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를 시작으로 휴대용 젖병 보온기 개발까지
행복한 디지털 공방 펠리스랩

(시사매거진248호=신혜영 기자) 이제는 3D프린터를 못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여러 산업에서 쓰여 지고 또 불려지고 있다. PR(Rapid Prototype)이라고 불리던 고가의 3차원 적층 제조기가 이제는 3D프린터라는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 친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3D프린터는 아직 가깝고도 먼 얘기일 수 있다. 이런 3D프린터가 인연이 되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와 정부지원으로 휴대용 젖병 보온기까지 개발해 창업에 성공한 펠리스랩 임찬빈 대표를 만나보았다.

“3D프린터뿐만 아니라 레이져 컷팅기, UV프린터 등 다양한 장비를 ‘평범한 나도 사용 할 수 있구나’라고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펠리스랩을 통해 앞으로 이루고 싶은 임찬빈 대표의 꿈이다.

먼저 펠리스랩. 뜻이 궁금하다. 뭔가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생소한데 무슨 의미인가

펠리스(Feliz)는 스페인어로 ‘행복한, 즐거운’이란 뜻이고, 랩은 Laboratory의 앞글자. ‘펠리스나비다’라는 캐롤이 있는데, ‘즐거운 성탄’이라는 뜻이다. 기획, 설계, 제작, 교육 등을 하며 이 공간에 있는 시간만큼은 행복을 느끼고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짓게 되었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창작의 고통을 느끼기 보다는 창작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다.
 

디지털 공방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일반적으로 공방이라고 하면 목공방이나 가죽공방에서는 공구를 사용해서 손으로 소재를 가공하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디지털 공방은 2D, 3D 등 대부분의 작업을 컴퓨터로 하고 가공은 장비를 이용해서 한다. 따라서 프로그램만 다룰 줄 안다면 초등학생부터 노인분들까지 누구라도 작업이 가능한 공방이다. 결과물은 시제품부터 준 양산까지 가능해서 취미부터 창업까지 필요에 따라 빠르고 저렴하게 작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요즘에는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은 시간이 제약되어 있는 곳이 많고 장비 전문가가 부재인 경우가 있다. 심지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조차도 장비를 써보지 않은 단순 전공자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저는 장비를 이용해 시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그 노하우를 고스란히 펠리스랩에 방문하는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있다. 지금은 공유경제의 시대이기 때문에 아이디어와 노하우, 장비 등을 공유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어 공방을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저는 어릴 때부터 평범했는데 딱 한 가지 좋아했던 것이 있다면 특정 부품이나 물건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물고기를 키우면서 수위에 따른 자동급수 시스템을 만든다고 아크릴과 큰 김치통을 자르고 휘고 붙여서 만들기도 했다. 10년 전쯤에는 스노우보드 영상을 찍기 위해 등산스틱에 차량용 휴대폰 거치대를 연결해서 셀카봉을 제작하기도 했었는데 몇 년이 지나니 셀카봉이 판매됐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3D프린터를 알게 되었는데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던 것들을 개인이 정확한 치수로 기계를 이용해 제조가 가능하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부품을 주문하여 조립하게 되었다. 그때는 잠자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3D프린터에 푹 빠져서 주변 친구들의 졸업 작품도 제작해주곤 했는데, 그 계기가 모델링, 기계구조, 펌웨어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기술을 습득하게 되었다. 또 3D프린터 교육이 있는 곳마다 찾아다니다가 3D프린팅 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창업을 결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은 처음부터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하고 싶었는데, 경험도 인맥도 돈도 없어서 창업 대신에 취업을 했었다. 7년 정도 겪은 여러 경험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시제품 제작을 위한 기획, 설계, 제작, 후가공, 교육 등 모든 업무에 관여를 하고 부족하게나마 시장을 분석하고 사업계획서를 쓰는 방법도 어깨너머로 익혔다. 또 많은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부에서 실무만 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더 재미있는 것들을 하기 위해 독립을 결심하게 되어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창업을 준비하면서 갤팩을 이용한 ’휴대용 젖병 보온기’라는 아이템으로 2018년 청년창업사관학교(광주, 이하 청창사) 8기에 합격, 사업화 자금 및 교육과 그 외 시제품 개발 지원을 받으며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추진하는 창업프로그램. 우수한 창업 아이템과 고급기술을 보유한 만 39세 이하, 창업 3년 이하 창업 초기 기업 대표자를 선발해 최대 1억의 사업자금과 창업 교육 등 창업 성장 단계를 지원하는 창업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이다.

펠리스랩은 3D프린팅으로 제작한 몰드를 이용한 석고 조명과 사진을 드로잉해서 제작하는 아크릴 조명 등 갖가지 장비를 이용하여 제작하는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 제작하고 있다.

창업을 처음 해보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현재는 팀원이나 직원이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비전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저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딱 맞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단순히 일만 하는 아르바이트나 직원을 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보면서 계속 충원을 하고 있는데, 힘들게 구하는 만큼 애착이 많이 가는 것 같다.
 

펠리스랩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청창사에서는 ‘갤팩을 이용한 휴대용 젖병 보온기’라는 사업화 아이템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아기 부모님들이 야외에 나갈 때마다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무겁기도 하고 물을 가지고 나오지 못했을 경우에는 여기 저기 다니면서 뜨거운 물을 구하러 다니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보조배터리를 이용해 젖병을 보온해서 아기에게 따뜻한 우유를 먹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결혼은 아직 하지 않아서 아이를 키워보진 못했지만 3D프린터의 온도 제어, 유지 기술의 적용점과 주변 아기 부모님들의 불편함이 연관 지어져서 아이디어를 제시 했을 때 좋은 반응이 있어서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다. 출생아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한 아이를 위해 8명이 지갑을 연다는 에잇포켓(Eight Pocket)현상 때문에 국내외 유아용품 시장규모가 매년 상승세에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그 외에 3D프린팅으로 제작한 몰드를 이용한 석고 조명과 사진을 드로잉해서 제작하는 아크릴 조명 등 갖가지 장비를 이용하여 제작하는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 제작하고 있다. 또한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주관하는 창작랩의 창작자로도 활동하면서 또 하나의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D프린팅의 매력은 무엇인가

요즘에는 대부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파일로 사진을 소장하게 된다. 그래서 인화해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가 더욱 특별한 사진이 되었다. 3D프린터도 마찬가지로 머릿속에만 있거나 컴퓨터로 작업한 작업물들을 손쉽게 실물로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기존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제로 제작되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의 의지만 있으면 제작해서 만져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제한된 소재, 마감, 대량화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레이져 커팅기, UV 프린팅 등 다양한 장비를 복합적으로 이용해 3D프린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려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아직 생각만 해본 아이디어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느리더라도 하나씩 제작하면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작업들을 하고 일반인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경험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가지고만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그들의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고 실현시키는데 도움을 주어 창작의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아울러 저와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교육해서 전문 메이커를 양성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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