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전된 블록체인은 빙산의 일각
블록체인 우리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

(시사매거진248호=김현지 기자)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가상화폐를 실현하는 기술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몇 없을 것이다. 그만큼 블록체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여러 산업에서 적용되고 있고, 몇몇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발전된 블록체인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실제로 스타트업들은 기존에 적용 시도가 활발했던 공공·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부동산 거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명품 감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블록체인 플랫폼을 도입해 여러 가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개발 중에 있어 인터넷, 스마트폰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복잡하고, 어려웠던 업무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관리하기 힘든 금융도 이제는 블록체인으로

사람들은 흔히 금융기관이라고 하면 은행을 떠올린다. 은행에서도 블록체인의 힘을 빌려 나이가 많거나 인터넷, 스마트폰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복잡하고, 어려웠던 업무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자산 중 대부분은 이전이나 세분화가 어렵다. 자산을 거래할 때 매도인과 매수인은 그 내용이 적힌 종이를 교환하게 된다. 이 과정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며, 추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자산을 토큰화하거나, 디지털화하는 것인데, 블록체인의 특징을 이용하게 되면 그 동안에는 투자방법이 까다로워 일반인들은 쉽사리 투자할 수 없었던 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시장의 유동성을 상승시키게 될 것이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accenture)의 예측에 따르면, 주요 투자 은행 중 일부에서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게 되더라도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 2330억 원) 상당의 효율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호주 증권 거래소는 고객의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등록, 결제 및 청산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하고 있으며, 골드만 삭스와 JP 모건을 포함한 투자 은행들은 2조 8,000억 달러(한화 약 3,146조 3,600억 원) 상당의 주식 스왑 시장에서 이미 블록체인에 대한 시험을 끝냈으며, 그 시험들은 100%의 성공률을 자랑했다고 한다.

로이터(reuters) 통신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의 고객 신원확인 절차(KYC: Know Your Customer)는 아직도 까다로운 절차이며, 그런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만 하더라도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블록체인을 이용한다면, 금융기관이 공인기관(공인인증서)에 접속해 고객의 신원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중복되는 과정은 없어지고, 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블록체인 플랫폼을 도입해 여러 가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개발 중에 있으며, 몇몇 은행들은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에 가입해 보안성과 관리비 절감 등 장점을 갖춘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련 기술특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을 접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분야들.(사진출처_뉴시스)

의료사고 없는 안전한 서비스, 블록체인으로 실현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의료산업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의료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사는 최선을 다했으나 환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지만,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전산상 잘못된 정보 기재 등)로 인해 의료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발생한다. 또한, 환자의 정보가 유출되면서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의료기관들의 대부분은 전산상 연결되어 있지 않다. 계속해서 같은 병원을 방문할 때는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을 옮기게 될 때, 환자가 이때까지 받아온 검사결과, 이력 등은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기록을 받아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새로운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해야만 한다. 블록체인은 이를 연결해 의사가 자연스럽게 환자의 과거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과거 어떤 병원을 이용했는지는 상관없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약품 구매 이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가 필요하다면 블록체인을 통해 조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이름 아래 의료기록이 하나로 통일되어 기재되기 때문에 어떤 의료기관에서 조회하더라도 항상 최신의 상태로 갱신된 하나의 기록을 접할 수 있게 된다. 보험 적용도 마찬가지이다.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는 방식이 아닌, 접수만 하면 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보험사에서도 직접 의료기록을 열람한 후, 보험료가 지급될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의료기관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누가 열람했는지, 수정했는지 모두 전산에 기록으로 남으며, 환자 본인의 허락 없이는 기록을 조회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보들을 공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 사기, 눈뜨고 코베이기

부동산은 개인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서류 위조로 인한 부동산 사기가 늘어가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부동산 사기 건수는 10년 만에 14배가 증가했다고 하는데, 지난 2004년 229건에서 2013년 4,243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서류가 많고, 그 절차가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며, 법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서류를 위조하여 일어나는 사기행각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등기에 관련된 사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 등기방법은 종이로 되어 있어 위조하기 쉬우며 등기악용사례가 많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는 은행도 속아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종이서류를 이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사례1) 갑작스럽게 지방으로 발령을 받은 A씨는 전세 대출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 은행에 제출하려고 반차를 사용했다. A씨는 제출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 등기소 등을 방문 후에 은행으로 출발했다. 도착한 은행에서는 관련 서류의 확인절차 때문에 반나절이 지나간 채로 회사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결국 A씨는 하루 연차를 쓰게 되었다. 맞벌이 부부라서 연차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례2) **은행에서 대출을 담당하던 B씨는 종이로 된 토지대장 등본의 면적 100m2를 확인하고 대출을 승인해주었다. 하지만, 대출 당시 토지분할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을 확인하지 못해 과대하게 담보대출을 승인해주었다. 실시간 부동산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은행의 몫으로 돌아갔다.

(사례3) **금고에서 대출을 담당하던 C씨는 종이로 된 토지대장 등본의 소유자와 등기사항증명서의 소유자 정보를 확인하고 1억 원의 대출을 승인해주었다. 이후 관련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발견되면서 그 손해는 고스란히 은행에서 떠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은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시범사업을 위한 절차를 올해 12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 앞으로는 등기위조 등의 사기를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블록체인 도입을 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기존의 부동산 거래는 시군구청, 법원,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발급한 후, 중개업소에 모여 신분증 확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관련된 모든 서류를 은행에 대출 심사를 위해 제출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등기소에 등기이전을 신청한다. 블록체인을 부동산 거래에 도입할 경우 계약 체결에서 등기이전까지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며, 서류 발급 및 제출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된다. 법원, 법무사협회, 공인중개사협회가 연계된 거래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만 해도 약 190만 건의 부동산 증명서가 발급·열람 됐으며, 그 가격만 1,292억 원의 규모로 산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종이로 된 증명서는 위조·변조에 쉽게 노출되어 각종 부동산 사기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과기부 김정원 정책관은 “이런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는 불필요한 절차로 인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좋은 사례”라며, “종이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로 국민들이 편리한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손우준 정책관은 “오는 12월까지 시범서비스를 완료하여 블록체인 가능성을 검증하고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부동산서비스 분야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적극 노력해, 내년에는 보다 더 많은 스마트거래 플랫폼 구축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데이터 형식의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은 종이로 된 증명서가 아닌 데이터 형식의 부동산정보를 관련 기관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실시간 부동산정보 공유 시스템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블록체인 시범서비스는 오는 2019년 1월부터 제주도 11개 금융기관에서 실제로 적용되며, 법원, 공인중개사협회 등 관련 기관과의 참여를 협의해 대출뿐만 아니라 계약부터 등기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부동산 통합 거래서비스로 확대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는 정확한 개발 플랫폼이나 진전 없는 대략적인 내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정확한 로드맵과, 플랫폼으로 블록체인이 우리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앞서 소개한 블록체인이 적용되어 변화를 일으키려면 많은 시간과 여러 기관의 협조가 있어야 하겠지만, 국가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있어서 인력양성 등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해당 분야를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먼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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