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희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 hankookjoa@hanmail.net

소싯적 젊은 처자들의 시선을 받던 떡 벌어진 가슴근육은 어디로 갔을까? 활시위처럼 팽팽한 근육은 미끄러지듯 내려와 세월의 무게처럼 복부에 안착 하였다. 뉴턴의 사과만 중력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신체도 모두 처진다. 중력의 도움(?)을 안 받는 부위가 없다.
여성의 봉긋한 젖 가슴도, 가장의 어깨도, 할배들의 눈꼬리며 귓불도 처진다. 귀 큰 이가 장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았으니 그만큼 귓불도 늘어진 거다. 소변줄기도 먼 곳을 지향하지 못하니 모든 것은 밑으로만 향한다. 결국 땅속으로 들어갈 운명을 예감하듯이 키도 작아진다.
공원이나 산책로에 간혹 보이는 도립기에 거꾸로 매달려 보자 머리로 피가 쏠린 탓에 혈압이 상승하고 척추가 이완되지만 오장육부는 쏟아져 내리지 않는다. 인체의 절묘함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장기사이를 막아주는 장간막에 의하여 우리의 내부 장기는 굳건히 제 자리를 고수한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었다면 아뿔싸 할 일이 여기에 있다. 장간막에 기름이 달라붙어 복부비만을 초래할 정도로 세상에 음식이 넘칠 것을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여 많이 먹고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한 결과다. 소식다동을 부르짖지만 보란 듯이 우리는 다식소동의 생활을 즐긴다. 우리 몸의 장기를 구분하여 주고 섞이지 않게 하여 주는 장간막에 중성지방이 마치 그물에 얽힌 물고기처럼 얽히고 설켜 붙어있는 것이 바로 똥배다. 육식을 하면 지방 및 아미노산의 대사를 위하여 담즙이 그 위에 뿌려지게 된다. 이때 간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지방대사를 조절하고 넘치는 지방을 담즙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임무를 띤다. 우리가 먹은 지방의 양과 질이 적당하고 섬유질이 확보되면 간에 의해 담즙의 형태로 소장에 도착한 지방은 장 운동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비타민과 섬유질등 필수 영양소의 결핍과 장의 해독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장에 운반된 지방과 독성물질은 다시 순환되어 장으로 되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장-간 순환이다. 이 과정에서 간에 가장 가까운 장간막과 내장의 속과 표면에 지방이 침착되는데 이것이 바로 내장비만이다.
지방간등으로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가장 중요한 지방연소 기관인 간이 제 역할을 못함은 불 보듯 뻔하다. 간은 지방을 태우라고 있는 것이지 지방의 저장고가 아니다. 술을 끊고 저지방 식이를 해서 간 속의 기름을 먼저 빼내지 않으면 절대 뱃살을 제거할 수 없다.
음식찌꺼기로 배수구가 막혀 물이 넘쳐 흐르는 씽크대를 생각해보자. 먼저 수도를 잠그고 막힌 배수구를 확보하면 자연스레 물은 빠질 것이다. 술과 기름진 음식을 즐기던 식습관의 개선 없이 운동으로 비만을 해소하겠다는 생각은 수도를 잠그지 않고 바닥에 흐르는 물을 한없이 걸레로 닦아 내는 행위와 같다. 간에서 지방이 제거된다면 뱃살은 저절로 빠질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술, 담배를 끊고 채식을 하며 운동을 하겠다는 여러 가지 결심을 한꺼번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 동시다발적인 결심의 성공확률은 제로이며 그 각오의 연착륙을 본 적이 없다. 술을 끊었다면 차라리 고기를 실컷 먹어 술의 공백을 메우거나 안하던 운동을 시작하였다면 당분간 더욱 더 골초가 되어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하나를 내어주고 하나를 적극적으로 취하라. 우리의 습관은 장구한 세월에 기인한 것이며 어찌되었건 우리가 사랑하던 것들이다. 그런 모든 것들은 한번에 내려놓겠다는 계획이 우리의 각오를 실패로 만들어 왔다. 술과 업무에 혹사당한 간의 기능이 회복되어 지방대사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이다.
술을 끊게 되면 맹수처럼 육식을 하던 식습관 또한 변화가 온다. 이 시점에서 독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다. 이것 저것 다 끊으면 무얼 먹고 살란 말인가?라고 말이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먹고 싶지 않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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