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페미니즘 폭발 현상…래디컬(Radical, 급진적) 페미니즘의 과도기인가

(시사매거진248호=김민건 기자)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를 페미니즘(feminism)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국의 페미니즘은 왜 유독 남성을 혐오하는 것으로 인식이 될까? 여성해방운동으로 페미니즘을 정의하는 ‘급진 페미니즘’, 그리고 범차별반대운동·포괄적 인권운동으로 페미니즘을 정의하는 ‘퀴어 페미니즘’ 그들이 향하는 미래의 페미니즘 지형은 어떤 형태일까.

“메갈X”, “소추XX”, “한남X” 

익명의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표출되었던 공격적 성 비하 행위가 이제는 현실로 옮겨지고 있어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다수의 공감을 얻기 위해 상식이하의 발언도 서슴치 않았던 그들이 오프라인이라는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물리적 다툼과 범죄유형으로 번질 위험성이 커졌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수역 폭행 진실공방… 성대결로 번지다

최근 서울 이수역에서 벌어진 한 폭행사건은, 속칭 ‘이수역 폭행사건’이라고 불리며 현재 수많은 논란을 빚어내고 있다.

이수역 폭행사건은 지난 11월13일 오전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남녀 무리의 시비가 결국 폭행으로 번진 사건이다.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이튿날 14일 온라인에 글을 올렸고, 같은 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엄벌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하루만에 청원 동의자가 30만명이 몰리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짧은 머리에 화장을 하지 않았더니 폭행 당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매들은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한 커플이 계속 쳐다보고 비웃어서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무 관련 없는 남성 5명이 말싸움에 끼어들어 “메갈X”이라 시비를 걸고 욕과 인신공격을 계속했으며, 몰래 촬영까지 해 이를 제지하려다 밀침 등의 몸싸움을 당했고, 심지어 도망가는 이를 잡으려다 발로 차여 계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초 사건을 청원한 게시글이 35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출처_청와대 홈페이지)

현장 당사자 “자매들이 먼저 언어강간 한 것”

이후 15일 이수역 폭행사건의 당사자라고 밝힌 이가 네이트판에 게시글을 올렸다. 자신을 자매들과 제일 처음 시비가 붙었던 남녀커플의 여자라고 밝힌 게시자의 주장에 따르면 자매들이 먼저 “흉자년, ㅈㅃ러, 한남 커플”이라고 언어강간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이후 소란스러운 상황을 중재하려 남성들이 거들었지만 자매는 갑자기 촬영을 했고, 불법촬영 하지 말라며 카메라를 뺏으려는 과정에서 일이 커졌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여혐사건’이 아니며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매들이 언어강간과 조리돌림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영상 등장… 여성혐오? 정당방위?

극과 극의 상반된 주장이 나와 사건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는 와중에 피해자를 자처했던 자매들이 당시에 했던 욕설영상이 공개됐다.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든 언어강간과 인신공격이 담긴 해당 영상은 삽시간에 퍼졌으며, CCTV영상과 주점업주의 증언을 통해 “여성이 먼저 성적비하 발언과 남성의 멱살을 잡는 폭행이 있었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이어서 또 다른 동영상이 공개됐다. 여성 측이 공개한 새로운 동영상은 건물계단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성적 비하하는 발언과 출동한 경찰이 있는 가운데 발길질한 걸 인정하는 듯한 표현도 나왔다.

 

경찰 “여자가 남자 손 때리며 시작된 것” 모두 소환조사 할 것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동작경찰서 측은 “당사자들의 진술과 제출하기로 한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봐야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아직까지 주점내 폐쇄회로(CCTV)영상과 주점에 있던 관계자의 진술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여성이 남성테이블로 가서 남성의 손바닥을 먼저 쳤다는 사실관계만을 밝혔다.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부상 사진. 2018.11.15.(출처_뉴시스)

男女 대결 양상, 장외로까지 번져 

해당 사건은 최근에 벌어진 한 사건의 사례이면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 다. “쌍방폭행이 맞다”, “혐오범죄다”, “메갈이다 vs 한남이다”, “여성혐오에 불을 붙였다”, “아니다 먼저 시비를 걸었다” 등등 인터넷에서는 남녀갈등의 여론전까지 벌어지며 여전히 성대결의 양상을 띄고 있다. 심지어 장외로까지 번진 이 사태는 연예계 및 정치계에서도 다루며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메갈리아, 워마드, 그리고 페미니즘

