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방' 등 교체 거부 '마이웨이'…국정운영 진통 예상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지만 정치권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인적쇄신 요구는 일축했다. 사실상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강력 제기됐던 인적쇄신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나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서 문건이 허위로 판명난 만큼 여론에 등 떠밀리는 식의 인적쇄신은 없다고 못박았다. 집권 3년차 성과창출의 시기에 청와대나 내각 개편으로 국정운영에 혼란을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번 중용한 인사는 큰 결격사유가 없는 한 함께간다'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어찌됐든 현 정권의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데 대한 책임은 지는 차원에서 "이번 문건 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국민 앞에 사과했다.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사고를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했던 박 대통령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유감 표명 정도로 그치리라 예상됐지만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를 한셈이다.

박 대통령은 논란의 핵심에 섰던 정윤회씨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실세는 커녕 전혀 (국정과) 관계가 없다"며 국정개입 의혹도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향해서는 "자기 개인적인 영리를 달성하기 위해 전혀 관계 없는 사람과 그 중간을 이간질시켜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에 말려든 게 아니냐"면서 "그런 바보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청와대 문건 파문에 대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발언을 쏟아 낸 것은 검찰 수사 결과도 나온 시점에서 이제는 '문건 정국'을 털고 가야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 파문에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거세진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오히려 핵심 측근들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이며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확고한 신뢰는 물론 이를 넘어서는 존경에 가까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한 입장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에 대해, "우리 비서실장께서는 정말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라며 "청와대에 들어올 때도 다른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고 제가 요청하니까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박 대통령이 김 전 민정수석의 항명 파동에 대해 "저는 이것이 항명 파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을 두고도 김 실장을 두둔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상관의 지시를 거부하고 끝내 국회 불출석을 고집한 김 전 민정수석의 행동을 항명으로 볼 경우 김 실장에게도 지휘체계상의 책임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다만 김 실장의 거취에 대해 "당면한 현안들이 끝나면 결정할 문제"라고 언급, 향후 비서실장 교체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인적쇄신 공세를 다소나마 약화시킬 수 있는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미 본인이 여러 차례 사의를 밝히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다 김 실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을 당장 물색하기도 어려운 만큼 시간을 갖고 인적쇄신을 차차 고민해 보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유출된 문건에서 비선실세로 거론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핵심 비서관 3인방에 대해서도 교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내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냐"고도 반문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그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면서 그저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또 그런 비리가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대대적으로 다 뒤집고 그러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3인방에 대한 변함 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개각과 관련해서는 장관이 공석인 상태인 해양수산부 등 '꼭 개각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곳에 대해서만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당초 국무총리를 포함한 중폭 이상의 교체가 점쳐졌던 것과는 달리 인사수요에 맞춘 소폭 개각을 의미한 것으로 '2월 소폭 후 5월 중폭' 등 분리개각설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인적쇄신 요구를 일축하고 그 대안으로 청와대 조직개편을 제시했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백악관 특별보좌관 참고해 만들었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없어졌던 대통령 특보의 부활이다.

대통령 특보는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 등 기존 참모와는 별도로 대통령의 특별 보좌를 위해 운영되는 자문기구다. 역대 정권에서는 경제·사정·정치·국제정치·법률·교육문화·외교·안보·문화·사회·국방·정무·정책·정보·과학기술·언론·보건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보가 운영됐다.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 계속해서 당·청간 소통을 위한 특임장관 혹은 정무장관의 부활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어 박 대통령이 이를 감안해 특보단 설치 구상을 밝힌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특보단을 구성해 국회나 당·청 간에 좀 더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정책도 협의해 나가는 그런 구도를 만들겠다"며 "청와대에서 여러가지를 알리는 부분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조직개편을 해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특보단 신설 정도의 청와대 개편으로는 인적쇄신 요구를 잠재우기에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이 논란의 핵심에 섰던 인사들을 모두 감싸안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전혀 묻지않겠다고 한 것은 정치권 안팎의 정서와는 완전 동떨어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인적쇄신은 잘못된 부분을 도려내자는 것인 반면 특보단 신설은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는 것으로 문제에 대한 상황 인식 자체도 다르다. 과거 정권에서처럼 특보단이 인사적체 해소나 자기 사람 챙겨주기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인적쇄신론이 힘을 얻어 가는 가운데서도 철저히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이어서 향후 원할한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