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적극적 평화주의의 나라를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 각의 결정

일본의 도발적인 결정에 또 다시 나라 안팎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7월1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각의 결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이번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허용된다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채택하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전환하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일본의 결정에 우리나라 정부와 중국 정부가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일본이 자위대 창설 60주년인 지난 7월1일 오후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내각은 총리관저에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의 결정문을 의결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내각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의 결정문을 의결했다.
각의 결정문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필요 최소한도의 실력행사는 자위의 조치로서 헌법상 허용된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명시했다.
아베 내각은 집단적 자위권 각의 결정에 따라 지난 1981년 5월 ‘일본도 주권국으로서 집단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힌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내각의 답변서 채택 이후 33년여 이어온 헌법해석을 공식적으로 변경한 것이다.
헌법해석 변경은 69년 만에 이뤄진 ‘국제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서의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헌법 9조에 입각해 ‘전수(專守) 방위(오직 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한다는 내용)’를 표방해온 전후(戰後) 안보 정책의 일대 전환이다.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각의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므로 금지된다’는 역대 내각의 헌법 해석을 수정했다.
이번 각의 결정문에는 외딴 섬 등에 어민으로 위장한 외국 무장집단이 상륙한 경우 등 이른바 ‘회색지대 사태(경찰 출동과 자위대 출동의 경계에 있는 사태)’ 때 자위대가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빈틈없게 정비하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또 자위대와 연대해 일본을 방어하는 미군 부대의 장비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포함됐다. 아울러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을 거쳐 집단적 자위권 행사용인 방침을 새롭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이르면 연내에 개정할 방침이다. 한발 더 나아가 자민당의 공약 사항인 헌법 9조 개정 가능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각의 결정에 앞서 연립여당인 자민당 아베 총리와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가 회담 후 각의 결정문 문안에 대해 의견 일치를 이루었다.
이로써 1945년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연합군이 강제한 헌법 9조에 따라 유보해온 영토 밖에서 교전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아옴으로써 일본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집요하게 추진해온 ‘보통국가’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사실 그동안 일본 역대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행사할 수는 없다”는 헌법 해석을 유지해 왔었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다는 각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전후 일본의 안보 정책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고 이로 인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침략국을 전범 국가이기 때문에 군대를 만들거나 설립하지 못한다. 때문에 일본은 자위대를 통해 자국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일본이 평화헌법의 족쇄에서 벗어나 유엔의 집단안보 질서 유지 등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수호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를 들고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추진해 왔었다.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 중이던 아베 총리는 한 연설에서 “일본은 지역의,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공헌하는 나라가 되고자 한다”며 “저는 내가 사랑하는 나라를 적극적 평화주의의 나라로 만들려고 한다”며 적극적인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동안 유엔헌장은 집단적자위권을 회원국들의 고유 권한으로 인정해 왔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유엔헌장에 여전히 살아있는 적국(전범국) 조항, 그리고 아베 총리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과거사 망동 등으로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일본은 집단적자위권이 허용하는 자위대의 확대된 행동반경을 바탕으로 추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으로 공헌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 등 일본 정부가 제시한 자위권 행사 요건의 일부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또한 광범위한 개입의 여지도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허용은 일본 내 여론을 비롯해 중국과 미국 등 세계 2대 강대국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일본 내 반대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개헌이 아닌 내각의 결정에 의해 이뤄져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무력행사 요건에 등장하는 ‘명백한 위험’, ‘우리나라의 존립’ 등의 단어가 멋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들이 타국이 벌인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영국이 이라크전 참전의 상처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고 정치 지도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일본이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7월2일자 사설에서 “각의 결정이 전쟁과 무력행사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무너뜨리는 해석 개헌, 폭거”라고 규정하고 “일본이 2차 대전 후 70년 가까이 쌓아온 민주주의가 이렇게 간단히 짓밟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일본의 평화·안전을 더 확고하게 하는 역사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아베 총리가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일관한 것이 결실을 낳았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도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각의 결정이 나오기 직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일본이 거짓으로 ‘중국의 위협’을 만들어 이를 국내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일본이 전후 걸어온 평화 발전의 길을 바꾸려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7월1일 중국 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해외판 고정 논평인 ‘망해루(望海樓)’에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소 류쟝융(劉江永) 교수가 기고한 ‘아베는 일본의 아이들을 다시 전쟁터로 내몰고 있다’는 글에서 “아베 내각은 이날 국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각의를 통해 인정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아이들을 포함해 수천 혹은 수만의 일본 국민을 죽음의 전쟁터로 내몰겠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언론은 약 120년 전인 1890년 당시 총리였던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가 의회 연설에서 국경이라는 ‘주권선’뿐만 아니라 그 것을 위협할 수 있는 ‘이익선’까지 수비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조선을 침략했고, 청일전쟁을 일으켰던 역사를 언급하면서, 아베 내각은 또 다시 한반도를 무력 사용의 상대로 만들었고 이를 넘어 필리핀, 베트남 등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국가를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로 정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와 관련 안보 사항에 대한 일본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한다”고 “미·일 동맹은 알다시피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협력 관계이며 미국은 일본의 안보 협력 강화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한다”며 “이는 일본 자위대의 광범위한 작전 참여와 더 효율적인 미·일 동맹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결정은 일본이 세계와 지역 평화·안보에 더 큰 역할을 하는데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은 미·일 방위지침 개정을 통해 동맹을 현대화하는 노력에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정부도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교부의 노광일 대변인은 “남의 땅에 들어와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전가보도가 아니다”라며 “한반도 안보와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안은 우리의 요청 및 동의가 없는 한 용인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 대변인은 집단자위권 행사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집단자위권이라는 것은 동맹을 상정하는 것인데 동맹은 남의 나라 땅을 침략할 때는 적용이 안 된다”며 “해당이 안 되는 사항”이라고 대답했다.
