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재판관' 통진당 해산 유일 반대

   
▲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을 명령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정희 통진당 대표와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심판정을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는데 유일하게 김이수(61) 재판관이 소수의견을 내 주목된다.

김 재판관은 ▲법무부가 경기도당 등 일부의 활동만을 진보당 전체 활동으로 일반화했고 ▲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으며 ▲진보당 해산으로 인한 불이익이 사회적 이익보다 크다고 봤다.

특히 이석기(52)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진보당 경기도당의 활동으로 진보당 전체의 위헌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은 "진보당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 수만 3만여명에 이른다"며 "그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지향을 진보당 전체의 정치적 지향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럴 것이라는 가정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또 진보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진보적 정치세력들에 의해 수십년에 걸쳐 주장되고 형성된 여러 논리들과 정책들을 조합한 것"이라며 "광의의 사회주의 이념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고 봤다.

진보당의 주류인 자주파와 관련, "자주파의 대북정책이나 입장이 우리사회 다수 인식과 동떨어진 측면 있고 친북적 성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자주파 전체가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한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재판관은 진보당의 현재 구성에 대해서는 "분당과 창당, 재분당을 통해 자주파에 우호적인 사람들의 비중이 커졌다"면서도 "과거 민주노동당 구성원 중 종북성향 가진 사람만이 진보당에 남았다고 볼 수 없다"고 평했다.

진보당의 강령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 북한 추종성이 바로 증명될 수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정부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정신과 시각이 북한과의 연계나 북한에 대한 동조라는 막연한 혐의로 좌절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의 발단이 된 일명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에 대해서는 "지역조직인 경기도당 행사에서 이뤄진 활동이고 진보당 기본노선에 반해 이뤄진 것"이라며 "모임에서 이뤄진 활동으로 인한 문제를 진보당 전체 책임으로 볼 수는 없다"고 평했다.

김 재판관은 과거 진보당에서 벌어진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중앙위원회 폭력사건, 야권단일화 여론조작 사건 등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견지했다.

김 재판관은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당이 한국사회에 제시한 여러 진보적 정책들이 우리 사회 변화하게 만든 부분 있음 부인하기 어렵다"며 "일부 당원의 일탈행위로 진보당을 해산한다면 대다수 일반당원들을 위헌정당의 당원으로 만들어 사회적 낙인 효과 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독일공산당 해산 후 12만5000여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들이 수사를 받아 그중 6000~7000명이 형사처벌을 받고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았다"며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재판관은 진보당 해산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진보당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오랜세월 피땀을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끝맺었다.

김 재판관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사법연수원장을 지냈으며, 국회 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 자리에 올랐다.

과거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64일간 구금됐다가 석방되는 등 헌법재판소 5기 재판관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4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재직 시절에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서 도시철도공사의 안전장치 결함을 지적해 철도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 외에도 고용환경에서의 성차별을 깬 사건으로 평가 받는 '김영희 사건'을 비롯해 청소년 고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미아리 택사스 사건' 업주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려온 인물로 평가된다.

헌법재판관이 된 후에는 '한미FTA 반대 시위 물대포 사용 사건', '국가공무원법상 교원 정치활동 전면금지 조항', '정당법·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교사 정당가입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 다수의견과 맞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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