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섭의 스케치로 만나는 감성여행 스토리

오타루 운하, 이두섭

[시사매거진=이두섭 기자] [이두섭의 여행스케치] 삿포로(札幌,Sapporo)행 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문득 던져져서 쭈뼛 뒷 머리카락이 서는 느낌, 짧은 어지러움이 왔다. 여행을 떠나는 이 시간, 이 순간 비행기의 이륙이 내겐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다.

여행이란 나를 버리는 일. 버려진 자신이 길을 잃고 헤매거나 쓰러져 있을 때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인 듯싶다. 사회 속에서는 온전해지려고 노력하는 힘든 일이 여행에서는 송두리째 관계를 버리는 것이 가능할 테니.

신치토세 공항에 내려 이방인이라는 의식으로 약간의 경계 정서로 공항을 빠져 나와 삿포로 시내로 들어가는 지하철을 탔다.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목적 없이 도달한 곳은 삿포로 식물원, 활짝 피어있는 아이리스를 그리며 반나절을 보냈다.

아이리스, 이두섭

밤이 되어 어두워진 거리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실은 목표가 없음으로 서두르지 않아 좋았다. 그들의 밤과 나의 밤의 차이는 무엇일까.

길을 잃어도 좋을 혼자의 한적한 삿포로 시내. 치열했던 관계의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이런 여행. 온전히 나만을 돌아보게 한다.

다음날 하코다테(函館本線)선을 타고 오타루(小樽)에 도착했다. 오타루 운하(小樽運河)는 오타루의 상징이며 메이지(明治) 시대부터 쇼와(昭和)시대 초기까지 유통의 거점이었다. 오르골당까지 이어지는 오타루 운하의 산책은 회전하는 속도에 따라 금속이 떨려 묘한 소리를 내는 오르골은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돌아오는 길, 아사리(朝日) 역에서 제니바코(錢極)역까지의 철로는 바닷가 바로 옆에서 달리는 길이다. 그러한 상황의 길은 생각보다 많은 아름다움을 선물 받는다. 가라앉는 정서 그러나 새로 시작되는 힘, 그런 것이 채워지는 아름다운 바닷가 철길이다.

아사리, 이두섭

아름다운 곳이라고 느낀 순간 망설임 없이 내린 이곳 아사리(朝日)의 바닷가.

의논할 일행이 없다는 것, 참으로 자유스럽다. 바닷가에 앉아 스케치를 하고 있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어두워지는 저녁이 되었다. 바닷가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낮과 밤의 바뀌는 이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한다.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 동물이 구분이 안 되는 애매한 시간. 저무는 바닷가. 파도 소리만이 나를 어루만져 주었다.

아사리2, 이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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