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의전당, ‘윈터 페스티벌’ 1st 신박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경기도문화의전당 ‘윈터 페스티벌’ 1st 신박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시사매거진248호=강창호 기자] 가을의 노랗고 붉은색이 스며드는 경기도문화의전당, 넓은 앞마당엔 이미 벌써 가을의 깊은 숨결이 내려앉았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멋쟁이 꼬마 어린이가 유독 눈에 띈다. 이 또한, 모자 듀오랄까? 기대감 속에 공연 팸플릿을 들고 미리 복습이라도 하는 듯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살피는 어린 관객의 눈에서 호기심이 한가득하다.

지난 11월 3일(토) 경기도문화의전당 ‘윈터 페스티벌’에서 첫 번째 공연을 펼친 ‘신박듀오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황금 같은 주말 오후, 공교롭게도 같은 날 빅 공연이 서울 서초동과 잠실에서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클래식 팬들은 그래도 듀오를 선택했다.

내면의 표정! 연출로는 불가능한 것, 그들에겐 바로 이것이...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고 즐기지 않으면 표현할 수 없는 영역! 바로 ‘내면의 표정’이다. 이것은 너무나 다양하고 변화무상해서 맘대로 제어되고 연출되는 것이 아니다. 심상에서 바로 올라오는 것이 얼굴, 정말로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러한 내면으로부터의 표정들이 듀오에게서 보인다. 이러한 즐거움은 곧장 객석으로 전달되며 음악에 대한 즐거움과 희열은 이내 거울을 바라보듯 데칼코마니 되어 객석도 동일한 즐거움과 희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러한 미묘한 감정과 매력이 공연 내내 무대와 객석 간의 교류로 공연장은 즐거움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윈터 페스티벌’ 1st 신박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우선 공연의 시작부터가 즐겁다. 죄르지 쿠르탁의 ‘피아노 듀엣을 위한 세 개의 야텍콕(유희)’은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무슨 음악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다. 서로 간에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음악과 표정 그리고 재스츄어로 충분한 대화체를 이룬다. 이윽고 바로 이어지는 음악이 ‘바흐의 교회 칸타타 106번’ "하나님의 시간은 최상의 시간이로다", 이 곡은 바흐 음악의 전문가인 쿠르탁의 편곡이어서인지 두 곡이 마치 하나의 몸체를 이룬 듯 일체형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이렇게 두 곡은 마치 듀오처럼 서로가 다르지만 하나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후기 낭만주의와 인상주의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폴란드의 작곡가 파데레프스키의 세 개의 모음곡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불과 15세의 어린 나이에 작곡한 사춘기 청소년 쇼팽의 론도와 1부 마지막 곡, 루토스와브스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으로 우리 귀에 익숙한 멜로디와 반음계 화성법이 펼치는 아슬아슬한 스릴러와 함께 롤러코스터처럼 중독성 있는 다이내믹한 음악과 연주는 관객으로 하여금 두 명의 듀오가 펼치는 피아노 음악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윈터 페스티벌’ 1st 신박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그들의 패션(fasion)은 곧 열정의 패션(passion)으로...

잠시 후 듀오는 2부에서 새로운 드레스코드로 분위기를 보다 업그레이드시켰다. 마치 드레스코드에서부터 듀오를 상징하듯 1부에서의 블랙과 빨간 드레스가 ‘냉정’과 ‘열정’의 조화를 이루었다면 2부에서의 또 다른 블랙과 브라운 컬러는 곧 다가올 2019년 유행 컬러를 미리 예고하듯, 공연 중 눈에 비치는 그들의 컬러 듀얼리즘은 무엇보다 유니크하고 패셔너블했다.

이렇게 듀오는 지적이며 럭셔리한 피아니즘을 펼쳐가며 그들의 패션(fasion)이 열정의 패션(passion)처럼 분위기는 또다시 고조되어갔다. 이어지는 막스 레거의 왈츠는 피비린내 나는 19세기 유럽 제국주의가 최고조에 다다랐을 무렵에 작곡된 곡으로 아프리카의 ‘블러드 다이아몬드’처럼 유럽의 ‘블러드 왈츠’라는 말을 떠오르게 했다. 앞선 시기에 작곡된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화려했던 왈츠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이 현대적인 왈츠는 슬픈 메이저처럼 애조 띤 ‘슬픔의 왈츠’로 들렸다. 그만큼 음악은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음악과 춤으로 애써 잊는 듯했다.

마지막 곡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이다. 음악 역시 라흐마니노프 답게 질주하듯,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함께 강력한 클라이맥스의 섬세한 기교가 돋보이는 음악이다. 이렇게 듀오는 러시아의 드넓은 대평원이 느껴지는 광활함과 라흐마니노프의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음악을 통해 뜨거운 ‘열정’과 시크함이 살아있는 ‘냉정’ 그리고 최고의 패셔너블한 피아니즘으로 화려한 엔딩을 던졌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윈터 페스티벌’ 1st 신박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신박듀오! 눈 감으면 하나, 눈 뜨면 둘!! 

듀오는 서로의 위치를 바꿔가며 화려함과 비장함 그리고 섬세함과 대범함의 듀오를 선 보였다. 귀에 들리는 음악도 중요했지만 눈에 비치는 듀오의 움직임은 어린 관객으로부터도 시선을 빼앗았다. 공간을 유영하듯 허공을 향해 천천히 젓는 손은 마치 춤을 추는 손 사위처럼 가슴으로 다가왔다. 빠르고 느린 템포의 변화에서 오는 재미와 익살스러운 움직임과 소리들은 객석의 시선을 강탈해 갔다. 두 대의 피아노, 두 사람 그리고 네 개의 손, 이렇게 서로의 몸은 둘이지만 눈 감으면 하나의 소리가 심장을 향해 진격했다. 넋을 잃고 무대를 바라보는 어린 눈빛을 통해 미래의 듀오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신박듀오! 마치 그들을 위해 지은 듯 우연히 발견한 시 한 편이 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맞추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

신박듀오... 그들은 용혜원 시인의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가을의 듀오였다.

<문화칼럼니스트 Alex Kang>

신박듀오- 신미정, 박상욱 (사진=WCN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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