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적 거시정책으로 경기활성화에 총력…내수활성화·민생안정·경제혁신에 집중

올해도 여전히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경제 회복에 불을 지피기 위해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지난 7월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부양 위해 재정·금융 41조 원을 투입 하는 등 과감한 재정·금융 정책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확장적 거시정책 카드를 내놓은 것은 세월호 사고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경기 회복세가 위축돼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 정부는 경기회복의 속도가 갈수록 더뎌지고 회복세도 공고하지 못해 당초 예상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2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비상을 이루겠다”며 “다 함께 잘사는 활기찬 경제를 만들어 ‘희망의 새 시대’로 힘차게 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의 무기력증을 조속히 해결하고 당면한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겹겹이 쌓인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면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과도한 가계부채와 낙된 서비스산업 등이 눈앞의 문제로 현실화됨에 따라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할 경우 성장과 물가,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 모두가 위축되는 ‘축소균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부의 얘기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도 세월호 사고 영향에 따른 내수부진 등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성장(3.9%→3.7%)과 물가(2.3%→1.8%)는 당초 전망보다 낮아지고,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3.4%→5.0%)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2기 경제팀에 “지난 몇 년 간의 저성장 국면을 지나 연초까지만 해도 성장 고용 등 회복세를 보였는데 세월호 사고를 기점으로 소비, 투자 등 내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여기서 다시 주저앉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긴 침체의 터널로 빠져들 수도 있다. 하반기 경제활성화를 위해 전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 발표가 경제 회복의 불씨를 다시 한 번 크게 살리고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계기가 돼야 한다. 모두가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동여매고 경제 부흥을 위해 한 마음으로 매진하기를 바란다”며 ▲내수활성화 ▲가계소득 증대 ▲경제 체질 개선 등을 당부했다.

