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부담 가중·우회 증세 논란, 국회서 마찰 예상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담뱃값을 지금보다 2,000원 오른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 이에 따라 담배값이 지난 2004년 500원 오른데 이어 10년 만에 사상 최대 폭의 인상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 물가 인상률이 담뱃값에 반영되도록 하는 물가 연동제를 도입해 담배 실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막는 방안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종합 금연 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법안을 이달 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우리나라 흡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반해 담배값은 세계 최저다.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2위다. 반면 담뱃값 2,500원은 최저 수준이다.

담배로 인한 질병 때문에 소비되는 건강보험지출액은 한 해 1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담뱃값은 가장 싸서 ‘흡연정책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담뱃값이 가장 비싼 나라는 노르웨이로 14.5달러(약 1만6,000원) 정도로 우리나라 담뱃값의 6배가 넘는다. 또 호주와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도 담배 한 갑 가격이 1만 원~1만3,000원 이상이다.

국내 담배값은 지난 2004년 이후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이 30.85%였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현재 적정 담배값 수준은 3,300원 선이다. 오히려 현재 담배값이 싸진 셈이다.

담뱃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최저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인 70%를 밑도는 62%에 불과하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이나 서민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나 정치권 설득에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2006년에도 참여정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담배값 인상을 추진하다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이 담뱃값 추가 인상을 통해 서민 쥐어짜기를 한다’는 비난 여론과 야당인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앞에서 세수 확보를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서민층의 물가 부담과 우회증세 논란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담배 가격의 절반 이상은 개별소비세를 비롯해 지방교육세, 담배소비세 같은 세금으로 이뤄져 있는 만큼 담뱃값 인상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복지부도 금연정책의 핵심이 담뱃값 인상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인상을 추진할 때마다 서민물가 인상을 우려한 정치권과 기획재정부의 반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문 장관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가격정책이 최선”이라며 “소비자 물가 인상률이 담뱃값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금연 효과가 보다 장기적으로 지속되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담뱃값 인상분에는 기존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에 더해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건강증진부담금 비중을 14.2%에서 18.7%로 확대하고, 추가로 확보한 재원은 금연지원 사업에 전폭적으로 쓰여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담뱃값 인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서민 부담 가중과 ‘우회 증세’ 논란도 만만치 않아 담뱃값 인상을 두고 국회에서 상당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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