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대표팀 ‘팀킴’ 김민정 감독 등 지도부 부당대우 폭로

-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어 컬링까지 번진 ‘빙상 적폐’

(시사매거진248호=홍승표 기자)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감동을 준 여자 컬링 '팀킴(경북체육회)'이 지도부의 횡포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었음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팀킴’은 11월 초 코칭스탭 등 지도부의 부당대우를 폭로하며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들은 호소문을 내고 기자회견을 열어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과거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 문제에 이어 '청정지대' 인줄로 알았던 컬링까지 번진 '적폐'. 이제는 확실한 ‘뿌리 뽑기’가 필요하다.

‘영미 신드롬’ 뒤에 가려진 어둠의 그림자 

‘팀킴(경북체육회 여자컬링팀: 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4인조 컬링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경기력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컬링 불모지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여준 눈부신 팀플레이는 국민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경기에서 ‘영미! 영미!’라는 ‘안경 선배’ 김은정의 외침은 대중들의 인기를 끌며 ‘영미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올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컬링’이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대중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것과 달리 ‘팀킴’은 올림픽을 치렀던 과정과 이후 과정에서 지도부의 횡포로 어려움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폭로했다. ‘팀킴’은 11월 7일 호소문을 내고 지도부의 부당대우와 갑질 정황을 폭로했다. 호소문에서 ‘팀킴’은 지도부 사퇴와 컬링환경 개선, 진실 규명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팀킴’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딸인 김민정 감독, 사위인 장반석 감독 등 ‘가족 지도부’의 갑질 및 횡포에 참을 수 없다는 내용을 호소문에 담으며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팀킴’은 지도부가 대회 출전을 막은 점, 훈련 외적인 부분과 사생활까지 관여하며 통제했다는 점, 욕설과 폭언 등 비인격적 대우를 받았다는 점, 훈련장인 경북컬링훈련원이 ‘지도부 일가’의 개인 소유물처럼 이용돼 왔다는 것 등을 들며 부당한 처우에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팀킴’은 코칭스탭 및 지도부의 부당대우 등이 담긴 호소문을 대한체육회, 경북도청 등 관련기관에 전달했다. 이후 11월 15일에는 기자회견을 갖고 지도부 교체를 호 소했다.(사진_뉴시스)

“우리는 시달렸다”

호소문 발표에 이어 11월 1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추가로 폭로했다. ‘팀킴’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올림픽 종료시까지 상금의 입출금에 대해 선수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었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팀 이름으로 받은 격려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 결혼한 팀원(김은정)을 이용한 팀 분열 조장, 뜯어진 채로 받은 팬들의 선물 등을 폭로했다. 이어 더 이상 ‘김경두 일가’로 이뤄진 지도부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과 더불어 새 지도부로의 교체를 주장했다.

특히 ‘팀킴’은 “훈련원이 지도부의 개인 소유물이 아닌 선수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훈련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팀킴’의 호소문과 기자회견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는 물론 소속팀인 경북체육회와 경북도청에도 전달됐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호소문을 전달받은 직후 합동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적폐’

최근 터진 ‘컬링 사태’ 이전 과거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의 경우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우리나라 쇼트트랙의 경우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과거 올림픽 대표선발 등의 과정, 각종 세계대회 전 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체육대학교 출신과 非한체대 출신의 ‘파벌’ 문제가 드러났다. 또한 한 명을 1등으로 올리기 위해 나머지 선수들은 페이스메이커로 희생하는 ‘짬짜미’ 등 성적 지상주의적 행태로 얼룩진 민낯이 만연히 드러난 상태다. 아울러, 평창올림픽 직전 여자대표팀의 심석희가 조재범 당시 대표팀 코치에게 구타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스피드스케이팅도 평창올림픽을 통해 문제가 드러났다. 여자 팀 추월 단체경기에서 나온 ‘노선영 왕따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를 산데 이어 올림픽 이후에는 ‘장거리 스타’ 이승훈이 후배들을 구타했다는 의혹이 나오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적폐’의 정황이 연쇄적으로 나오며 “이 중심에 ‘빙상 대부’ 전명규 한체대 교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퍼질대로 퍼져 유명해진 상태다. 전명규 교수는 국가대표 감독과 빙상연맹에서 행정가 등으로 활약하며 한국 빙상을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올리는데 공을 세웠다. 그러나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특정선수 밀어주기를 통한 파벌 조장과 성적에 급급해 선수들을 들러리로 만들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또한 올림픽 출전 쿼터를 획득하기 위해 당시 병마와 싸우고 있던 故 노진규를 수술 날짜까지 미뤄가며 출전시켜 결국 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는 노진규 모친의 증언이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며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전명규 교수는 10월 있었던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와 지적을 받은 이후 “더 이상 빙상과 관련된 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4년 소치올림픽 이후에도 물러났다가 복귀한 행보와 더불어 빙상계에서 나타난 정황 등을 살펴봤을 때 현 상황에서 전 교수의 사퇴 이후 행보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일어난 물의의 중심격으로 거론되며 10월 23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섰다. 전 교수는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들 의 질타를 받은 후 “빙상 관련 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_뉴시스)

