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이오 연료가 주목을 받을 것...

1998년, 듀폰의 본사가 있는 델라웨어 주 윌밍턴 시. 듀폰의 채드 할리데이 회장은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 변화를 연구하는 포럼을 열었다. 당시 듀폰의 주력 업종인 섬유산업은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성장이 정체되어 있었다. 다가올 미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 미래의 변화를 통찰, 미래 산업으로 신속하고 확실하게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 포럼의 주된 관심사였다.


 
이 포럼을 통해 듀폰의 경영진은 다가오는 미래에는 식량 문제가 가장 큰 인류의 과제이며, 여기에 앞으로 100년 동안 회사를 먹여 살릴 비즈니스 기회가 있음을 포착했다. 21세기 말이 면 지구의 인구는 140억 명을 돌파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상대적으로 남반구에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신흥국과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식량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맞게 될 선진국들에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최고의 화두가 될 것이다. 지구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인구가 늘어나면 식량 문제뿐 아니라 환경 문제도 크게 부각될 것이다. 그래서 친환경 바이오 연료가 주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산업으로 듀폰은 농업과 생명과학을 선택했다. 1998년의 포럼을 기점으로 듀폰은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변화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갔다. 15년이 넘는 변화를 추진해온 듀폰은 화학과 섬유산업 세계 1위라는 철옹성을 스스로 버리고 농업과 생명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회사로 구조를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듀폰은 1802년 미국 최초의 화약 제조회사로 시작해, 이후 나일론을 개발했고,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 원료인 라이크라를 개발하며 화학과 섬유산업의 역사를 써온 기업이다. 이처럼 튼튼한 과학과 기술 역량을 가진 듀폰은 기존의 1등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 파괴 혁신과 창조적 경계 파괴 혁신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또 다른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듀폰은 미래 전략 포럼 다음 해인 1999년 회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알짜 석유회사인 코노코를 매각하고 그 돈으로 종자회사인 파이오니어를 인수했다. 1935년 나일론을 개발한 이후 줄곧 회사의 주력 사업이며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던 섬유사업 부문도 과감하게 매각하고 농약 전문 화학 기업인 그리핀과 식품첨가제 기업 솔래 등을 사들였다. 듀폰은 농업과 생명과학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미래 성장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던 기능성 화학제품 사업마저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잘 나가고 있는 주력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은 미래 통찰력과 결단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기존의 주력 사업을 포기할 때마다 매출이 급감하는 단기적 충격을 견뎌내야 한다. 이런 변화는 삼성 그룹이 삼성전자를 매각하고 로봇 회사나 바이오 회사를 인수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결단이다. 이처럼 미래의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새로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듀폰의 행보는 ‘프리미엄 세일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결단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미래 통찰력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 외형적 숫자에 매달려있는 동안 통찰력 있는 리더는 숨어서 다가오는 위기를 본다. 그리고 위기를 남보다 먼저 간파하고 미래 변화의 방향을 통찰한다.


2013년의 듀폰 총매출 357억 달러 구성을 보면 1위는 농업으로 117억 달러, 기능성 화학제품이 67억 달러로 2위, 기능성 소재 부문이 64억 달러, 안전과 예방 부문이 38억 달러, 영양과 건강이 34억 달러, 전자통신이 25억 달러, 산업생명과학이 12억 달러를 기록했다.


 
듀폰은 16년 전에 이미 위기를 미리 읽고, 또한 미래 농업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낸 결과이다.
미래를 향한 변화는 많은 고통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위한 시간, 혁신을 위한 시간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매달리지 않고, 시장의 변화와 미래사회의 변화를 남들보다 먼저 볼 수 있는 통찰력이 미래산업  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변화를 빨리 볼수록, 미래의 위기와 기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재정적, 시간적 여유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조동성 교수의 명쾌한 선언을 특히 곱씹어볼 때이다. “진정한 장수기업은 ‘오래된 기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로 젊음을 유지하는 ‘불로(不老)기업’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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