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잘했단 생각에 날마다 감사”

이정화 대표는 지난 2006년 겨울, 귀농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젊은 시절 대학에서 사회과학 과목을 전공하고 잠시의 직장생활을 경험했지만 성취 욕구를 느낄 수 없어 결혼과 동시에 사업을 시작했다. 10여 년 동안 순조롭게 잘 이어가던 사업이었지만 IMF의 영향으로 경기가 위축되자 광범위하게 벌려 놓은 사업에 차츰 어려움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기저기 귀농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마침 고향에 조부 때부터 부치던 농토가 있던 터라 마음을 정하고 열정을 바쳤던 사업과 정들었던 도시생활을 정리하게 됐다. 막상 귀농을 하고 보니 10여 년 전 부친의 작고 이후 돌보지 않은 탓으로 밭은 온통 숲으로 우거져있고 밭으로 개간했던 임야도 다시 산으로 돌아가 있었다.

▲ 산속의 아침(구.삼도봉복분자호두농원) 이정화 대표

그런 이유로 이 대표는 귀농 초기 수년간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일했다. 일을 할 수 없는 비오는 날이면 견학을 다니거나 교육을 받으면서 시행착오와 실전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귀농 초기의 혹독한 경험을 통해 지금은 마을주민들한테서도 햇병아리 농부 취급 정도는 받고 있어 즐거움과 보람을 느낍니다. 저희 부부는 좋은 흙과 맑은 공기, 들에 핀 꽃들 그리고 산새소리와 함께 소박하고 정직하게 남은 생을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산속의 아침’(구.삼도봉 복분자·호두 농원)은 해발 700M의 백두대간 중턱에 위치해 있다. 생산물도 고랭지의 기후와 농토의 조건으로 인해 자연스레 웰빙식품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다. 그는 “모든 농산물은 저와 제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고랭지의 기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정직하게 그리고 정성껏 만들어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더 배워야 되지만 아낌없는 격려와 가르침을 주시면 당당한 농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라고 말한다.

경북정보화농업인연합회장에 당선되다
이정화 대표는 지난 3월 경북농업기술원에서 (사)경북정보화농업인연합회장으로 당선됐다.
(사)경북정보화농업인연합회는 22개 시군에 회원 수 1000여 농가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각 지역에서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도시소비자와 교감하며 농가소득을 견인하는 선두농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천시 농업정책의 핵심인 억대농 육성에 가장 모범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이 대표인 만큼, 그의 당선은 김천 정보화농업의 위상을 높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는 “귀농 후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농업에 정착하며 이룬 성공에는 김천시농업기술센터의 전자상거래와 농업경영 관련 각종 교육의 힘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 살아 왔지만 앞으로는 경북정보화농업인의 대표로서 전 회원들과 사례를 공유하며 성공을 견인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삶이 즐겁다. 힘들어도 돌아보면 보람 느껴

▲ 수확체험을 통해 자연에 한발 더 다가가다.

가장 힘들었던 또는 가장 기뻤던 순간에 대한 물음에 이 대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재미있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적응기간이 필요했고, 몸도 항상 고됐지만 돌아보면 모든 것들이 보람이었다고 덧붙인다. ‘산속의 아침’(구.삼도봉 복분자·호두 농원)은 지대가 높고 일교차가 심해 김천의 여타 농가에서 자두나 포도를 선택하는 것과 달리 복분자와 호두를 비롯해 오미자, 오디, 장뇌삼 등 고지대에 적합한 작물을 기른다. 이 대표는 귀농 초반 인근 지역에서 잘 자라는 여러 작물들을 시도했으나 지역차를 극복하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수년간의 시도 끝에 지역에 맞는 농법 개발에 성공, 대풍을 맛보게 된다. 단맛의 작물은 더 달고, 고소한 맛의 작물은 더 고소한 고지대만의 특성을 연구하고 공부한 결과였다.
“농사는 전문직입니다. 만능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하고요.” 그는 성공적인 귀농의 모델로서, 최근 귀농성공사례 발표자로 여러 교육장에 초대되고 있다. 민박, 가공, 생산, 직거래, 홍보 등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그는, 6차 산업에서의 성공사례가 되기 위해서는 방향성 선택이 1순위여야 한다고 귀농 희망자들에 당부한다. “귀촌의 형태로 몇 년 간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귀농이라고 해서 농사가 전부는 아닙니다. 사회에서의 주특기를 농촌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거죠. 교육이나 목공, 용접 등등 도시에서의 직업을 살려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자기텃밭도 가꾸는 젊은이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귀농 초부터 무농약을 고집하며 매번 직접 풀을 깎아 왔다. 예초기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하는 등 힘든 과정을 거친 결과, 지난 2010년부터 무농약 농산물 인증(제49-3-38호)을 받아 현재까지 친환경 재배를 고집하고 있다. 고을의 씨름왕을 도맡아 해왔을 정도로 장골이셨던 부친의 작고 원인이 농약으로 인한 간암이었던 것도 그의 무농약 고집에 영향을 미쳤다. 같은 슬픔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지난 2013년에는 박보생 김천시장을 비롯한 여러 지역 도의원들의 축하 속에 ‘생생식품’ 오미자가공공장의 준공식을 가졌다. 현재까지는 선물용 오미자 진액만 취급하지만 향후 두고두고 먹을 수 있으면서도 생생함이 살아있는 복분자를 비롯한 농산물가공식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농장 위쪽에는 도시민 대상 힐링 캠프이자 요양·휴양의 공간으로 2층 나무집을 지어 숙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각종 새소리와 10여개의 산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의 펜션이다. 이 대표는 체험객들의 마르지 않는 칭찬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현재 작고하신 부친의 집도 직접 보수중이다. 7~8000천 평 규모의 농장과 숙소는 산세가 아주 절묘한데, 터가 좋아 절터로 제격이라며 찾아오는 스님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숲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계획함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짐이 두려워 현재까지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8만 평 규모의 산에다 틈날 때 마다 1시간 코스 오솔길 만들고 있다. 체험객들을 위함이다. 비 오는 날 좋은 맨발코스 역시 구상중이다.

 

꿈꾸는 농부들, 김천 12농부들의 알짜 농산물 이야기

▲ 방문객 숙소로 사용하는 펜션.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다.

김천의 포도, 천마, 산머루, 토종꿀, 사과, 배, 된장, 오디, 표고버섯, 고구마 등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힘을 모았다. ‘꿈꾸는 농부들’이라는 이름 아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귀농인들이 중복되지 않는 품목으로 4년째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꿈꾸는 농부들’은 자체 심사로 양질의 농산물을 제공하고,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책임지기에 고객들은 검증된 다양한 알짜 농산물을 구할 수 있어 모두에게 이롭다. 이 대표는 현재 이사로 참여중이다.
그는 ‘꿈꾸는 농부들’과 같은 협약체가 많아지길 바란다. 귀농세대에 적합한 내실 있는 교육과 적절한 지원, 거기다 귀농인 스스로의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제2, 제3의 황금기는 멀리 있지 않음을 예견하는 것이다. 이정화 대표를 비롯한 귀농인들의 건승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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