“언제까지 빙상적폐 두고 봐야 하는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이어 컬링에서까지 ‘적폐’의 정황이 드러나며 국민들의 반응은 실망과 분노로 섞여있는 상태다. ‘팀킴’이 지도부로부터 부당대우를 당했음을 호소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하면서 일부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지도부 처벌과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의견을 봇물 터지듯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 네티즌이 청원한 ‘팀킴을 지켜주세요’라는 의견은 청원에 가담한 수가 1만 여 명이 넘은 상태다. 청원에는 “김경두 부회장과 김민정 감독의 엄중처벌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팀킴’의 비인격적 대우에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자 팀추월에서 발생한 ‘노선영 왕따 사건’으로 인해 주동자로 몰린 김보름과 박지우의 징계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봇물 터지듯이 나왔다. 일부 국민은 당시 사태로 인해 빙상연맹의 진실 규명과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등 국내 빙상스포츠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가득한 반응을 쏟아냈다. 직접 만나본 시민들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29, 남)씨는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항상 빙상 관련 문제로 시끌벅적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깨끗해야 할 스포츠에서 반복적으로 이런 일이 터진다는 것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씁쓸함을 표시했다. 주부 강모(46, 여)씨도 “팀킴의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아직도 한국 스포츠가 선진적인 분위기로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팀킴이 당한 억울함을 진실규명을 통해 반드시 풀어줬으면 한다”고 해결을 촉구했다.

 

문체부·대한체육회의 ‘팀킴 사태’ 합동감사…진실규명 착수 

문체부는 11월 19일 대한체육회, 경상북도와 함께 합동특별감사를 통한 진실규명에 돌입했다. 감사반은 문체부 2명, 경북 2명, 대한체육회 3명으로 구성됐다. 감사반은 경북체육회 관계자들과 컬링연맹 관계자, 경북컬링훈련원 등을 상대로 15일간의 집중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팀킴’이 작성한 호소문과 기자회견 내용 등을 토대로 김경두 부회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부당대우와 상금 횡령, 컬링훈련장의 사유화, ‘팀킴’ 선수들과 연맹의 불화와 관련한 부분 등을 집중적으로 감사하고 사실이 드러날 시 징계 및 처벌 등의 엄중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합동감사반장을 맡은 김현목 문체부 사무관은 “서류 등의 분석을 토대로 선수와 관계자들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감사기간을 15일에서 더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양궁협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수 선발과 전폭적인 대표선수 지원으로 스포츠단체 사이에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선수 및 임원들로부터 헹가레를 받는 모습 (사진_뉴시스)

빙상계 문제 해결하려면…양궁협회 벤치마킹은 어떨까

과거 쇼트트랙부터 최근 컬링 사태까지 ‘적폐’ 정황이 만연하게 드러나며 국민들은 실망감을 안고, 정부 등 관련기관은 감사 등을 통해 엄중 문책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감사나 조치보다는 빙상연맹, 컬링연맹 등 빙상스포츠 관련 단체들이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양궁’의 경우 대한양궁협회의 투명 행정이 빛을 발했다. 양궁협회는 금메달리스트 등 각종 성적을 두드러지게 낸 선수라도 특혜를 절대 주지 않고 공정한 대표선발전으로 매 대회마다 새로운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오죽하면 ‘올림픽보다 대표 선발전이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뽑는다는 양궁협회의 공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대표선수 지원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빙상연맹과 컬링연맹도 양궁협회의 투명성을 거울삼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단순 ‘엄중 경고’, ‘처벌’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체의 성격부터 바꿔나가는 것이 ‘짬짜미’, ‘부당대우’, ‘지도부 횡포’ 등의 ‘적폐 수렁’에서 벗어나는 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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