정부가 내놓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의 중점은 내수 및 투자 촉진을 통해 경기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 경제팀이 내놓은 첫 번째 과제는 ‘내수활성화’다. 기재부는 당초 3.9%를 예상했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부터 GDP 집계 방식이 바뀌면서 0.2%포인트 가량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효과가 생긴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전망치가 0.4%포인트 가량 낮아진 셈이다. 최 부총리는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선순환구조를 정착시켜 소비와 투자 확대를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기 부양에 하반기 정책운용방향을 잡았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거시정책 패키지’는 재정 보강과 금융 지원을 합쳐 약 41조 원 규모다. 추가경정예산은 편성하지 않되 기금운용 등을 통해 11조 7,000억 원 규모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각종 금융 지원도 29조 원 이상 늘리기로 했다. 주택구입 및 임대주택 지원(6조 원)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2조 4,000억 원) ▲관광산업지원(1,000억 원) ▲농수산물 유통지원(1,000억 원) 등의 분야에 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금융 부문에서도 ▲산은·기은·수은 등의 정책금융 확대(10조 원) ▲외평기금의 외화대출 지원 확대(약 5조 원) ▲안전투자펀드 조성(5조 원)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3조 원) ▲2차 중소기업 설비투자펀드 조성(3조 원) ▲시장안정 신규발행채권 담보부증권(P-CBO) 발행(2조 원) ▲선박은행 조성(1조 원) 등을 통해 최소 29조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새로운 세출 사업을 할 수는 없지만 작년 세출 추경 규모가 5조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추경에 버금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가도록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마련했다”며 “아울러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을 조기에 추진하고 서비스업, 중소기업 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기업이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기를 다시 확실하게 살려내야 한다. 특히 내수 경기를 한시바삐 회복해야 한다”며 “관건은 결국 투자인데, 세금을 감면해주고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할 의지와 자금이 있어도 투자하지 못하게 가로 막는 나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확실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거시경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부동산 규제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완화해 주택시장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역·금융업권별로 차등 적용됐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 DTI(총부채상환비율)을 60%로 완화한다. LTV는 현재 은행·보험(수도권 50~70%, 기타지역 60~70%)과 비은행권(수도권 60~85%, 기타 지역 70~85%)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금융권에 대해 70%를 적용한다. DTI는 은행·보험(서울 50%, 경기·인천 60%)과 비은행권(서울 50~55%, 경기·인천 60~65%) 간 차등 적용을 해소하고 수도권과 전 금융권에 60%를 적용한다. 또 청년층의 경우 DTI 산정시 장래 예상 소득 인정 범위를 현행 ‘10년’에서 ‘60세(대출만기 범위내)’로 확대해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 부총리는 “LTV, DTI는 상환여력을 넘는 과도한 대출을 방지하던 본래 기능은 유지하면서 주택시장의 회복을 저해하지 않도록 지역별·금융업권별 차등을 완화하고 대출자·연령별로 탄력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8월부터 LTV·DTI 규제 완화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LTV·DTI 규제완화로 가계부채가 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금융위는 규제 개선의 효과만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적인 운용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민생 대책은 비정규직 문제 개선과 청년·여성의 고용 확대, 소상공인 지원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출연연구원의 비정규직 연구 인력은 2017년까지 38%에서 20%대로 낮추기로 했다.
비정규직의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와 노사협의회에 비정규직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비정규직 남용방지 및 차별개선 종합대책도 10월까지 마련한다.
또한 청년고용을 늘리고자 기업참여를 통해 현장수요에 맞는 인력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취업지원서비스의 질을 높일 예정이다. 여성고용을 위해 정부·지자체·기업이 힘을 모아 양질의 보육시설을 늘리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장치도 보완할 방침이다.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복지 투자도 늘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근로자복지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사내 부속의료기관을 추가하고 2015년까지 기업이 어린이집 설치용 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또한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 근로자에게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 지원대상은 월 임금 135만 원 미만에서 140만 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진흥기금의 소상공인 계정을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으로 신설해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창업~성장~재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으로 지원하고자 ‘자영업자 자생력 제고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월세 세액공제, 3대 비급여 축소, 난임부부 배우자의 출산비용에 대한 의료비 공제한도 폐지 등을 통해 서민들의 주거·의료비 등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고,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소비심리를 회복하고자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사용액의 30%까지 소득공제하고 있지만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사용분 증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액수에 대해서는 40%를 적용한다. 또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는 올해 말로 일몰 예정이지만 추가로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새 경제팀은 내수부진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고 민생을 안정시키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경제부흥을 발판삼아 ‘국민행복시대’로 힘차게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안정 위주였던 그동안의 정책기조에서 탈피해 거시정책의 확장적 운용과 주택시장 과열 억제조치 완화 등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 경제혁신을 위한 분명한 정책의지와 과감한 대응방안을 잘 담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는데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내수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은 매출액 중 내수비중이 86%에 달하고 소상공인 대부분이 내수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내수활성화를 위한 새 경제팀의 과감한 확장적 거시정책 운용 기조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지원과 통화·금융정책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와 경기회복 유도, 주식증여 특례 확대, 가속상각제도 재도입 등 세제개선을 통한 투자확대 유도,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규모 확대 및 소공인 육성 등의 방안을 주목하며 “내수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정부의 이번 경제운용방향을 두고 여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 회복의 강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으로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확장적 거시정책을 기조로 삼은 것은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내수 활성화와 민생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경제회복의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경제살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은 경제회복의 불씨를 당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경제활성화 타이밍을 놓치면 우리나라도 일본식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며 “가계 소득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민생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존의 정책을 포장하거나 선언적 수준에 그치는 등 정책 처방이 낙제점 수준이라고 혹평하며 우리 경제문제의 근원을 치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기존의 정책을 포장만 다시하거나, 대통령후보 공약 내용보다 후퇴하거나 선언적 수준에 그치는 등 정책처방 낙제점 수준”이라며 “새 경제팀은 그동안 경제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이 의지만 밝혔을 뿐 재원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주택시장 정상화라는 미명 하에 금융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 중의 하나인 가계부채 문제를 외면한 것”이라며 “규제 완화 이후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다가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바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고 우려했다.

확장적 거시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경제 전문가들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거시정책을 펴기로 한 것에 대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보다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책 수단 중 한 가지만 사용해서는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통화 금리 정책으로 동시다발적 충격을 주는 ‘아베노믹스’를 벤치마킹한 듯하다”며 “단기적으로 이런 효과가 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 없이 효과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장적 정책기조로)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은 확정적인 반면 경기가 좋아져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확률에 불과하다”며 “확률적인 것을 기대하면서 확정적인 손실을 보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을 들며 “무상복지 문제도 있고 공공기관 부채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아주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하며 “지금 경제 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분배구조 악화다. 단기 부양책을 써서 성장률을 어느 정도 올리더라도 장기적으로 분배구조 악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반면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정책 조합이 필요한 것은 맞다”며 “얼마나 효과가 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시그널(시장에 보내는 신호)적인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LTV와 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LTV·DTI가 지역별·금융업권별로 다른 점을 단순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2금융권 등의 대출이 줄고 은행권 대출이 늘어 가계부채의 구조가 긍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된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금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소득이 낮다는 것이다. 저소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가계부채 문제인데 더 늘리는 방향으로 몰고 가면서 소비를 살리겠다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칭)’에 대해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안동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인구가 20%대여서 혜택을 받는 가계가 한정돼 있고 대기업 근로자만 (기업소득환류세제에 의해) 임금 인상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얼마나 분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내수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 가계쪽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방향성은 맞지만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허문종 연구원은 “인위적으로 세금을 물려서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방법을 통해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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