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10대들의 성문화, 이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때…
중학생 6명 가운데 1명(16.6%)은 키스한 경험이 있고,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1명(10.7%)은 성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가 한국교육 개발원과 호서대 김혜원 교수 팀에 각각 연구 의뢰한 ꡐ국내 중․고생의 성의식과 성교육 실태ꡑ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이번 조사는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성 행동에 관한 한 10대가 급속도로 개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대들의 미혼 임신에서 낙태까지
이성 친구와 어떤 행동을 해 보았느냐고 물은 결과 중학생 가운데 절반(44.6%)가까이는 손을 잡아 보았다고 대답했고, 키스(16.6%)와 포옹(15.9%)을 경험했다는 중학생도 6명 중 1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에 이르면 이를 경험한 학생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렀다(52.4%). 중학교 때만 해도 극히 드문(2.4%)성 경험자는 고등학교 들어 10.7%로 급증했다. 성 경험은 여학생(8.1%)보다 남학생(13.5%)이 1.5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첫 경험 상대자는 사귀는 이성 친구(74.4%)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과 첫 경험을 했다는 응답자도 16.3%에 달한단. 이른바 ꡐ원조교제ꡑ 현상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고생의 1.5%는 돈을 받고 성 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흥미 있는 것은, 남고생 또한 1.1%가 돈을 받고 성 관계를 맺은 일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ꡐ역(逆)원조교제ꡑ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돈을 주고 성을 산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ꡐ그렇다ꡑ는 응답자가 0.7%, 상대를 임신시킨 일이 있다는 남고생과 스스로 임신한 경험이 있다는 여고생은 각각 2.2%와 10.8%였다. 여기에서 문제는, 성 경험이 있다는 여학생(8.1%)보다 임신한 적이 있다는 여학생의 비율이 2.7% 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기혼자의 낙태율이 더 높았지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미혼 임신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미혼모의 비율도 1984년에는 10대가 24.9%였던 것이 1998년에는 50%로 늘었다. 10대 낙태의 가장 큰 문제는 낙태를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10대끼리 성관계 후 임신이 되는 경우 관건은 ꡐ어떻게 낙태 수술비를 마련할 것인가ꡑ로 귀결된다. 낙태는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남긴다. 여학생들은 낙태 수술을 받고 깊이 반성해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ꡐ이제 나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ꡑ고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안모양(19)은 지난해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은 후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임신한 사실을 남자 친구에게 알리자 남자 친구는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발뺌했다. 안씨는 결국 낙태 수술을 받고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10대는 무성(無性)적인 존재?

아이들을 성욕을 가진 성적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성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박현이씨(서울YMCA청소년성문화센터 팀장)는 말한다. 그들의 성적 욕구를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해방감을 느낀다. 10대가 성 충동이 가장 강한 시기임을 부인하는 기성 세대는 없다. 게다가 짜 놓은 사회 규율은 10대 성적 욕구가 없는 존재, 무성(無性)적인 존재로 취급하고 있다. 이같은 모순 속에서 아이들은 숨이 막힌다.
음지에서 성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아이들은 성을 ꡐ좋은 것/나쁜 것ꡑ ꡐ깨끗한 것/더러운 것ꡑ의 흑백 잣대로 재는 데 익숙해진다. 자위행위로 성욕을 해소하는 것이 ꡐ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ꡑ이 되는 것이 아니라 ꡐ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나쁜 행동ꡑ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성욕의 실체도, 성욕을 조절하는 법도 이들은 잘 알지 못한다. ꡐ100일 축하즈음까지 키스 안해 본 커플이 비정상ꡑ일 만큼 현실은 앞서가고 있건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서로의 욕구가 다른 것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성에 대한 주관이 비교적 뚜렷한 여학생마저 ꡐ남자친구가 원해서ꡑ ꡐ남자친구한테 미안해서ꡑ 일방적인 성적 욕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포르노=비공식적 성 교과서
ꡐ소년들의 비공식적 성 교과서ꡑ 포르노는 이제 초등학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등학교 4~5학년께 시작해 중학생때 정점을 이루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약간 시들해지는 것이 남학생들의 포르노 시청 형태라고 김현수 박사(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소년들은, 어른들이 믿는 대로 단순히 성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포르노를 보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고 청소년 문화 연구가 엄기호씨는 주장한다. 아이들이 진부하고 식상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한,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 포르노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 세대는 흔히 포르노가 모방 범죄를 충동질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생각한다. 음란물 중독 현상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포르노를 통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 문화를 10대가 흡수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엄기호씨는 지적한다. 곧 포르노는 모든 성행위를 남성 성기 중심으로 이해하게 만들며(남성이 사정함으로써 포르노는 끝난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 그뿐인가 포르노를 보며 소년들은 어느새 이런 행위를 같이할 여자(매춘 여성․하룻밤 상대)와 해서는 안될 여자(아내․연인)를 구분한다. 이중적이고, 성차별적이고, 퇴폐적인 기성 세대의 문화는 이렇게 재생산의 순환 회로를 밟는 것이다.

