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하는 한 시간, 미래가 달라진다

엄마의 치맛바람은 자칫하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아버지의 바지바람은 자녀의 교육에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아버지가 가사에 참여할 경우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알려지면서 집안일 하는 아버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헬리콥터 대디’ 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아버지가 헬리콥터처럼 아이의 주위를 빙빙 돌며 소통, 학교 활동, 사교육 등을 관리한다는 의미다.
엄마 같은 아버지라는 의미의 ‘대미(Daddy+Mommy)’ 말도 있다. 아버지의 역할이 강조되고 이런 신조어가 생겨난 배경에는 아버지가 육아와 가사에 참여할 경우 엄마의 경우보다 10배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여러 연구 결과와 육아 독려 프로그램들이 한 몫을 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사분담에 적극적인 아버지가 성공하는 딸을 만든다고 한다. 미국 ‘심리과학’ 학회지에 실린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의 연구 논문에서는 어머니의 양성 평등 의식 보다 아버지의 가사 분담이 딸들의 장래 희망에 다양성을 높인다고 전했다. 앨리샤 크로프트의 연구논문에서도 집안일을 하는 아버지에게 자란 딸은 높은 연봉의 직업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밝혀졌다. 반면 실천은 하지 않고 발언만을 통해 딸에게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경우는 그 효과가 낮다. 직접적인 가사 분담 없이 어머니에게만 맡기는 모습은 딸에게 여성의 역할이 가사 전담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연구는 7~13세 어린이 326명을 대상으로 가사 분담률과 부모의 성별 역할의 구문 없이 함께 할 때 말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도 아버지의 육아가 아이의 성장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적이 있다. 1958년에 태어난 1만 7,000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33세가 될 때까지 발달 과정을 추적한 결과 아이의 발달과 교육에 적극적인 아버지를 둔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더 좋으며 사회생활, 결혼생활도 성공적이라고 나타났다. 그만큼 육아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연구는 아버지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두뇌 발달은 물론 인성과 사회성도 함께 발달된다는 결과를 전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독서, 여행 등 재미있고 가치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신분 상승력이 더 뛰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녀의 성장과 교육에 적극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의 경우 충동성, 비행, 거짓말 등이 적고 사회성이 높은 것’도 아버지의 육아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과거에는 ‘자녀의 성공 요소는 어머니의 정보력과 아버지의 경제력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아버지의 역할은 ‘돈을 벌어오는’ 경제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경제활동에 참여한 아버지들은 당연히 육아에 참여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몇몇 가정에서만 드물게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유명한 문화인류학자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는 ‘아버지는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존재일 뿐 사회적으로는 우연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버지는 아이의 출생에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지만 양육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로 전통적으로 아버지들은 자녀 양육에 많은 참여가 없었던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자녀의 양육에는 무관심하고 무능력한 아버지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최근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육아는 더 이상 엄마의 전유물이 아니다. 함께 출근하고 퇴근해 가사 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기에 엄마의 시간도 줄어든 데다 매스컴을 통한 아버지의 역할이 이슈가 되면서 우리 가정도 변화하고 있다. 가사와 육아에 아버지가 함께하며 스스로 자녀의 양육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 자녀를 출산한 후 양육을 목적으로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도 활용되고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여성근로자와 배우자인 남성근로자 중 1명이 1년 범위 내에서 유급휴가를 통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한 남성은 2012년 같은 기간보다 31%정도 늘었고 2008년 비해서는 4배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가사를 분담하고 어린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 휴직을 선택한 남성의 비중은 아직 2.8%에 불과하지만 2008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육아에 관한 아버지들의 관심이 증가한 이유에서다. 아직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매스컴을 통해 아버지들의 역할이 강조 되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들이 증가하고 있다.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육아를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2013년부터 방영한 ‘아빠! 어디가?’는 엄마 없이 아버지와 자녀들만 떠나는 여행을 그린 프로그램으로 아버지와 자녀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냈다. 낯선 시골 마을로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부딪치는 아버지와 아이가 서로를 의지하며 마음을 나누는 밤을 보내는 모습, 요리 한 번 해본 적 없던 아버지들이 모여서 요리를 하는 모습까지.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하던 아버지들이 이제는 익숙하게 모든 일을 해낸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우리는 슈퍼맨에 비유하기도 한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가장의 역할을 하는 아버지는 만능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런 아버지의 역할이 이제는 육아와 가사 분담으로 까지 이어졌다. KBS 2TV에서 방영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버지들이 아내의 도움 없이 아이들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노력하지 않는 아버지, 일만했던 아버지들의 제자리를 찾아주기 위한 프로젝트로 네 아버지의 눈물겨운 육아 도전기를 보여준다. 그동안 가정과 육아에 소홀했던 아버지가 아이들과 보내는 1박2일로 아이의 육아에 관심 갖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아버지를 그려낸다.
다양한 연령대에 자녀들과 다른 성격의 아버지들이 출연하는 만큼 각 시기별 필요한 육아 교육 방식과 아이들의 성격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어느 아버지의 육아 방식이 옳고 그르다고 꼬집을 수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고 경험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에 티비를 보는 부모들도 공감하고 애정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이 시대의 아버지상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버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대한민국 아버지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지침서도 출판됐다. ‘잘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라는 책에는 아빠의 변화가 자녀와 가정을 어떻게 바뀌게 했는지를 전달한다. “누구나 아이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아빠가 될 수는 있지만, 아이에게 꿈과 목표를 심어주기 위한 정신적 성숙의 단계에 이른 자만이 비로소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가정의 리더로서 자녀의 인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 또 자녀의 인성과 생활습과, 독서는 물론 시간 관리와 진로 지도까지 아빠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포함하고 있어 아빠들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자녀와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는 친구 같은 아버지를 의미하는 ‘프레디족(Friend + Daddy)’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가정과 육아에 있어서 아버지의 비중이 높아진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는 회사맨 아버지 보다 가사를 돕고 아이들의 교육에도 참여하는 아버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아버지교육’도 생겨났다.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버지들이 참여하는 이 교육은 아버지가 부재한 가정에 아버지를 되돌려 보내자는 목적이다. 진정한 아버지상과 좋은 아버지에 대한 교육, 자녀 양육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을 교육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들의 성장을 돕는 아버지의 역할과 자녀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에서 영유아 자녀를 가진 아버지들을 위한 맞춤형 아버지 교실을 운영하기도 하고 아이와 아버지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인 ‘아빠랑 놀자’ 워크숍이 진행되기도 한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아버지 양육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바쁜 직장인들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다.
대덕대 홍성표 총장은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해 다음 세대를 훌륭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아버지들이 변해야 한다”며 아버지학교는 그런 관점에서 출발했고 많은 아버지들이 교육에 참가해 현명한 아버지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아버지교육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달인 아빠를 찾아라’ 라는 프로그램은 육아 인증시험을 실시해 출산도 장려하고 아버지의 육아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현대 가정에서 자녀와의 소통방법을 알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자녀와의 소통 시간을 마련해 주는 등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과 가정의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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