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자사고 폐지’ 두고 서울 자사고 교장단 법정 대응 불사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정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지역 자사고 교장들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드는 게 핵심 공약인 만큼 정말 확고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자사고 정책을 대대적으로 전환하는 것도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들기 위한 부분 정책이기에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자사고 교장들은 “자사고 폐지·축소 정책이 하나라도 실행에 옮겨질 경우 모든 방안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란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자사고 정책논란은 지난 6월4일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진보교육 시대’가 열리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공통적으로 ‘교육혁신’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교육정책에 있어 지각변동이 있을 거란 예상은 있어왔다.
진보 교육감들이 공동으로 내건 공약 중 핵심은 혁신학교 확대다. 진보 교육감들은 일찌감치 혁신학교 확대 계획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서울의 경우 현재 67개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하며 임기 내 200개까지 혁신학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사고는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자사고를 없애고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 역시 진보 교육감들이 내세운 공동 공약이기 때문이다.
자사고란 기존의 자립형사립고보다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 발전시킨 것으로 정부 규정을 벗어난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립학교 모델이다.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교과과정 등을 확대한 고등학교다. 대부분 시험을 봐서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좋은 만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일반고보다 많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로부터 출발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정됐다. 오는 8~9월이면 전국 자사고 49곳 중 절반가량인 25곳에 대한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자사고는 5년마다 교육과정에 대한 성과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사고가 가장 많이 자리 잡은 서울의 경우 올해 14개 학교가 운영평가를 통한 재지정 여부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조희연 교육감은 ‘일반고 전성시대’를 구호로 내걸고 “자사고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교육 경쟁을 초래한 정책”이라며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7월14일 시교육청에서 열린 자사고 교장 25명과 간담회에서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확고하게 추진할 생각”이라며 “자사고 문제도 이러한 방향의 큰 틀에서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반 고등학교가 황폐화하고 있다. 이 황폐한 일반 고등학교를 살리기 위해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게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사고 안에서도 사정이 다르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어려움이 있거나 신입생 충원이 안 돼 어려움을 겪는 자사고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사고에 대한 일반고 전환을 위한 지원책과 정책방향에 대해 밝히고 (교장들의) 의견을 취합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의 경우 기존의 서울형 중점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원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진보 교육감들도 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공개 지지했다.
이들은 “교육격차를 양극화하는 등 공교육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문제가 있는 자사고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진보 성향의 교육시민단체들은 ‘특권학교 폐지·일반학교 살리기 서울 공대위’를 발족하고 “자사고 운영 5년 만에 교육 생태계가 끔찍하게 망가졌다”며 자사고 정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또 “고교 유형별 서열화·교육차별이 뚜렷해졌고, 이는 고스란히 교육양극화, 사회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연장을 곧 바로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사고 교장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보교육감들의 핵심 공약이었던 자사고 축소·폐지가 가시화되자 자사고 교장들은 학부모들과 함께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했다.
지난 7월21일 서울 지역 25곳의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자사고교장협의회는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말살 정책 중단 △공교육 영향평가 중단 등을 요구하며 “자사고 폐지·축소 정책이 하나라도 실행에 옮겨질 경우 모든 방안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자사고를 폐지해야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들 수 있다는 조희연 교육감의 인식에는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큰 오류가 있다”며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0년 도입 이후 자사고는 긍정적이며 가시적인 교육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자사고보다 외고와 국제고, 과학고, 특성화고 등이 일반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자사고만을 억압하는 것은 정치 진영논리에 입각한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이미 2000년대에 붕괴되었고 일반고의 문제해결을 위해선 학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에 새로운 활력을 찾아주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 문제는 각 학교와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재지정 취소가 이뤄지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사고 교장들은 지난 7월14일 조희연 교육감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이 단순히 자사고라고 볼 수 없다”면서 “자사고 지정 취소 시 단위학교와 반드시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반발했다.
특히 자사고 재지정 평가 이후 실시되는 2차 평가에서 ‘공교육 영향평가’ 항목이 추가된 것에 대해 “정상적으로 끝난 평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육감이 다시 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자사고만 폐지하면 위기의 일반고 회생한다는 단순논리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일반고 지원방안 마련해야 한다”며“교육부는 ‘강 건너 불구경’ 말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해 5년간 최대 14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7월17일 ‘일반고 전환 자사고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행정·재정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원 방안에 따르면 자사고로 입학한 학생들에 대해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보장하는 대신 학생들이 희망할 경우 과도기적으로 ‘서울형 중점학교’ 과정 운영을 지원한다.
서울형 중점학교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학생의 희망과 진로에 따라 인문·사회계열(외국어, 인문학, 신학 등), 예술·체육계열, 자연계열(과학 등)으로 나뉘게 된다. 중점학교Ⅰ형은 복수의 중점학급을, 중점학교Ⅱ형은 단수의 중점학급을 운영하며 각각 시설·기자재 비용과 운영비 등의 예산을 5년간 14억 원과 10억 원씩을 지원받는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중점학교Ⅲ형은 시설비를 포함한 예산 10억 원을 5년간 받는다. 이와 함께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가 원할 경우 혁신학교 지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서울형 중점학교와 혁신학교 예산의 중복 지원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시교육청은 자사고 중 일반고로 전환되는 해당 학년에 대해 재정결함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가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며 “사립고의 건학이념과 특색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사고 교장들은 “매년 1억~3억 원씩 5년 동안 지원한다는 것은 학교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청의 사탕발림일 뿐”이라며 “중점영역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교육감이 주창하던 ‘평등교육’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년간 수십억 원에 가까운 지원을 해왔는데 교육청이 매년 1~3억 원 지원하는 것만으로 자사고들의 우수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허탈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김용복 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실제로 필요한 금액은 1년에 (일반고와 등록금 차이가) 1인당 한 320만 원 가량으로 정원이 400명이면 1개 학년에 필요한 돈이 12억 원이다. 첫 해에는 2개 학년이니 합쳐서 25억 원이고, 두 번째는 한 12~3억 정도가 된다. 합쳐서 거의 한 2년 동안 40억 원 가량을 지원을 해줘야 된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청에서 제시한 금액은 14억 원인데 이거 가지고는 교육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에 자사고 교장들은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해 5년간 최대 14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지난주 시교육청이 제시한 지원 방안을 전면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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