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과 시련 겪고 ‘나눔 전도사’로 발돋움한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는 말 나오지 않았으면...나눔 가득한 사회 되길”

[시사매거진=홍승표 기자] 한기범희망나눔재단의 한기범 회장은 영광과 시련을 동시에 겪었다.

농구 선수로서는 207cm의 큰 신장으로 '고공농구 시대'를 열며 실업농구 기아자동차가 '농구대잔치 왕조'를 이룩하는데 주춧돌 역할을 한 스타플레이어였다. 또한 은퇴 이후에는 지도자, 방송인, 사업가로서 성공과 어려움을 동시에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기범 회장에게는 시련이 찾아왔다. 심장 등 대동맥 이상질환인 '마르팡증후군'이 그에게 온 것이다. 이로 인해 한 회장은 생사를 오가며 큰 심장수술을 2차례나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밝은 모습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한기범 회장은 사회에서 심장병 어린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지난 2011년'한기범희망나눔'이라는 재단을 세웠다. 한기범 회장은 그의 젊은 인생을 바쳐온 농구와 접목한 다양한 자선행사를 펼치며, 그에게 고통을 줬던 '심장병'이 걸린 어린이들에게 '나눔을 통한 사랑'을 전달했다. 재단이 출범한지 7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포츠 자선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본지는 한기범 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인생 이야기와 실시하고 있는 자선사업, 앞으로의 목표 등을 간단히 들어보기로 했다.

한기범 한기범희망나눔 회장이 인터뷰 당일 한 카페 앞에서 멋진 포즈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박성호 기자>

요새 어떻게 지내셨는지

며칠 전 3X3 농구대회로 해외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또한 연예인 자선농구대회 등 다양한 자선행사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은퇴 시기와 지도자시절, 사업가 시절 이야기가 궁금하다

프로농구 본격 출범 한 달 전에 은퇴를 선언했다. 걸을때마다 발목이 너무 아팠다. 이전 농구대잔치 시즌에도 진통제를 맞아가면서까지 뛰었지만 통증이 매우 심해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아쉽게 코트를 떠나게 됐다. 은퇴를 하고 난 후에는 구로고등학교와 중앙대 코치를 맡았다. 중앙대 시절 가르쳤던 제자가 김주성(전 DB)과 송영진(전 KT) 등이다. 특히 현역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포지션이었던 김주성에게 코치로서, 선배로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2000년대에는 '키크기'와 '탈모샴푸' 관련 사업을 했었다. 당시 전문가들을 모시고 '키 크는 법'에 대한 공부에 심취하는 등 '키크기' 사업의 성공을 위해 매진했었다. 어떠한 사업이 그렇듯이 대박도 났지만 어려움과 실패도 찾아왔다.

'마르팡 증후군'으로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마르팡 증후군은 50% 이상의 우성 유전 확률이 있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마르팡 증후군으로 돌아가셨다. 남동생도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도 걸린 것을 알았을 때 의사조차도 희망이 없다고 했다. 수술을 2번 받았는데 특히 두 번째 수술을 받을 때 사업이 실패한 시기와 맞물렸다. 어려움 끝에 한국심장재단에 도움을 청했고 수술비를 지원받은 후 무사히 잘 마쳤다.

투병 생활을 이겨내신 것이 재단 설립의 결정적 의미로 작용했는지

수술을 마친 후 주변 고마운 분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도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과 혜택을 받았고 이를 꼭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이 농구인데 당시 농구와 관련된 자선단체 또는 행사가 없었다. 축구같은 경우는 홍명보 선수의 '소아암돕기' 자선축구대회 같은 행사가 있었다. 그래서 지인들과 끊임없이 의논한 결과 직접 해보자고 결심했다.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러나 어려움을 거치며 성공적인 자선행사로 발돋움했고, 자선모금기금을 내가 겪었던 심장병을 겪고 있는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기부했다. 심장재단과 더불어 한국선천성심장환우회 등에 기부해 심장병 환우들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한기범 회장은 자선농구대회 희망농구올스타를 개최하며 심장병에 걸린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있다 <사진제공=한기범희망재단>

'한기범희망나눔' 재단에서 추진중인 사업에 대해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이 재단에서 추진하는 기본적인 사업이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농구 꿈나무 후원을 위한 범위까지 확대했다. 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지원은 주변 기업이나 지인들을 통해 후원을 받고, 1년에 2번 하는 자선농구대회 '희망농구올스타'를 개최하며 수익금을 갖고 돕고 있다. 농구 꿈나무 후원은 학교 엘리트 선수들을 추천받아 장학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후원 같은 경우는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이 농구인 만큼 농구교실을 열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농구교실의 경우 선수 출신의 후배들로 강사를 구성해 보다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농구수업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현대차 정몽구 재단으로부터 지원받는 온드림스쿨 체육교육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1인 농구교실'을 열기도 했다.