10대들의 성이 남용되어간다.

10대의 성은 세대 내에서는 수평적 관계를, 세대 밖에서는 수직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들의 성은 세대 내에서는 ꡐ남용ꡑ되고 있고 세대 밖에서는 ꡐ거래ꡑ되고 있다. 10대가 세대 밖 사람들과 맺고 있는 성적 관계의 대표적인 양식이 바로 원조교제이다. 여고교사가 여고생과 원조 교제하고, 1백20여명의 남자와 원조 교제를 한 여고생이 나타나는 등 원조 교제와 관련해서는 이제 ꡐ갈 데까지 간ꡑ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의 양상은 육욕에 휩싸인 어른들이 10대를 부추기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ꡐ돈에 눈 뜬ꡑ 10대들이 오히려 어른을 유혹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쉽게 돈을 벌려고 했던 여학생은 성행위를 잘하지 못한다고 ꡐ어린 몸값ꡑ을 떼이거나 ꡐ학교에 알리겠다ꡑ고 협박당해 돈을 빼앗기기도 하며, 심지어 성질 나쁜 조직 폭력배를 만나 ꡐ기둥서방ꡑ으로 모시게 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몇 푼의 돈으로 10대의 성을 유린하려고 했던 어른들은 원조 교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10대의 협박에 돈을 뜯기기도 하고, 부푼 가슴을 안고 나갔다가 강도질을 당하기도 했다.

무분별한 사이버 섹스에 노출된 10대 청소년

요즘 인터넷 화상 채팅 사이트에서는 성기나 가슴을 드러내거나 자위 장면을 서로 보여주면서 성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ꡐ지금 컴으로 날 받아줄 여 고딩만ꡑ ꡐ같이 손장난할 여자분ꡑ ꡐ입었던 여고생 속옷이 보고 싶어여ꡑ 등 자극적인 문구로 파트너를 구하는 글도 자주 눈에 띈다. 사이버 섹스는 성적 대상이 구체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음란물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하다. 그런데 컴섹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이 성행위를 놀이의 연장선상에서 하면서 절제를 익히지 못하는 것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또 상대방이나를 절대로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익명성의 환상에 젖어 노출증․가학증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박사는 ꡒ성 의식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10대 청소년들이 무분별한 사이버 섹스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ꡓ라고 지적했다.
요즘 인터넷 10대 동성애자 사이트에는 만명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인터넷에 10대 동성애자 사이트에는 만명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인터넷에 10대 동성애자 사이트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1999년 여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라고 볼 수 있다. 10대들이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인정하고 자신 정체성을 받아들이게된 데에는 사회 문화적 영향이 크다. ꡐ동성애자 인권연대ꡑ 강지호(가명)사무국장은 ꡒ예전에는 동성애에 부지했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고 혐오감만 가졌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내용이 많이 알려지고 이를 자연스럽게 보는 문화가 일반화하면서 10대 동성애자들이 큰 거부감 없이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을 인정하고 있다ꡓ라고 설명했다.



