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 여류시인 문정희 석좌교수의 ‘인문학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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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 여류시인 문정희 석좌교수의 ‘인문학 수용’
  • 안수지 기자
  • 승인 2015.02.23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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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정공법, ‘문학을 통해 삶을 깨우라’

지난 2015년 1월14일 서울시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신라호텔에서 (사)수요포럼인문의숲(대표 배양숙)과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가 공동 주최하는 <인문학포럼>이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다이너스티홀의 ‘함께 이롭게’와 더불어 영빈관 루비홀의 ‘더불어 행복하게’가 강연과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인문학을 대표하는 문학, 사학, 철학 분야의 국내외 거장 지식인들과 인문학 너머 또 다른 분야의 대표 지식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과거를 알고 현재를 보며 미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비영리 국제 포럼이었다.

 
해로 문학인생 45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의 최고 여류시인 문정희(68) 동국대 석좌교수는 “문학은 인간의 생명을 주제로 삼는다. 그리고 언어로 인간의 결핍과 상처의 산물을 치유한다. 근래 세계화, 정보화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과 황량함 속에 인간 자신의 존재를 깨우기 위해 사유의 언어와 더불어 문학의 깊이를 내포한 성찰의 언어가 필요하다. 상투어와 일상어에 매몰되고, 속도와 경쟁에 쫓기는 지친 노동자의 삶을 일깨우기 위해 상상력과 창의적인 언어를 통해 진정성을 얻도록 전달하고 싶다”고 포문을 연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 진명여고 재학시절에 교내 백일장을 석권하며 주목을 받았던 문 시인은 여고생 첫 시집인 <꽃숨>을 발간한 후 미당 서정주 선생의 문하에서 시 수업을 받게 된다. 이후 동국대 국문과 재학 중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하고, 열정적인 시작 활동을 통해 현대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마케도니아 테토보 세계문학포럼에서 작품 ‘분수’로 ‘올해의 시인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2010년 스웨덴의 노벨문학상 수상시인 헨리 마르틴손 재단이 수여하는 ‘시카다상’을 수상하며 한국 현대시의 위상을 국내외로 알리게 된다. 현재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동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가 문단활동 14년 만에 펴낸 산문집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를 통해 현대인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러 나섰다.

“40대 말부터 지금까지 산문집 내는 걸 자제했다. 어린 시절에는 소설을 썼고 산문도 좋아했다. 하지만 솔직히 자신의 이름을 달고 제목을 붙여서 산문집을 내는 것이 왠지 면구스럽게 느껴졌다. 시에 대한 본령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 우선은 시작활동에 진정성을 추구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심경을 밝히며 “이번 산문집에 실린 글들은 그동안 살아오며 시류에 대한 관심을 담았다”고 소개한다. “가벼운 위로는 넘쳐나지만 이 시대 가장 부족한 것이 진정성이라서 그것을 삶에 담으려 고민했다”고 들려준다.

문정희 시인은 이번 <인문학포럼>에서 “올 2015년은 한국 현대시가 태동한 지 107주년이 되는 해다. 1908년에 청년 최남선 시인이 잡지 <소년>에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하며 조선시대 가사문학과 시조를 탈피한 현대시의 신호탄을 올렸다”고 들려준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 6·25전쟁과 남북분단, 산업화사회와 민주화 물결을 체험하며 시인으로서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문학적 풍토의 풍요로움을 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었다. 이제 또 다시 IT산업의 첨단화가 일궈 놓은 물질만능과 황금만능 시대를 체험하며 인간성 상실과 진정성 부재에 대해 괴로워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현역인 대학 강단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현대시의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는 문정희 시인은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일 때 태어나 지금은 2013년을 기준으로 2만 6,205달러에 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제시하며 390배가 넘는 수치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인류는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아직껏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한국의 경우 문맹률이 세계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어 그는 “우리는 얼마나 좋은 문학적 토대 위에 살고 있는가. 그러나 현재는 온 나라가 가라앉는 배 위에 앉아서 죽음을 자괴하고 있다. 이런 시대의 우리는 극도로 타락한 언어, 극도로 날카로운 언어, 천박하게 남을 헐뜯고, 자신의 상처를 후벼 파는 언어 속에 매몰되어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문화를 향유하기가 어렵다. 자괴감이 지배하는 정신상태가 사람들을 경쟁의식과 탐욕 속에 몰아넣는다. 따라서 정신의 유지, 가치의 유지를 진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언어 사용을 통해 인간 삶의 정의와 생명의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 삶의 기쁨을 찾아 문학의 도끼로 일깨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일갈한다.

최근에 와서 그녀가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너무나 속도가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시와 문학 역시 물량이 넘치고 범람하는 데 이르고 있다. 그것이 고통스럽다고 토로한다. 모든 이들이 손에 잡히는 물량의 가치, 재화의 가치를 따라 갈 때에 인간 삶의 진정한 가치를 위해 다시 한 번 뒤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세련되고, 정확하고, 다양한 언어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의식을 밝히고 행복의 진정성을 깨우치며 극단으로 치달아가는 시대를 개신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려준다. 시는 혁명이다. 그리고 그 혁명적 언어를 사용하는 거장의 시인들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의 언어를 통해 현대인의 삶의 기쁨을 일깨우자고 권한다.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생애를 통하여 오늘보다 더 젊은 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슬퍼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아니라 바로 나이의 수치만큼 정신이 함께 성숙하지 못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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