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시장 선점하려면 ‘무슬림 프렌들리’ 선행돼야

최근 IS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테러 사건으로 인해 무슬림 사회에 대한 비난 여론과 불필요한 공포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극소수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것일 뿐 절대 다수의 무슬림이 평화를 소중히 여긴다. 더욱이 무슬림은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중국 못지않게 인구가 많고 풍부한 자본까지 보유한 이웃이자,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잠재력이 큰 새로운 시장이다.

 
흔히 무슬림하면 중동을 떠올리는 것과 달리 무슬림은 북아프리카, 중동,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지에 퍼져 있으며 세계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16억 명에 달한다. 무슬림은 국적도, 민족도 다르지만 ‘종교’를 통해 하나 된 결속력을 자랑하며 경전 ‘코란’과 율법 ‘시리아’에 따라 모든 행동을 행한다. 무슬림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아닌 종교에 기반 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세계 원유 매장량의 61.5%, 천연가스 매장량의 40%를 보유한 중동지역을 필두로 한 무슬림들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에 기반해 ‘이슬람 신(新)경제권’을 만들어가고 있을 정도다.
이에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세계 관광업계는 무슬림을 주목하고 있다. 요우커에 이어 ‘포스트 요우커’라 불리는 ‘무슬림 큰 손’들을 모시기 위해 세계 각국이 나서고 있다. 일본, 타이완, 홍콩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종교 갈등, 십자군 원정, 제국주의 식민지배, 이라크전과 최근 IS 문제 등으로 인해 무슬림과 역사,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까지 무슬림의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국가 출신 관광객은 49만 9,608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출신이었으며 터키나 중동(아랍에미리트연합,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 이란) 및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8만여 명에 그쳤다. 전체 관광객 중 무슬림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5% 밖에 되지 않지만 이 시장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의 ‘큰 씀씀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방한 관광객 1인당 지출액 순위에서 중동은 약 1,840달러로 1위인 중국 (2,524달러)과 2위 러시아(2,155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또한 무슬림 인구가 16억 명에 달할 정도로 잠재 관광객을 많이 보유한 시장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타이완, 홍콩 등 무슬림과 인연이 없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반가운 소식은 K팝, K드라마 등의 인기가 동남아시아 무슬림 국가를 넘어 중동 국가로 이어지고 있어 매년 방한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관광공사는 올해 무슬림 관광객 규모를 전년 보다 약 11% 늘어난 55만 9,900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한류 영향으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좋아진 무슬림 관광객 유치가 유리해진 점을 활용해 한국과 무슬림의 벽을 허무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무슬림의 문화적, 종교적 특성에 관해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경쟁국들에 비해 갖게 된 이점과 경쟁력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무슬림 국가의 특성상 VIP(왕실, 고소득층), 의료관광, 인센티브 등 특화된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고 판단, 현지에서 이와 관련한 직간접적인 관광객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외화벌이 수단으로 떠오른 의료관광이 해외 환자 1,000만 시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1,000만 원 이상 고액 진료비를 부담한 환자 중 무슬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중동지역 보건당국과 보건의료협력을 강화하고 환자 송출, 의료인 교류 등에 대한 MOU를 체결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1억 원 이상의 고액 진료비 환자 117명 중 절반가량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환자가 차지했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무슬림들은 이미 오랫동안 유럽, 북미 등지에서 의료관광을 향유해 왔다.
이들이 한국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최근 쌓기 시작한 부를 바탕으로 의료관광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동남아 국가의 무슬림들이 인접한 ‘의료관광 선진국’인 싱가포르나 태국 대신 한국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관광 및 의료업계는 K드라마, K팝 등 한류 열풍으로 무슬림의 마음 속 빗장을 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우수한 양방 의료기술과 한방 의료기술을 통해 무슬림 고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관광공사는 지난해 8월8~10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국 관광문화 축제인 ‘K-페스티벌 인 말레이시아 2014’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 현지인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K뷰티’ 상품이었다. K뷰티는 한류열풍을 통해 한국 연예인들의 뛰어난 미모를 접한 현지인들이 ‘미(美)’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무슬림의 특성상 성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겨냥한 ‘한방 의료’다.