10대들의 무분별한 은어 사용 <여자를 몇 접시 후려서 따먹었는지…>
청소년들이 쓰는 은어나 속어를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 의식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10대가 쓰는 은어․속어의 특징은 철저하게 남학생을 중심으로 발전해서 다분히 남성 중심적이다. 그리고 이런 언어를 통해 본 그들의 성은 너무나 가볍고 무책임하고 무절제하다. 먼저 이들에게 여자의 가치는 성적 경험의 유무와 외모의 미추로 구분된다. 성적 경험이 없는 ꡐ아다ꡑ와 ꡐ생짜ꡑ는 선호되고 ꡐ난장까고(돈 없이 이곳 저곳에서 잠자다)돌아다니면서 성적 경험을 많이 한 ꡐ후다ꡑ는 ꡐ걸레ꡑ로 배척되기도 한다.
「여자를 몇 접시(한 접시는 100명)」,「따먹었는지(성관계를 맺었는지)」,「깔쌈한(예쁘게 생긴)」,「후려서(유혹해서)」,「콩을 까면(성관계를 맺으면)」,「쌕끈녀(성적 매력이 있는 여자)」,「쪼가리(이성친구)」,「깔식(키스)」,「빠구리(성관계)」,「한코나간(겁탈당한)」,「찐따(순진한 애)」,「까대기(유혹하기)」등 10대 은어는 그들이 성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것도 나타낸다.

10대들의 성지식

성 행동뿐만 아니라 성 의식 또한 점차 대담해지고 있다. 특히 여학생의 의식 변화가 두드러졌다. 중학생 수준에서 이성간 행동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여학생들은 남학생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손잡기(46.5%)-껴안기(16.8%)-키스(13.2%) 따위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1993년 같은 내용으로 설문 조사를 했을 때만 해도 껴안기(6.0%)나 키스(3.2%)를 용인하겠다는 여학생은 훨씬 소수였다. 문제는 개방된 성 의식에 비해 10대의 성 지식이 지나치게 얕다는 사실이다. 성 경험이 있는 고등학생 중 피임을 해 보았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5.8%에 불과했다. 성 지식을 측정하는 문항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6.50에 불과했다.

10대의 성, 철저한 개인주의 사고로 부터…

내몸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이 10대의 성에 접근하는 첫 관문이다. 기성 세대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순결에 목숨을 걸었나. 상당수 여성이 ꡐ엄마 때문에ꡑ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몸을 잘못 놀리면, 엄마로 상징되는 나의 준거 집단이 상처를 입는다. 이러한 집단주의적 가치관에 입각해 기성 세대는 성적 욕망을 억압했다. 그러나 10대는 다르다. 송재희씨(초암교육문화원장)가 표현한 대로, 이들의 사고는 ꡐ소름끼칠 만큼ꡑ 개인주의적이다. ꡐ10대에게 성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육체적 접촉은 일절 불허? 아니면 손잡기, 어깨동무까지만 허용?ꡑ 이런 어른들의 논의를 아이들은 가차없이 비웃는다. ꡒ어른들이 선을 어떻게 긋든, 그것은 우리들이 알아서 결정한다ꡓ라고 김호정양(ㄷ고2년)은 잘라 말한다. ꡐ내 몸ꡑ을 생명의 도구로 사용하든 쾌락의 도구로 사용하든 그것은 내가 결정할 따름이다. 일부 10대는 몸을 파는 행위조차 철저히 개인주의적 사고한다. 성을 팔든 노동력을 팔든 돈을 벌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기증 나는 세대 교체를 겪으면서 기성 세대는 신세대와 소통할 언어를 잃어 버렸다. ꡐ자녀가 배우자를 정하면, 부모는 반대 할 수 없는ꡑ 세대에 이미 진입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기성 세대는 이들의 욕망․언어․가치관을 인정하기가 여전히 곤혹스럽다. 구성애씨가 제창한 사랑․생명․쾌락의 성 담론은 그나마 현시점에서 기성 세대가 10대에 ꡐ허용할 수 있는ꡑ 최대치일지도 모른다. 단, 이것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타협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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