지난 7월10일 국내 각계대표 326명과 시민사회 228개 단체들이 연대서명한 ‘일본 아베정부의 평화헌법 무력화 및 집단적 자위권 행사 저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시국회의를 열고 “동북아 일대의 군사적 갈등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평화헌법 무력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국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베정부가 전후 일본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평화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강행은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갈등을 격화시키고 역사정의 실현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동북아 특위)는 7월4일 전체회의를 열고 “편법적인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해 노골적으로 군사대국화의 야욕을 드러내는 아베 정권의 연속된 도발에 깊은 우려와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집단자위권 행사 결정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는 “일본이 군대가 아닌 ‘자위대’를 갖게 된 것은 교전권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때문”이라면서 “평화헌법은 국제사회가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일본에게 더 이상 침략전쟁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내린 형벌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자위대법을 개정해 자위대 출동요건에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에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를 추가한다고 한다”며 “제3국이 미국에 대해 공격할 경우 자위대를 출동시키겠다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전수방어’ 원칙을 포기하는 군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민주노총,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말로만 우려하고 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힘 싣는 정부를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일본 각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결정하던 바로 그 시기에 한·미·일 3국 합참의장이 사상 최초로 회담을 갖고 군사협력 확대를 결의했다”며 “이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결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 동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보유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며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며 “말로는 우려하지만 사실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행보에 힘을 실어 주는 역할을 지속해 오기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아베 내각은 가을 개원할 임시국회에서 자위대법 등 집단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국내법을 정비할 예정이다. 잡단자위권 각의 결정 다음날인 2일 일본 내 언론들은 자위대의 임무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법 정비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각의 결정문에는 외딴 섬 등에 어민으로 위장한 외국 무장집단이 상륙한 경우 등 이른바 ‘회색지대 사태(경찰 출동과 자위대 출동의 경계에 있는 사태)’ 때 자위대가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빈틈없게 정비하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일본은 자위대법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 등 10개 이상의 법안을 개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을 임시국회 이후 개정안 제출을 목표로 곧 국가안전보장회의 (NSC)에 작업팀을 신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는 가을 국회에서는 무력 공격에는 이르지 않는 회색지대 사태 대처의 법 개정 등을 우선 처리하고 행사 용인과 직접 관련된 법 정비는 내년 봄 지방선거 이후에 처리한다는 견해가 강하다. 하지만 야당 측이 “여당의 협의만으로 보안 정책을 대폭 변경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어 격렬한 논쟁이 예상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각의 결정을 한 날 기자회견에서 “각의 결정을 근거로 관련 법안을 만드는 팀을 출범시켜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키기 위해 즉시 작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한다는 각의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서 자위대가 즉각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위대법과 주변사태법, 무력공격사태 대처법 등 관련법들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7월14일 집단적 자위권 각의 결정과 관련해, 무력행사를 위한 3가지 새로운 요건이 충족된다면 미 군함 보호 등 정부·여당이 제시한 8가지 무력행사 모두가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집중 심의에서 ‘8가지 사례 모두 무력행사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사례를 적시하지 않은 채 일본에 대한 공격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3가지 새 요건에 따라 무력행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내각은 ▲ 일본에 대한 급박하고 부당한 침해가 있고 ▲ 이를 막을 다른 적절한 수단이 없으며 ▲ 필요한 최소한의 실력 행사에 그친다는 요건이 충족되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미국 군함 보호와 기뢰 제거 등 무력행사를 위한 8가지 사례를 제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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