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태석 신부의 ‘사랑해 톤즈’는 힐링과 희망의 메시지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는 고 이태석 신부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사제의 길을 택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아프리카의 수단 아이들의 아버지로 살아간 이태석 신부 그는 수단에서도 가장 작은 마을 톤즈에서 학교와 병원을 짓고 세상에서 버림받았던 한센병 환자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해 마흔 여덟의 젊은 나이로 선종했다. 이 신부는 톤즈에서 유일한 의사이자 선생님이었다. 가난하고 병들고 버려진 아이들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동시에 학교도 짓고 기숙사도 지은 건축가이기도 했다. 그 아이들의 눈에 비친 그는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산타클로스였을까, 마법사였을까. 아무튼 그는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었다. 전쟁과 죽음, 그리고 배고픔으로 이미 감정이 메말라버린 아이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준 이태석 신부, 그의 죽음을 들은 아이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치러진 이태석 신부의 장례식에 참석한 1,500여 명의 사람들은 모두 그와 일면식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들이 와서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고 슬퍼해 주는 걸까.’ 나는 한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가 옛 위인이었다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인이니까, 시대가 다르니까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당연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 이태석 신부와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연배의 사람이다. 나 같으면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그는 부와 명예를 다 버렸지만, 결국 그는 가장 큰 부자이고 가장 명예로운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를 잊지 않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있고, 그를 생각하며 희망을 가지는 또 다른 삶이 있기 때문이다.

치유와 힐링의 가족뮤지컬 ‘사랑해 톤즈’

▲ 러브아트 ENT 심은숙 대표
‘울지마 톤즈’ 그 두 번째 이야기 뮤지컬 ‘사랑해 톤즈’가 오는 8월8~15일까지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교황의 방문과 때를 같이 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랑해 톤즈’는 ‘울지마 톤즈’보다 한층 더 감동적이고 희망찬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태석 신부로 더블 캐스팅 된 바리톤 조봉현 교수와 배우 박영록 씨, 그리고 제작자인 러브아트 ENT 심은숙 대표를 만나기 위해 상명아트센터를 찾은 날에도 연습은 한창이었다.
심 대표는 “우리 뮤지컬은 만 7세 이상이 관람할 수 있는 가족 뮤지컬입니다. 요즘처럼 사회가 척박하고 흉흉한 소식이 많을 때, 좀 더 따뜻하고 사랑 충만한 뮤지컬로 치유와 힐링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창작 뮤지컬 제작자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열정적인 문화예술인이다. 창작 뮤지컬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던 시절, 그 척박한 고행길에 스스로를 몰아넣고도 행복했던 그녀다. 심 대표가 닦아놓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이러한 창작 뮤지컬들이 발붙일 틈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그녀는 ‘사랑해 톤즈’를 제작하면서 진정 이태석 신부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이태석 신부가 수단의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쳤듯, 자신도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물꼬를 터 주기로 했다. 그가 하지 못한 일 중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심 대표는 재능기부 기관을 설립해 아이들을 교육하고 멘토멘티를 연결시켜 주어 재능을 키우는 일을 할 계획이다.
예로부터 문화가 융성해야 나라가 밝아진다고 했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도 문화가 발달하면 마음이 여유롭고 행복하다. 심 대표는 ‘사랑해 톤즈’의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이러한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태석 신부 역을 맡은 조봉현 교수는 현재 상명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번에 그 학생들과 함께 공연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바리톤으로, 교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이지만 이태석 신부에 대해 깊이 파고들수록 더욱 혼란스럽다고 했다. 자신도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이태석 신부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들은 가히 문화적인 충격이라고 했다. 조봉현 교수는 “완전한 이태석 신부가 되기 위해, 나의 목소리로 그가 전하고픈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이태석 신부로 더블 캐스팅 된 조봉현 교수 / 야인시대의 배우 박영록 씨가 뮤지컬에 도전한다.
조 교수와 함께 이태석 신부 역에 더블 캐스팅 된 사람은 배우 박영록 씨다. 야인시대에서 형님의 이미지가 너무나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각인되었던 그가 이태석 신부로 캐스팅된 것이 의아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굵고 신뢰있는 목소리로 한 때 음반을 출시하기도 했다. 노래와 연기가 어우러진 그가 지난 시간의 공백을 깨고 이태석 신부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평소에도 노래와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던 배우 박영록 씨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다시 활발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단숨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인기가 공허한 메아리이고 부질없음을 알 만큼 시간이 흐른 지금, 배우 박영록 씨의 연기에는 삶의 중후함과 여유로움이 녹아있었다. 이러한 열정을 모아 이태석 신부로 재탄생한 배우 박영록, 그에게는 야인시대의 형님보다 신부의 이미지가 더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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