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력 양성 통해 미래 산업의 비전 준비”

우리나라에 전기가 처음 들어온 것은 120여 년 전. 경복궁 근정전에 미국 에디슨사의 발전기를 처음 들여온 우리나라는 불과 110여 년 만에 송전용 변압기를 미국에 수출하는 발전을 이룩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국내 중전기기 산업은 FTA 등을 발판 삼아 세계 시장을 향해 뻗어가고 있다.

▲ 35년 이상을 전기전자공학의 외길을 걸으며 학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백수현 교수.

산업기술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뿌리이자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동국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 백수현 교수는 “유럽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독일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것은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기반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국내에도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많지만 그 이면에는 중소기업들의 숨은 노력과 우수한 기술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전자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자로서 관련 학문과 산업의 가교 역할을 해 온 백 교수는 지난 1977년 동국대학교 교수로 취임했으며 2009년 대한전기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한 때 외교통상부 한·미, 한·EU 기술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35년 이상을 전기전자공학의 외길을 걸으며 학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그는 “우리의 전기전자 분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경쟁력과 신기술 역량을 지니고 있었기에 FTA를 새로운 기회로 받아드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의 전력기반시설물 인증·평가
무거운 책임감 느껴

후학양성은 물론 여러 중소기업을 살려내고 직접 창업을 하는 등 전기전자분야에 많은 기여를 한 백 교수는 지난 2012년 세계적인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의 CAB(적합성 정책이사회) 이사로 선출되는 쾌거를 이뤘다.
IEC는 전기, 전자, 컴퓨터, 통신 기술의 표준화 문제에 대해 국제적 협력을 증진하고 세계 시장의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 WTO의 지원으로, 지난 1906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창설된 국제표준화기구로서 현재 세계 162개국이 가입돼 있다.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제품은 전기전자분야의 표준화를 위해 CAB의 적합성 인증시험과 절차를 거쳐 IEC에서 인증된 제품만이 다른 나라로 수출이 가능해진다. 특히 백 교수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CAB는 인증업무를 관장하며 시장전략이사회(MSB), 표준화관리이사회(SMB)와 함께 IEC를 대표하는 3대 정책이사회로 손꼽힌다. 주로 대기업들의 수출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서 IEC는 매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해, 백 교수의 역할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백수현 교수는 지난 2012년 세계적인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의 CAB(적합성 정책이사회) 이사로 선출되는 쾌거를 이뤘다.
한편 백 교수가 선출된 제 76차 총회의 IEC 적합성평가이사회 이사 선임에는 9개국이 입후보해 4개국 대표를 선임(3년 임기)하는 역대 가장 치열한 선거로 치러졌다. 현재 이사국은 12개국이며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대한민국 전기 분야를 대표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CAB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산업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개인적인 영광과 더불어 사명감을 지니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의 말처럼 향후 2~5년 사이 CAB의 구조와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막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시스템, 신재생에너지 등이 발전함에 따라 CAB의 인증업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무역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경제와 관련된 중요한 업무인 만큼 국가와 산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계기로 우리 기술의 국제표준규격을 반영, 확대하고 국제표준화의 세계무대에서 위상 제고를 이룩해 IEC 의장 및 각 산하기구의 의장이 배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전기 분야 무한 시장 공략해야

▲ 백수현 교수는 2015년까지 자신이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국책사업 ‘친환경 전력기기 사업인력 기초트랙’ 과제에 충실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저개발 국가들은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 처해있다. 스마트폰이 고장이 나도 A/S를 받을 수 없어 기술진이 현지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방 국가에 진출할 우수한 인력풀을 갖췄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아직도 세계 인구의 3분의1은 전기가 무엇인지 모른 채 전기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만큼 전기 분야의 무한한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이에 백 교수는 다양한 대외적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인력 투자가 곧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IEC 기구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력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관료체계 중심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인재를 양성,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우수한 인력을 IEC의 SMB와 CAB 산하 각 분야에 진출토록 하여 신기술 표준화, 에너지효율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적합성 인증을 위한 각종 ‘워킹그룹’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외적인 활동 지원과 관련 전문가의 발굴 및 적극적인 활동을 이끌어 내도록 노력할 것이며 후계 전문가를 발굴, 양성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미래의 인재 양성 통해 국가 경쟁력 높일 터
친환경 전력기기 산업은 세계 전력 산업 시장의 신규 및 교체 수요의 증가로 주목받는 유망산업으로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과 함께 차세대 수출 전략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잠재력과 경쟁력을 가진 분야로 이 분야의 전문기술 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백 교수는 2015년까지 자신이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국책사업 ‘친환경 전력기기 사업인력 기초트랙’ 과제에 충실할 계획이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7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물과 식량, 에너지 부족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에너지 부족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인력 수요를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과제의 목적도 미래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있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인 과제로 인식되는 가운데 교육의 방향 전환을 통해 전문분야별 학생 수급을 조절해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18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IEC 총회까지 이사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미래 의장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백 교수는 “전 세계 각국의 기간 전력기반시설물과 전기·전자·통신 제품들의 국제인증 절차를 다루는 IEC 적합성정책 동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인력시스템과 인재 풀을 갖추어야만 국가의 미래 기술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라며 “새로운 기술 창출이 산업으로 이어지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민간분야에서 보유한 독자적 기술력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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