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라는 화두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 표현

예술이라는 장르가, 특히 순수예술이 때때로 우리와 멀리 떨어진 섬처럼 느껴지는 것은 예술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창작자 혼자만 만족하고 이해하는 예술은 절대로 예술이 될 수 없다. 창작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예술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서양화가 김선희 작가는 줄곧 ‘추억(Memory)’이라는 큰 화두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해 왔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무구한 상상력으로 표현해내며 예술이 예술가의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리다

▲ 서양화가 김선희 작가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무구한 상상력으로 표현하며 대중과 소통한다.
김선희 작가의 화두이자 대표작이기도 한 ‘나의 추억 속에서(In My Memory)’ 시리즈는 빨강, 노랑, 파랑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생명과 자연 위에 우리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그린 작품이다.
“‘나의 추억 속에서’ 시리즈는 인간의 애환과 고뇌, 고통을 담고 있다. 삶의 평범한 이야기를 한 폭의 캔버스에 솔직하고 진실하게 표현했다. 음과 영, 대·소, 점·선·면을 통해 형태 자체보다는 그 형태 속에 감춰져 있는 내면의 세계와 정신적인 행복을 표현하는 동시에 묘사의 구속에서 벗어나 좀 더 단순화시키면서 내면의 세계에 충실하고자 아크릴을 사용하고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 즉 삶의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김선희 작가는 그래서 그 진솔한 마음을 캔버스에 담고 있다. 평면적인 화면에 입체감을 표현하고,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추억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단순하고도 추상적인 잠재력이 표출되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을 두고 프랑스의 평론가 모니카 수이는 “그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 인간의 애환을 승화시키려는 자기만의 철학이 깃들여 있다”고 평했다. 또 모니카 수이는 “동양적인 정서와 사고의 바탕을 둔 작가 김선희는 서구의 관념적 미학에 접하면서 그 나름대로 숱한 고뇌 속에 창조와 변화를 거듭하면서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시각적 변화에 도전하는 그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다”면서 “삶의 고통, 고뇌, 고함을 하나의 붓끝과 색깔로 끌어내는 그녀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한 장르에 새로운 기틀이 형성될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선희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작업에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는 나의 작업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환상에 젖고 싶다. 존재하는 희로애락과 나의 추억들을 한데 승화시켜 진솔하게 담백하게 풀어내며 꼬인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항상 추억 속에서 꿈과 함께 하며 진솔한 삶에 빠져 든다.”

예술을 통한 사회봉사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솔직한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김선희 작가는 예술을 통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도 항상 고민한다. 그리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꽤 명확했다. 예술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봉사라는 것. 가수가 노래로, 요리사가 음식으로 행복을 전하듯 그림을 그리는 자신은 예술로 소통하고 예술로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봉사라는 설명이다. 그 봉사의 일환이 서초문화원 활동이다.
김선희 작가는 서초문화원 부원장으로 활동하며 주민들에게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제공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서초문화원은 2009년 출범한 지역문화단체로 지역전통문화 발굴·조사·보존, 지역문화행사 개최, 문화교육활동, 지역전통문화 교류 등 다양한 문화산업을 전개하고 있다. 구민과 문화가 함께 교감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초문화원은 우리 사회의 양질의 문화를 전달한다는 사명감 아래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시간과 돈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예술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하는 김선희 작가는 이것이 바로 예술로 할 수 있는 사회봉사라고 덧붙인다.
이에 김 작가는 매주 금요일 오전 서초구민회관에서 수년째 서양화를 가르치고 있다. 그림을 사랑하는 수강생들의 능력과 수준에 맞게 강의를 실시하며 교감하고 있다.
“문화는 일종의 행동양식이다. 진정한 예술은 그 문화의 뿌리이자 한 시대를 살고 있는 민족의 공통된 물질적, 정신적 소산을 이끌어낸다. 때문에 문화의 발전은 사회 전체의 문화적 발전은 물론 삶의 질적 발전을 이끈다.”

▲ ‘나의 추억 속에서(In My Memory)’ 시리즈는 빨강, 노랑, 파랑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생명과 자연 위에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그린 작품이다. 음과 영, 대·소, 점·선·면을 통해 형태 자체보다는 그 형태 속에 감춰져 있는 내면의 세계와 정신적인 행복을 표현하고 있다.

예술은 나아가 국력이 된다
김선희 작가는 한·중 수교 14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2월1일부터 10일까지 동방문화예술협회전시실에서 열린 근대미술교류대전에 참여했다. 한국과 중국 입상작 50여 점이 전시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은 이 전시 마지막 날 김선희 작가는 삶의 평범한 이야기를 닮은 추억 시리즈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수차례의 개인전과 미술대전, 프랑스 LIM 아트페어 등의 참가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선희 작가는 “예술은 가치를 책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예술은 인성을 만들고 삶의 가치를 발견하며 더 나아가서는 국력이 되는 소중한 가치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의 치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림과 문화를 연계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기획 중이다. 그림이 어려운 예술작품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한 축으로서 마음의 회복제가 되고 성장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훗날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예술과 문화가 만나는 공간이 될 이 미술관은 김선희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의 가치가 가장 잘 구현될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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