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 문성호 대표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태풍, 홍수, 폭설 등과 함께 지진은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재난’의 하나로 꼽힌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분류되는 여타의 재난과는 달리, 지진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발생하기에 평소에 미리 대비해두지 않으면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1992년 설립되어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물탱크 제품 생산과 품질 개선에 매진해 온 전문기업 ㈜문창이 최근 선보인 ‘스테인리스 면진형 물탱크’는 바로 이 같은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문창의 문성호 대표는 “국내 건축물들의 내진설계에 대한 지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져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소화용 물탱크의 내진설계 의무화가 실시됐을 뿐, 일반적인 건축물이나 주택, 아파트 등에 설치된 위생용 물탱크의 경우 제도권 밖에서 지진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이미 3~4년 전부터 지진에 보다 잘 견딜 수 있는 물탱크를 만들고자 연구와 개발에 매진해왔으며, 세계 최초로 면진형 물탱크를 개발해 선보이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창이 선보인 ‘스테인리스 면진형 물탱크’ 제품의 핵심기술은 지진으로 인한 지반의 운동에너지가 물탱크에 도달하지 않도록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는 ‘면진받침’이다. 일반적으로 내진설계는 부분적인 파손은 막지 못할 지라도 전체적인 붕괴는 방지하고자 구조물 내에 보조적인 부재를 설치하여 지진력에 대항하는 ‘내진 구조’와 구조물의 진동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인위적인 힘을 가하여 진동을 제어하는 ‘제진 구조’, 그리고 지진파가 갖고 있는 강한 에너지 대역과 맞서는 대신 이로부터 벗어남으로써 구조물의 보존을 꾀하는 ‘면진 구조’로 나뉠 수 있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내진구조와 제진구조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일정한 손상과 보수의 필요성을 상정하고 있지만, 면진구조는 비용은 다소 많이 필요할지라도, 손상이 거의 없고 재사용 또한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문창에서는 바로 이러한 면진구조의 원리를 물탱크에 적용시켰다.

이들이 개발한 ‘면진받침’은 상·하부의 고정판과 지진 에너지 감쇠 및 측방변형을 수용하기 위한 적층고무, 적층고무의 열화를 방지하는 탄성하우징, 구조의 강성을 높이고 지진 에너지 소산 기능을 발휘하는 내부보강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면진받침은 측방변형을 통한 지진파의 상하운동과 좌우운동의 충격흡수 기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복원력이 우수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내부의 유체가 진동에 의해 출렁이며 구조물 내벽을 때려 손상시키는 ‘슬로싱’ 현상을 방지해 2차 파손을 막을 수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내진설계 물탱크 제품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창의 기술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당시만 해도 아직까지 물탱크 내진설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를 판별할 기준도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가진 우수성을 입증 받고자 직접 발로 뛰어야만 했다.

㈜문창 기업부설연구소의 문선호 연구소장은 “제품 연구와 개발에 소요된 시간만큼이나 기술력을 검증받기 위해 쏟은 시간과 노력도 상당했습니다. 내진성능 평가기관인 지진방재연구센터에 의뢰해 ‘스테인리스 면진형 물탱크’의 진동대 실험 검증 결과, 국내 최초로 리히터 규모 7.0까지 안전성을 입증 받았으며,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는 2백만 번의 강한 반복압축에도 고무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고, 열·노화에 강해 60년 이상의 내구 수명을 갖고 있음을 검증받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문창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약 2억 원의 비용을 투자해 국내 최초의 물탱크 안전성 예측 프로그램인 ‘ANSYS 구조 해석 자동화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 물탱크의 규격에 따른 받침 수량 및 최적 배치 위치를 산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물탱크의 지진 방재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확한 규격이나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비면진 물탱크 대비 면진형 물탱크의 응력이 약 47%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문창의 면진형 물탱크 기술은 2017년 9월 행정안전부로부터 ‘방재신기술’로 지정받았으며, 2018년 10월 1일에는 한국발명진흥회 우수발명품 선정, 10월 4일에는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지정됐다. 특히,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제품임에도 설계 구성을 단순화해 별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뛰어난 점과 기존에 설치가 완료된 물탱크의 경우에도 추가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상수도 저장용 물탱크와 콘크리트 배수지 내부 방수용 STS/SPE/PE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해 온 ㈜문창의 기술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정받아왔다. 스테인리스 패널과 보온재, 보온 마감재를 일체화한 ‘보온일체형 패널’은 기존 패널 대비 단열성능 15% 향상, 휨 하중 7배 향상의 성능을 갖고 있으며, 듀플렉스 스테인리스 소재를 적용, 방수와 내구성, 물탱크 내 염소 이온에 대한 내식성을 강화해 정기적인 관리만으로도 위생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영구적인 사용도 가능하도록 구현해냈다.


또한, 물탱크 코너부에 집중되는 압력으로 용접부 균열 및 물탱크 파손이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하고자 90° 무용접 코너라운드형 패널을 개발했으며, 국내 유일의 ‘다이아몬드 성형 패널’을 개발해 일반 패널 대비 2배 이상의 강성도를 확보해 주목받은 바 있다. 콘크리트 배수지 부문에서도 내부를 스테인리스 패널로 라이닝하여 내구성과 누수 방지 기능을 강화했으며, 스테인리스 수류유도판 설치로 물의 염소 접촉 시간을 증가시켜 소독 및 살균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기술도 선보였다.

연구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으로 ㈜문창은 무려 31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8년 연속으로 한국표준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신기술 혁신대상’을 수상한 기업이기도 하다. 10년 연속으로 수상한 업체의 경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는 점에서 이들이 기업으로서 가히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서게 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에 문 대표는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 나아가 모든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 물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재산입니다. 이에 저희는 국민이 마실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담겠다는 각오로 항상 최상의 품질과 최고의 제품만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앞으로 세계 물 시장의 판도는 점차 치열한 경쟁에 접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저희가 개발한 면진형 물탱크 제품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저희들은 이를 발판으로 세계무대에 ㈜문창과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