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해수욕장 ‘머그 학동’ 건축, 편견을 깬 꿈의 공간

경상남도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몽돌해수욕장 입구. 거제도의 배꼽, 거제도의 가장 상서로운 이곳에 꿈속에서 본 듯한 하얀 집에 둥지를 틀고 있다. ‘몽돌 위에 떠 있는 꿈꾸는 하얀 돌’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이 건물은 거제도를 찾는 이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포근한 잠자리 등 꿈꾸듯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다.

절경으로 소문난 거제시의 몽돌해수욕장은 여느 유명 여행지가 그러하듯 질서 없이 늘어선 숙박업소와 요란한 음식점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오래전부터 그곳을 터전 삼아 살던 이들의 집은 높게 솟아오른 건물들 사이에서 겨우 존재만 확인할 뿐이다. 이러한 풍경 속에서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인 ‘머그 학동’은 홀로 빛난다. 새하얀 외벽은 마치 일렁이는 파란 바다 위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도 같다.
머그 학동을 지은 건축가 유현준 대표(유현준 건축사사무소)는 열림과 닫힘의 조화로 건물을 세웠다. 높고 견고한 콘크리트 외벽은 폐쇄적이지만 모서리와 담장 일부는 통째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이룬다.

머그 학동의 핵심 공간인 카페는 회전하거나 접히는 방식으로 공간이 열고 닫힌다. 외부는 내부로, 내부는 외부로 느껴질 수 있도록 공간에 자율성을 두었다. 높은 천장은 사방으로 갈라져 창이 십자형으로 나 있으며 갈라진 틈으로 들어오는 빛은 시시각각 변하며 다채로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 천장은 무빙월(이동벽)이 설치돼 필요에 따라 4개의 형태로 재구성할 수도 있다.
‘하늘 연못’, ‘천국 계단’, ‘바람의 길’, ‘빛의 틈새’, ‘달의 거울’이라는 각각의 이름이 붙은 머그5경도 볼거리다. 하늘을 담은 천장 연못, 디딜 때마다 하늘과 가까워지는 듯한 계단, 바람이 넘나드는 외벽, 빛이 쏟아지는 건물 틈새, 달이 말갛게 비치는 바닥 등 어느 한 곳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간들이다.

 

   
 

주목받는 젊은 건축가, 여전히 꿈꾸다
‘머그 학동’처럼 상상의 공간을 실제 건축물로 탄생시키는 유 대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젊은 건축가다. 연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MIT와 하버드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30대에 교수가 돼 현재는 홍익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젊음 건축가상’,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 등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유 대표이지만 그의 손에서 탄생한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그가 겉보기에 화려한 공간보다는 영감을 주는 건축공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사실 건축가가 아닌 발명가였다. 지우개가 달린 연필을 보면서 감탄하곤 그는 블록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에도 설명서 없이 늘 자신의 생각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 그러던 그가 대학에 입학해 건축가의 꿈을 갖게 됐다. 그림을 그리고, 설계 작품을 만들면서 건축설계 수업에 재미를 느끼게 된 것.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더 넓은 세상에서 잘하는 친구들과 경쟁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보스턴으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공부하며 미국 건축사 자격증을 받았고 건축설계 회사에 입사해 일도 했다. 하지만 그는 외국 보다는 국내에서 일하길 원했고 겸업을 권장하는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유 대표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실무를 병행할 수 있어서 무척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건축은 잠을 거의 못 자는 업종이다. 의대보다 더 못 잔다고 보면 된다. 좋아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직업이다. 하지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자기를 표현하는 동시에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람과 자존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유 대표의 꿈은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되는 것이다. 안도 다다오(일본)나 루이스 칸(미국)처럼 영적인 각성을 하게 해주는 건축물을 짓는 것이 목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존엄한 존재라는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건축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계속되고 있다.

취재_김현기 실장


   
 유현준 대표가 지은 거제 몽돌해수욕장의 ‘머그 학동’.


   
 한국현대건축 상하이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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