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속과 세습에 빠진 대형교회의 민낯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권무언의 장편소설 《신의 대리인, 메슈바》는 한국 대형교회의 민낯을 ‘유다창문’으로 포착한 문제적 소설이다. 간수가 죄수의 행동을 엿볼 수 있도록 설치한 구멍을 ‘유다창문’이라고 한다면, 작가는 한국 기독교의 원죄라는 시선, 즉 유다창문으로 목회자와 대형교회의 빛과 그림자를 정면으로 추적한다.

《신의 대리인, 메슈바》의 저자는 신예작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탄탄한 문장과 성경에 대한 해박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문학적 완성도와 더불어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뜨거운 이슈를 포착하여 소설화함으로써 ‘소설’과 ‘르포’의 거리를 단축하고 있다. 미적 통찰의 세계인 ‘소설’과 사실과 진실 보도의 세계인 ‘르포’의 만남을 시도하여 역사와 종교를 새롭게 해석하는 뛰어난 르포소설 작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문학적 성취를 바탕으로 한 메가처치에 던지는 묵시록 혹은 경고장

소설의 평가기준은 인물, 사건, 주제, 표현력 등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신의 대리인, 메슈바》는 소설적 성취가 차고도 넘치는 작품이다.

새벽의 아들에서 세속의 화신으로 변모한 명수창 목사는 욕망의 자식들인 대성교회 장로들과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인간의 순진한 본성을 유지하려는 김일국 수석장로와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반면에 이건호 교수와 명수창의 딸 명은미의 관계는 정의의 사도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 교수와 세속적 화신의 딸이라는 측면에서 죄와 속죄의 만남이기도 하다. 또한 이건호 교수와 우종건 기자의 관계는 행동하는 지성과 양심이라는 차원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특히, 작가는 사람과 사람, 교회와 또 다른 교회, 목회자와 또 다른 목회자, 단체와 단체의 갈등과 위기의 배경에는 신이 사라지고 돈과 세속적인 인간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드러낸다.

《신의 대리인, 메슈바》는 신의 대리인인 목회자와 신의 믿음을 저버린 배신자가 일치할 때는 종교적 타락이 최악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또한 작가는 한국 기독교의 원죄는 신사참배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국 기독교와 메가처치에 던지는 묵시록 혹은 경고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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