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천 "미행설 제보자는 전직 경찰관"…검찰 "신빙성 낮아"

   
▲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검찰 조사를 마친 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른바 '박지만 미행설' 보고서에서 미행자로 적시된 인물이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박관천(48) 경정이 '박지만 미행설'을 보고서 형태로 만든 사실을 확인하고 문건 작성 이유와 보고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7일 '박지만 미행설' 문건에서 미행자로 지목된 A씨를 소환해 박지만 EG 회장의 미행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조사했다.

검찰은 A씨를 상대로 실제로 박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있는지, 구체적인 미행 방법과 루트는 어떻게 정한 것인지, 누구로부터 미행을 지시받았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박 회장 측과는 안면이 없으며 검찰조사에서도 미행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박지만 미행설'은 박 경정이 작성한 A4용지 3~4쪽 분량의 문건이다.

문건은 보고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청와대나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공문서 양식은 아닌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박 경정은 이 문건에서 박 회장을 미행하는 인물로 A씨를 특정하고 상세한 신원과 인적사항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지난 3월 시사저널의 보도내용과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박 회장이 지난해 12월 자신을 미행한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정윤회씨의 지시로 미행했다'는 자술서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다만 박 회장은 지난 15일 검찰조사에서 시사저널의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대신 "청와대와 여권 인사 여러 명한테서 나와 가족에 대한 미행 얘기를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구체적인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박 회장은 대신 측근 전모씨를 통해 박 경정으로부터 전달받은 보고서 형태의 문건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박 경정으로부터 건네받은 '미행설' 문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전씨를 소환해 문건 전달 과정과 문건을 보고한 경위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문건에서 미행설을 제보한 것으로 박 경정이 지목한 전직 경찰관 B씨를 불러 조사했다.

문건에는 B씨가 박 회장을 미행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준 인물로 소개됐으나 주로 지방의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면서 정보수집과는 무관한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검찰조사에서 "박 경정을 몇 차례 만난 사실은 있지만 박 회장 미행설에 관한 제보를 하거나 관련 대화를 나눈 사실은 없다"며 문건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전날 밤 체포된 박 경정에 대해 '박지만 미행설' 문건의 작성 배경 등을 추가로 확인했다.

검찰은 박 경정을 상대로 미행보고서를 만든 경위와 작성 시점, 박 회장 측에 보고서를 전달한 이유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상관이나 보고서 작성·전달에 개입한 제3의 인물이 있는지, 언론사나 사설정보지 업체 등에 보고서를 전달했는지 여부 등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과 마찬가지로 '미행설' 문건 역시 내용의 진위여부는 확인해본다는 입장이지만 신빙성은 낮은 것으로 수사의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미행설)문건은 공문서 형식의 정식 보고서 형태는 갖추고 있지 않다"며 "박 회장은 정윤회 미행설을 의심하게 된 주요 근거로 판단되지만 문건의 신빙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르면 18일 오전 청와대 문건을 반출한 박 경정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다만 '박지만 미행설' 문건은 형식이나 내용 등의 측면에서 정식 공문서로 인정하기 어려운 만큼 영장에는 포함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검찰은 박 경정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의 진위를 상당부분 확인한 뒤 미행설에 연루된 정윤회씨의 추가 소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검찰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세계일보 김모 기자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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