전국 초등학교 순회 농구교실이라...열정이 대단하시다

하하하. 전국 50개 학교를 다녀왔다. 본인이 안가도 되지만 이 또한 나눔이기 때문에 당연히 직접 학교를 방문했다. 경기도 연천에서부터 전라남도 해남, 심지어 제주에 있는 학교까지 농구교실을 원하거나 요청하는 초등학교는 전국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찾아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좋았다. 또 '나눔'의 진정한 가치도 깨달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 등을 어린이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것 또한 나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재단의 모토가 '희망나눔'인데 귀중한 가치를 얻으신 듯 하다

물론, 돈으로도 베풀 수 있고 이 외에 물질적인 것으로도 베푸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재능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 그것이 최고의 '나눔'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베풀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양한 자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깨달았지만, 전국 학교를 돌아다니며 이를 몸소 실천했을 때 더욱 '나눔'이라는 가치가 몸에 와 닿았다.

자선농구대회 '희망농구올스타'가 2011년 개최된 이후 13회째 열렸다.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처음 개최했을때는 부족한 점과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러나 규모가 점점 커진데다가 참석하는 연예인들의 행사를 자선대회에서도 벤치마킹하며 이제는 틀이 확실히 잡힌 듯 하다. 연예인 또는 관계자들도 규모나 대회에 대해 극찬하고 있다. 또한 농구팬을 비롯한 시민들도 '한기범이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매우 뿌듯하고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잊지 않고 매 대회마다 찾아주는 선수들과 연예인 친구들에게도 고맙다.

한기범희망재단에서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3X3 농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기범희망재단>

3X3 농구대회도 개최했다고 들었다

3대3 농구의 열풍에 힘입어 3X3 농구대회도 1년에 4회씩 개최하고 있다. 3X3 농구대회같은 경우 우리 재단에서 참가비를 걷지 않고 전부 무료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인 '나눔'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이나 여러 기관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있고 우승팀에게도 장관상, 교육감상 등을 시상하고 있다. 대회 한 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55게임정도 하고 초중고별로 나눠 경기를 해 청소년들의 참여 열기도 매우 높다.

재단에서 주관하는 농구교실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린다

두 가지의 농구교실이 있다. '유료'로 진행되는 농구교실은 우리 재단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농구 지도를 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내 이름만 빌려준 것이다. 우리 재단에서 하는 '한기범농구교실'은 '무료' 농구교실이다. 특히 문제가 있거나 어려움에 처한 아이, 청소년재단에서 관리받는 아이들 등 위기아동 및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농구를 가르쳐 주고 있다. 농구를 통해 청소년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건전성 확립과 더불어 바람직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청소년재단같은 경우는 의정부와 중구, 금천구 등 5개 지역과 연계를 하고 있다. 

재단을 운영하시며 가장 이루고 싶은 특별한 목표는

늘 우리가 후원금 또는 지원금으로 운영하다 보니 안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따라서 경제적인 안정을 갖춘 재단으로 가는 것이 우선이다. 분명히 후원금으로는 재단 운영에 한계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주위에서도 다들 수익사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따라서 최근에는 자선사업뿐만 아닌 수익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내가 잘 하는 분야가 '농구'이기 때문에 선수, 코치시절 노하우를 모두 담아 2년동안의 집필 과정을 거친 농구 이론서를 시중에 내놓았다. 아울러, 재미있게 농구를 배울 수 있는 '농구 동영상'도 제작했다. 제작 과정에서 남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모두 직접 작업했다. 이러한 수익사업에 대해 많이 알리고 노력하는 단계다.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외에도 과거 '도전 지구탐험대'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하며 오지의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물질적으로 엄청난 것을 주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곳에서 농구를 통한 재능기부 등 가지고 있는 내에서 최대한 나눔봉사를 하고 싶다.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한기범 한기범희망나눔 회장 <사진=박성호 기자>

인간 '한기범'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재단이 추구하는 모토랑 똑같이 '나눔'이다. 무언가 있는 사람들은 사람들과 같이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지금 꼭 하고 싶은 말은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나눔' 문화가 확산되는 가치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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