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담뱃세인상·금연광고·흡연경고그림 입법 추진…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

정부의 금연정책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내년 초를 목표로 담뱃값 인상을 적극 추진하고 흡연폐해를 고발한 충격영상을 담은 금연광고를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르면 내년 초쯤 담배세 인상안을 국회에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담배농가와 애연가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담뱃값을 올리려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이들의 반발로 번번이 실패했었기 때문이다.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한 데다 반론도 만만치 않아 시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5월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600만 명이 담배로 인해 숨지며 이 중 60만 명 이상은 간접흡연으로 사망한다. 금연정책이 미비할 시 2030년까지 담배 확산으로 인해 매년 800만 명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국제연합(UN)은 2025년까지 비감염성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25%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금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흡연율 감소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20(Health Plan 2020)에서 성인 및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목표를 수립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목표 흡연율은 남자 29%, 여자는 6%다.
하지만 흡연율은 최근 6년간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만 19세 이상 성인의 현재흡연율(평생 담배 100개비 이상 피웠고 현재 담배를 피우는 비율)은 남자 43.7%, 여자 7.9%로 집계됐다.
2011년에 비해 남자는 3.6%포인트 감소했고, 여자는 1.1%포인트 증가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05년 51.6%에서 2007년 45%로 떨어진 뒤 6년째 소폭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남자의 경우 30대가 가장 높았다. 여자는 2005년까지 70대 이상에서, 그 이후로는 20대에서 가장 높은 흡연율을 보였다.
소득수준별로는 남녀 모두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흡연율이 높았다. 소득수준 간 차이는 HP2020 목표인 남자 8.0%포인트, 여자 1.5%포인트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중고생 청소년의 현재흡연율(최근 30일 동안 1일 이상 흡연한 사람의 분율)은 2013년 남학생 14.4%, 여학생 4.6%로 전년도와 비교해 남학생 1.9%포인트, 여학생 1.3%포인트 감소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10년간 단 한 차례도 담뱃값이 인상되지 않았다”며 “OECD 국가 중 담뱃값은 최하위, 흡연율은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와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자 최우선 과제”라며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며 세계 여러 나라에 검증된 금연정책인 담뱃값 인상과 담뱃갑 경고사진 도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종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지난 6월11일 “청소년들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이 효과적”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받아들여 담뱃세 인상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WHO는 지난 5월31일 ‘세계 금연의 날’ 주제로 ‘담뱃세 인상’을 정하고 각 나라에 “담뱃세 수준을 현재보다 50% 정도 올려야한다”고 촉구했다. 모든 국가가 담뱃세를 50% 인상하면 3년 안에 4,900만 명의 흡연자가 줄고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는 1,100만 명이 목숨을 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도에 2,500원을 정해놓고 지금까지 10년 동안이나 담배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WHO가 권고한 담뱃세 50% 인상을 받아들여 담배가격을 적정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담뱃값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굉장히 저렴한 편이다. 영국이나 뉴질랜드, 노르웨이, 이런 데는 20개비 한 갑당 1만 1,000원에서 1만 6,000원 정도며 호주는 1만 6,000원 정도다. 대부분 OECD 국가가 일반적으로 7,000원 이상은 다 유지하고 있다. 우리하고 비슷한 나라가 태국으로 2,000원 정도지만 물가 대비 우리나라에 비해 비싼 편이다.
담뱃값이 1만 1,000원 이상 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을 보면 약 20% 내외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성인 남성 흡연율이 49%다. 또 한 연구에 의하면 높은 담배 세금은 특별히 저소득층과 흡연을 시작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담배 사용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의 담뱃값 상승은 선진국에서 약 4%의 담배 소비를 줄였고 대부분의 중·저소득국에서는 8%까지 담배 소비량을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담뱃값 이상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2004년 2,000원 하던 담배를 2,500원으로 올렸을 때 흡연율이 57.8%에서 52.3%로 흡연율이 5.5% 떨어졌다. 2006년에는 44.1%로 무려 13.7%가 떨어졌으나 이후 거의 답보상태로 오고 있다가 최근에는 오히려 흡연율이 올라가고 있다.
임 국장은 “담배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니까 어디까지나 담배 사서 피우는 사람들이 부담이 없다. 흡연율이 올라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문형표 장관은 “임기 내 담뱃값 인상을 할 것이냐”고 묻자 “가능하다면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적정수준의 담배 가격과 관련해서는 서면 답변서를 통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6,119원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만 밝혔다.