과거에는 국제적인 학술의 토론주제로 나왔던 페미니즘은 기성사회를 향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모아지면서 이제는 가장 뜨거운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 멀지 않은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메갈리아, 워마드 그리고 페미니즘은 언제부터 였을까.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이 일어날 당시, 최초 감염자가 애초에 알려진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고 알려지면서 국내 최대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는 ‘남혐’ 여론이 크게 일어났고 이에 동조하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메갈리아’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메갈리아’는 여성혐오를 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그대로 남성에게도 반사하여 적용하는 ‘미러링(Mirroring·혐오 뒤집어 보여주기)’을 사회 운동 전력으로 삼아 주목을 받았다.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디시인사이드 소속의 메르스 갤러리를 줄여 말하는 것으로 ’메갈리아‘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의 합성한 말로 알려지는 워마드(Womad)는 래디컬 페미니즘, 남성혐오,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사이트다. ‘메갈리아’에서 파생되었다고 알려지는 워마드는 여성인권을 위한 모습으로 보도되지만 워마드 강령에 의하면 워마드는 여성운동단체가 아니고, 소수 인권은 챙기지 않고 오직 여성만을 챙기며, 이를 위해 도덕은 버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여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빚었던 ‘성체모독’ 혹은 ‘태아사건’을 비롯,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재기(자살을 뜻하는 은어)’하라는 표현, 홍익대 남성 누드 모델 나체 사진 재유포, 남성 사체사진 등은 대중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워마드’의 도를 넘은 기행은 멈출 출 모르고 있다.

때문에 혐오 대상이 된 남성들은 물론이거니와 여성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그동안 워마드를 ‘필요악’이나 ‘페미니즘의 한 갈래’ 정도로만 여겨오던 페미니즘 진영마저 워마드와 선을 긋는 모양새다.  

여성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이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 운영자 검거에 나선 것과 관련해 편파수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8.10. (출처_뉴시스)

페미니스트를 바라보는 시각과 우려

사실 누군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힌다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문제가 된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극단적이라 할 수 있는 워마드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논란과 각종 범법 행위들은 문제지만 그걸로 페미니스트들의 진영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또 페미니즘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지나치게 과격한 방식이 결코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질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것을 정확히 분별하지 못하고 무작정 페미니즘의 정신이라고 들이대는 것은,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고, 이러한 논리로 취급된다면 페미니즘은 그 자체로 본질을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한 말로서 주로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말한다. △여성을 억압하는 객관적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그 해결을 모색하는 것 △남성 특유의 사회적 경험과 지각 방식을 보편적인 것으로 표준화하려는 태도를 근절시키는 것 △스스로 억압받는다고 느끼는 여성들의 관심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것 △여성적인 것의 특수성이나 정당한 차이를 정립하고자 하는 것 등이 페미니즘의 목적인 것이다. 때문에 페미니즘에서 문제삼는 것은 생물학적의 성(sex)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 (gender)인 것이다.

 

성별과 연령을 아우르는 폭 넓은 지지가 필요

그렇다면 차별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또 다른 차별을 벌이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 한국의 페미니즘은 단지 ‘남성혐오’에서만 머물러 있는 것일까?

지금 시대의 2030 여성은 유년기 때부터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동년배의 남성들과 동등하게 경쟁을 하고 자라 온 세대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부딪히는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억압된 성의 해방이라는 구호와 함께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긍정적 작용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지만 반면에 구체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성적 지배 이데올로기도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진적 페미니즘에 우려를 표한다. 빈부, 세대, 지역 등 많은 사회적 갈등 항목에 ‘남녀’가, 그것도  ‘혐오’라는 단어가 붙어 추가되는 양상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잃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페미니즘을 정의할 수는 없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진실된 페미니스트들이 대중들로부터 정당성을 끌어내고 동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더 모두에게 지지받는 방식으로 생각을 전개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페미니즘은 아직 싹을 틔우고 있는 씨앗이라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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