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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의 고질적 결함을 비판한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8.11.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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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인문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이 그들의 연구대상인 눈앞의 현실에서 계속 도망쳐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학자들이 인간행동의 동기나 시장의 기능에 대해 대단히 비현실적인 전제를 깔고 모델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손쉽게 입수 가능한 데이터세트를 활용해서 계량적 연구를 수행하는 학자들한테도 원인이 있다. 이 데이터세트라는 것들이 연구할 대상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시종일관 이론적 사변에 빠져들어 경험적 연구를 완전히 포기하는 학자들도 문제의 원인이다. 이들의 이론적 사변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의 이론적 사변에서 이끌어낸 주석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문사회과학의 현실도피로부터 야기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그 현실도피성이 학계에서 실제 정치의 세계로 흘러들어가는 정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2004년 10월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략가이던 칼 로브는 전문가들의 회의적 언급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로브는 “우리 미국은 행동할 때마다 우리 현실을 스스로 창조한다”라고 말했지만, 이라크 전쟁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이런 오만은 난센스일 뿐이고 로브를 신뢰한 조지 W. 부시도 분명히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이런 오만은 적어도 미국이 가진 힘의 본성과 미국 의 힘으로 성취할 수 있는 바에 대한 진실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었다.

이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정치인들이 명백한 진실을 제멋대로 부인하고 명백한 거짓을 태연히 옹호하며,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가짜뉴스”로 선언해 버리는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현실도피 성향의 정치적 표현이다. 무엇이 진리인지 아닌지 전혀 모르고 또 관심도 없으면서 특정 사실을 진실이라고 우기거나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해버리는 것, 이런 우격다짐을 해리 프랭크퍼트는 ‘헛소리(bullshit)’라고 정의했다. 학계 안팎에서 진리를 발견하는 일에 헌신하고, 그렇게 발견한 진리를 개소리로 떠드는 자로부터 방어하는 일에 헌신 하는 지성인이 필요한 시대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김민수 기자  dikigirl200@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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