복지부는 가능한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 흡연율 하락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우선 담배에 붙는 각종 세금(담뱃세)을 올려 결과적으로 담뱃값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담배에 붙는 세금은 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폐기물 부담금 등으로 담뱃값의 62%를 차지한다. 2,500원짜리 담배 1갑 기준으로 유통마진과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38%로 950원 정도며 나머지 1,550원은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폐기물부담금 등의 각종 세금으로 구성된다. WHO 권고수준인 담뱃세를 50% 인상한다면 대략 700~800원 정도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임 국장은 “지난 10년 동안 동결했던 걸 감안한다면 800원 정도 인상해서 금연효과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 때문에 800원 이상은 좀 올려야지 금연효과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 국장은 “기재부로서는 물가를 걱정하는데 담배가격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재부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정부 안에서도 큰 이견은 없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담뱃값 인상 폭에 대해서는 “기재부나 안전행정부 등과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상당 폭’으로 올려야 (금연)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 등의 절차가 있어 연내 인상은 어렵지만 올해 국회를 대상으로 적극 설득에 나서 내년 초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르면 담뱃갑 면적 50% 이상에 경고문구와 경고그림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6월12일 복지부는 흡연경고그림을 담뱃값에 부착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6월 말이나 7월에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해 법제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담뱃갑에 흡연의 신체적 피해를 경고하는 그림을 앞·뒤·옆면 면적의 50% 이상 크기로 넣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에도 입법화에 나섰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이에 앞서 2007년에도 관련법을 정부입법으로 발의했고, 이후 국회의원입법 형식으로 몇 차례에 걸쳐 흡연경고그림을 붙이도록 한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세수감소를 우려한 경제부처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복지부는 “올해에는 어떻게는 입법화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복지부는 그동안 가격 정책의 효과를 내세우며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지만 물가와 산업계를 아우르는 경제부처와 담배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이 줄곧 무산됐다. 더욱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효과는 일시적이고 결국에는 저소득층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시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담뱃값 인상을 놓고 ‘담뱃값이냐 담뱃세냐’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담배회사 한 관계자는 “담배회사 자체적으로 제품 유통 현황과 소비자 선호도 등을 따져 정해진 세금에 담배회사 마진을 더해 담뱃값이 결정된다”며 “정부의 인상 방침은 정부에서 세금 인상을 논의하는 것이지 담배회사가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에 반대 명분이 없으니 담배회사들이 가격인상으로 수요가 줄까봐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뿐만 아니다. 담뱃값 인상 얘기가 나올 때마다 물가에 영향을 준다거나 저소득층에 부담 준다는 논란이 제기되어 왔었다.

이에 대해 임 국장은 “일단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요소를 물가 논리로 제한하는 것은 항상 모순이라고 생각해 왔다”라며 “건강에 해를 주는 요인들은 강한 가격정책을 해서 오히려 소비를 줄여줘야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저소득이다. 저소득층이 담배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니까 담배를 더 계속 피우시다 보니 저소득층의 건강불평등이 굉장히 심화된다. 고소득층일수록 건강하게 오래 살고 저소득층일수록 건강불평등이 심화돼서 오히려 건강의 위해요인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저소득층을 위한다면 담뱃값을 대폭 낮춰야 되는데, 그런 논리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조홍준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득 계층간 흡연으로 인한 건강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심화돼 왔으나 2003~2006년 사이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은 2004년 담배값 인상의 효과로 추정된다”며 “담배값 인상이 건강증진은 물론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의 건강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성인 남성이 49%고,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의 흡연율이 25%로 OECD 담배가격이 높은 국가보다 청소년들이 흡연율이 더 높다 청소년들의 흡연율을 낮추면 다른 많은 정책도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가장 탄력적인 흡연율을 줄이는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초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제는 산적하다. 부처 간 협의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은 물가와 세제, 예산 등이 얽혀 있는 복잡한 이슈로 물가와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생활에 부담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 그랬듯이 세법 개정안이 마련되더라도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담뱃값 인상은 또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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