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정부 주도로 설립 예정이었던 한국방송채널사용산업진흥협회(가칭, 이하 PP협회)를 사업자 주도 설립 후 지원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정부가 PP협회 설립 주도권을 사업자에게 넘긴 이유는 세간의 시선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관피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협회 설립과 관련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선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도 원안대로 하고 싶지만 정부가 민간에 개입한다는 지적과 관피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방송시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정부 주도로 PP협회를 설립했을 때, 공무원들의 자리인 ‘관피아 소굴’이 늘어난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사업자들의 복잡한 속내와 PP협의회 기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가득한 상황에서 미래부의 이 같은 태도는 방관으로도 비칠 수 있다.

PP협회 창설, 협의회 기금 이동 문제
PP협회의 원만한 창설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우선 PP협의회의 기금 문제를 꼽을 수 있다. PP협의회는 케이블TV방송협회에 소속됐으며, 케이블TV협회 내 103개 채널의 방송채널용사업자(PP)가 등록된 상태다. 이들은 PP협회 설립을 위해 PP협의회에 포함된 기금을 이동시켜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PP협의회에서 분리되는 문제는 민감한 사안으로 거론된다. 케이블TV방송협회 규정에 따르면 기금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총회에서 전체 회원사의 2/3 찬성이 필요하다. 케이블TV방송협회에 소속된 법인 수의 경우, PP는 62개·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92개다.
아울러 플랫폼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 PP 입장에서는 SO가 포함돼 있는 기존 조직에서 이탈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도 우려 요인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불공정 행위가 드러난다면 SO 또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재허가 때 의무를 많이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서도 “암묵적으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 놓은 정부, 사업자 통합 어려워
자율적으로 사업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PP협의회에 소속된 PP와 소속되지 않은 PP, 종편과 홈쇼핑 채널 등 각각 흩어진 상태라 한 곳에 통합시키기도 어렵고, 주도적으로 나서는 사업자도 전무하다.
미래부는 PP협의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PP협의회는 7월22일 30여 개 PP들과 워크숍을 통해 PP협회 설립을 포함한 정부의 PP산업 발전전략의 구체적 이행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회원사를 이탈시켜야 하는 입장인 PP협의회가 정부의 뜻에 적극 동참할 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인데도 정부는 적극 지원할 테니 우선 사업자들이 알아서 협회를 설립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래부, 구체적 안 제시는 아직
미래부는 관련 사업자들의 출연금 및 PP수신료 배분액 중 일부를 협회 운영재원으로 충당하고, 2015년 상반기 내 협회를 창설할 예정이다. 예산은 2016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며 PP 지원 및 PP협회 운영 관련 구체적 방안은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지난해부터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준비했음에도 불구, PP협회 관련 구체적 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케이블TV를 포함해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 등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와중에 PP들의 협상력 강화와 정부 지원으로 콘텐츠 진흥을 이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PP협회 설립은 중요한 역할을 지닌다. 이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기구로 PP협회를 구축시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잣대를 세워 삐걱거리지 않게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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