의료관광 불모지였던 말레이시아에서 “한방 의료를 통해 수술 없이 아름다움을 가꿀 수 있다”고 적극 홍보한 결과 지난 연말 한방의료관광패키지 단체 관광객 200여 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를 계기로 관광공사는 국내 한의원과 MOU를 체결해 한방상담센터를 설치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의료관광 경험이 많은 중동 무슬림들에게는 양·한방 협진 의료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월28~2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립전시장에서 ‘UAE 의료관광대전’을 개최했다. 중동지역의 연평균 의료 관광객 증가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그중 UAE의 경우 1인당 평균 진료비가 1,700만 원에 달한다. 전체 평균 진료비 186만 원의 9배가 넘는 고부가가치 시장이지만 그간 한국 의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10여 개 병원이 참여하는 국내 양·한방 의료관광 상품을 홍보하고 무료 진료 상담 등을 진행했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사증후군, 암 등의 질환을 중심으로 국내 굴지의 병원 의료진이 직접 참여해 한국 의료 기술의 우수성과 치료 사례를 소개했다.
무슬림 환자를 국내 의료관광으로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만족시켜 현지에 K의료 열풍을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의료적 성과는 의료계의 몫이지만 이들이 국내에서 지내는 동안 편안하게 지내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것은 관광업계와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할랄 푸드, 기도시간, 라마단 기간 등 무슬림 문화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무슬림이 요우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 무슬림은 이슬람교만큼 낯설다. 이로 인해 한국을 찾는 무슬림이 겪는 불편도 적지 않다.
관광지에서 느낀 실망감이 그 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으로 오래 남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무슬림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고 해도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것이 국내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속내다.


무슬림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전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불결한 동물’로 인식된 돼지를 먹지 않는 것인데, 이처럼 이슬람 율법 하에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할랄’이라 부른다.
할랄 제품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할랄 푸드에는 과일류, 야채류, 곡류, 어패류, 어류 등이 포함된다. 다만 육류는 반드시 이슬람식 도축법인 ‘자비하(Zabihah)’에 의해 도축된 것이어야 한다. 자비하는 도축할 동물의 머리를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카바 신전을 향해 눕힌 뒤, 기도문을 외우고 “비스말라(신의 이름으로)”를 외치면서 동물이 고통 받지 않도록 단칼에 목을 잘라 몸속의 피를 전부 빼내는 도축법이다.


도축 대상도 양, 염소, 닭, 오리, 소, 낙타, 사슴 등으로 제한된다. 도축 전 자연사했거나 다친 동물, 잔인하게 도살된 동물도 먹지 않는다. 무슬림은 돼지, 개, 고양이, 민물고기, 파충류, 곤충류, 피가 섞인 음식, 술 등 알콜성 음료를 먹지 않는다. 이처럼 금지된 식재료는 ‘하람(Haram)푸드’로 일컬어진다. 하람 푸드는 조미료의 일부로도 사용될 수 없다.
재료뿐 아니라 도마, 그릇 등도 철저히 할랄 푸드용을 써야 한다. 할랄 푸드는 세계 인구의 1/4이 먹는 만큼 세계 식품 시장의 1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거대 시장을 노리고 네슬레, 맥도날드 등 다국적 식품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할랄 푸드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할랄’이라는 규범을 엄격히 따르는 무슬림이 여행지를 선정함에 있어서 음식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로 2012년 글로벌 무슬림 라이프 스타일 마켓 스터디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은 여행 목적지 선정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할랄 푸드(67%)를 꼽았다. 또 지난해 12월 한국관광공사가 동남아 무슬림 관광시장 마케팅 조사에서 무슬림 관광객은 ‘한국 여행 중 가장 우려하는 요소’로 ‘음식’을 꼽았다. 응답자의 50.6%가 한국 여행에서 음식에 대한 불편함을 느꼈고 35.7%가 음식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방한 무슬림 관광객 수가 적다보니 아직까지 국내 특급호텔 조차 할랄 푸드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루 5회씩 메카의 카바신전을 향해 참배하는 무슬림들을 위한 기도실, 세족실 등 종교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은 거의 없다. 다만 무슬림 고객이 원할 경우 기도를 할 수 있도록 기도용 매트, 메카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나침반을 제공해 주는 정도다. 관광공사는 ‘무슬림 프렌들리’가 선행돼야 무슬림 관광객 유치가 비로소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수용태세 개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관광 가이드북’과 ‘식당 가이드북’을 영어와 인도네시아어, 터키어 등으로 발간하고 할랄 식당, 성원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할랄 식당의 경우 무슬림 프렌들리 등급별 소개, 한식 메뉴에 관한 무슬림 프렌들리 정보도 제공한다. 또 관광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고객 유치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이슬람교 및 할랄 푸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종교적,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