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낮추고 방하착(放下着)하면 삶의 길이 열립니다

종교가 흔히 절대적인 권능을 가진 창조주나 신을 상징하고 그를 믿고 의지하며 그 신에게 빌어 자신의 행복을 구하고자 하는 점에서 볼 때 불교는 어쩌면 종교가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방식이나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법(法)에 대한 믿음과 구원이나 진리, 마음의 평화를 얻는 종교의 목적에서 같다는 점에서 불교도 종교임에 틀림없다. 이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지역민들을 위해 보시를 하고 있는 스님이 있다. 경남 함양에 위치한 보림사의 수인스님이 바로 그다.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을 실천하고자

▲ 앞 뜰에 연꽃이 가득한 함양 보림사
불교에서 수행하는 이들은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그 어떤 나쁜 짓도 하지 말며, 착한 일은 받들어 행하고, 스스로 그 마음을 맑히는 것,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의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해 힘든 수행을 하고 있다. 수인스님 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은 중생들에게 설파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신과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고 또한 모든 사람들을 스승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개개인이 부처이기에 모든 사람들을 스승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거죠. 즉, 모든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무소유(無所有)’를 실천하라는 것은 무리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조차도 ‘무소유’의 실천에는 고행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인간에게는 소유욕만큼 억제하기 힘든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공유(共有)’의 개념을 개입시키면 소유욕도 억제시키지 못하란 법도 없다. 곧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보시’가 그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스님 역시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보시를 통해 중생 구제에 여념이 없었다.

걸어서 가는 도심속의 포교당-보림사
함양군 포교당 보림사(寶林寺)는 1910년에 일제강점으로 인해 피폐해진 민족정기와 혼을 되살리려는 백용성 조사(白龍城 祖師)의 뜻에 따라 당시 지리산 벽송사에 주석하던 동운화상(東雲和尙)이 함양읍에 민가를 구하여 인법당으로 개조한 후 불법홍포와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시교당으로 창건하였다. 암울한 시대에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던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태로운 시기에 실로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 전당이었다.
희망은 사람들의 간절한 원을 담아내어 청정무구한 땅이 되었으니, 그것은 전각의 당당한 위엄이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종묘의 위상으로 일군 성과가 결코 아니다. 학교도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보림사는 유치원을 개원하여 대한민국의 희망인 어린이들에게는 배움의 전당의 역할도 하였다.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더불어 남북분단, 그리고 이념의 대립과 갈등의 처절한 틈바구니에서 보림사는 오직 주민의 평안과 희망을 주는 곳으로 상처받은 중생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중생들의 안식처를 자처한 보림사는 해인사 포교당으로 편입되어 지금까지 끝임 없는 중생구재의 장이 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쉼터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기존의 기복신앙 영향으로 단지 절에 와서 부처님께 삼배만 올리고 기도를 드린다고 해서 복을 받는 것은 아니며 평상심을 가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선한 마음으로 생활하며 탐(貪)진(瞋)치(痴)를 버릴 때 비로소 복을 받을 수 있다고 전하는 스님.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방해가 되는 탐욕과 진에, 우치를 삼독이라 합니다. 또한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얽혀있는 온갖 번뇌, 갈등, 원망, 집착 등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방하착(放下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완벽한 삶은 ‘하심(下心)’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수 십년간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면서도 정작 본인은 낡은 장삼 하나밖에 없지만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며 끝없는 사랑과 정성을 쏟아 붓는 수인스님이야말로 이 시대의 살아있는 작은 부처가 아닐까 싶다.  

▲ 대웅전 천장에 모신 불상과 내부 모습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