 44번에 이르는 회화·조각 개인전을 치렀고, 100여 회가 넘는 아트페어와 그룹전을 통해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인기 작가로 등극했다. 국내에서 올해의 작가와 올해의 인물대상을 수상했고, 해외에서 독일 평론가 금상과 프랑스 작가상 그리고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상 및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38년 역사를 가진 평창동 ‘그로리치 화랑’을 인수해 국내 작가들에게 다양하고 참신한 예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창동 소재의 ‘김흥수 화백의 미술관’을 쇄신해 ‘금보성아트센터’로 개관하고 지방과 해외를 오가며 초대작가전을 유치하고 있다. 해마다 30여 회가 넘는 전시회를 통해 작가와 대중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창작의 수고로운 짐을 진 자유로운 영혼의 쉼터’로 부각되고 있는 금보성아트센터는, 국내 지자체 전시기획과 국내 아트로드 등 새로운 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부대 기업과 특수한 직업을 가진 작가들에게도 작품을 상설 설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소도시의 갤러리나 미술관과도 전시협약을 맺어 지역 예술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한글작가 금보성’의 ‘한글이름 명화’ 
이러한 금보성 작가의 여러 가지 작품 중 현재 가장 주목해 볼 만한 작품은, 동양철학의 음양오행에 따른 ‘성명학’ 회화다. 문자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사소통 기능과 더불어 ‘이름’이 가지고 있는 최종 바람의 목표를 결합해 예술로 조형화하고 있다. 이름이 지닌 내적 에너지를 한국 고유의 오방색을 입혀 우주만물의 생멸원리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제 작품으로는 조순, 이낙연, 원희룡 의원 등의 한글이름을 평면회화로 옮긴 작품들이 널리 알려져 있다.


더욱 올해 들어 금보성 작가는 한글 이름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천착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그를 아끼는 많은 지인들이 팬클럽을 조성하고 ‘한글 이름과 한글 사랑’에 대한 의지를 격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과 가족 혹은 지인의 이름까지 ‘한글화가의 특별한 기운’을 받아 작품으로 형상화하려는 대중의 요구가 높아가고 있다. 이름 외에도 평소 좋아하는 단어나 사물의 이름까지 작품으로 주문제작 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름(名)’에 담긴, 밝은 기운(明)을 모아 독창적인 명화(名畵)를 간직하려는 대중의 의지에서다.


   
 
이에 대해 금 작가는 “앞으로 세계화 바람이 거세질수록 소수 민족의 언어는 쉽게 사장될 수 있다. 그런 우려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민족의 긍지를 되살리고, 과학적 창제에 의한 한글 문자를 지키기 위해 영구불변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을 회화적, 조형적 작업으로 옮겨 고유의 창조성 높은 예술미를 세계에 각인시키고 싶다”고 의지를 밝힌다.


이어 그는 “더불어 한글회화는 눈으로 읽고, 귀로 들음으로 인해 소리글자 특유의 또 다른 감성 언어로 인지되길 희망한다. 일부에서는 ‘각’이 선 까닭에 다양한 조형작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을 깨고 독일의 해체시나 미국의 팝아트처럼 ‘기호화의 예술’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고 싶다”고 의지를 덧붙인다.

한글 매개로 문화가 문화를 낳는 선순환
현재 금보성 작가는 ‘한글 이름’을 소재로 다양한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그중 스티로폼을 사용해 적당한 크기로 절단한 후 한글 이름을 스케치하고 컷팅해서 직접 열선절단기로 기하학적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젯소 2, 3겹을 전체적으로 칠한 후 다시 황토나 돌가루로 초벌해서 말린다. 이후 유화물감을 칠해 마무리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특히 이러한 작업 속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그는 특별히 ‘요리한다’고 표현한다. “근래 시도하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갖춰진 형태에 색을 입히는 과정이다. 아무래도 튜브에서 바로 짜낸 물감이 아니라 나름대로 고유한 색감을 얻기 위해 고심하며 ‘배합한 물감’을 사용하기 때문에 ‘반죽’이 아니라 ‘요리’라는 부른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에 대해서도 ‘식구(食口)’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자신이 ‘요리’한 색깔을 입힌 작품을 함께 향유하며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를 통해 작가와 대중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한글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 이는 단순히 미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치와 글쓰기 그리고 문학적 창작이 미술과 결합된 종합적 예술의 지향이다. 
 

이를 두고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한글을 매개로 하는 최근의 입체적인 작업은 수십 년을 한결같이 한글만으로 작업해온 금보성 작가에게 주어진 자연스러운 선물이다. 오로지 문자로만 인식해온 한글을 회화적으로, 그리고 조각적으로 해석하여 예술적인 공간으로 편입 확장시킨 공적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한글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효용성을 조형세계, 즉 창의적인 미술로 바꾸어내는 그의 노력과 열정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한다.


이어 “그는 예술가로서의 명민한 예술적인 감각이야말로 세상을 미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자 도구임을 실감케 한다. 한글의 조형적인 가능성을 부단히 탐구함으로써 문학뿐만 아니라 시각예술에도 훌륭히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이는 누구와 비견되지 않는 오로지 그만의 독창적인 조형공간이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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