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경제위기, 민족 갈등 등으로 연일 몸살

페트로 포로셴코(48)가 우크라이나의 신임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계속됐던 정국불안의 불꽃이 사그라질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지만 해결해야 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리·독립 움직임과 러시아에 천연가스 대금 미지급에 따른 ‘가스 공급 중단’사태, 더 나아가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빌린 대금을 갚는 일과 망가진 경제를 살리는 일, 그리고 빼앗긴 크림반도 탈환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어느 하나도 결코 가벼운 문제가 없다.

우쿠라이나 동부에서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연일 시끄럽다.
지난 5월1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소리’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가 자체 정부르 구성했다. 이들 2개 주는 지난 11일 주민 투표를 통해 분리·독립을 선포한 친러시아 성향이 뚜렷한 지역이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최고평의회는 지금까지 공화국 정부 공동의장을 맡아온 데니스 푸쉴린을 공화국 수장으로 임명했다.
푸쉴린은 5월12일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이 의사를 고려하고 역사적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 러시아 연방에 도네츠크공화국의 편입 문제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친러시아 지지 운동 지도자 파벨 구바레프는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남부는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독립국가 ‘노보로시야(Newrussia·새로운 러시아)’가 될 것”이라며 “주민투표 결과는 도네츠크공화국의 독립과 새로운 권력 주체의 창설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루간스크주 분리주의자들의 주도로 세워진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국가평의회도 전날 공화국 정부 수장과 총리를 선출하고 헌법을 채택, 수장에는 분리주의 지도자로 지난 4월 말 민선 주지사로 뽑혀 활동해온 발레리 볼로토프가 임명됐고 총리직에는 민병대 공보실장을 맡았던 바실리 니키틴이 임명됐다.
이렇게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가 독립국의 틀을 갖춰 나가면서 다른 동남부 지역 분리주의 세력과 연합해 러시아로 편입할 수 있다는 경고를 계속 보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이미 러시아로 편입된 크림 공화국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50%가 넘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리독립한 공화국은 체계적인 틀을 갖추게 되고, 오데사, 자포리지아,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하리코프 등 러시아 인구가 40%가 넘는 주의 독립 시위도 힘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범국민대화를 통해 여론을 형성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동부 지역 분리세력은 회의 불참과 대선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19일 자체 정부를 구성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 세력은 정부군에 맞서기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체첸군이 동부 시위대에 합류한 정황이 포착됐다.
한 체첸 군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이 지시를 내렸다”며 “동부 분리주의 측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5월27일 교전 끝에 도네츠크 공항을 점거했던 분리주의 세력을 진압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최소 4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진압 작전으로 2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사망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징벌적인 진압작전을 즉각 중단하라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포로셴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되면 러시아도 진지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6월7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긴장완화 플랜’을 실행하기로 합의하고 12일(현지시간) 보이스 오브 러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화통화로 우크라이나의 긴장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함에 따라 동부지역에 훈풍이 불어오는 듯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무장단체 간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14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의 군용 수송기를 격추해 49명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15일을 이들에 대한 조위의 날로 선언하는 한편 가해자들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대에 다시 배치되고 있다고 러시아의 경제지 베도모스티가 6월17일 러시아 국방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고 교도 통신이 전했다. 베도모스티는 러시아 공수부대와 육군 병력들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대에 집결하고 있으며 며칠 전에는 러시아 전투기와 공격용 헬리콥터들이 국경지역을 순회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 소식통은 러시아군이 다시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배치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침범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체첸은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 중에는 러시아와 결탁한 세력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는 않겠지만, 국경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동부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친러 세력을 지지함으로써 국가를 계속해서 흔드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에 가까운 상황은 러시아가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물증은 없지만 러시아가 분리주의 세력을 물밑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서방의 판단이다. 실제로 동부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반정부 세력 500여 명은 5월23일 정부군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설령 체첸인이 동부 사태에 개입했다 하더라도, 러시아 정부가 시민 개인의 이동을 막을 수는 없다”며 동부 세력을 지원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근처에서 군사력 증강을 재개했다고 나토의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이 6월19일 비난했다.
“최소한 수천 명의 러시아 병력이 추가로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되는 등 러시아의 새로운 군사력 증강을 확인했으며 우크라이나 근처에서 병력 기동을 볼 수 있었다”고 사무총장은 런던에서 말했다.
“국경선을 봉해 무기와 전사들의 유입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긍정적 조치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한층 겁박하게 위해 이 같은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 같다고 나토 총책임자는 강조했다.
나토는 한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선 근처에 4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배치했다고 추정했으나 지난달 이들 병력과 장비 상당수가 뒤로 물러났다고 보고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무장단체 간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가운데 양국 간에 미약하게나마 이어져오던 대화 움직임 대신 다시 긴장 고조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지난 6월4일 G7정상회의가 열린 첫날, 각국 정상들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로부터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G7 국가들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선거의 결과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국경의 러시아군을 철수하며 국경 너머로 병력과 무기를 유입시키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무장 분리주의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무기를 내려놓고 폭력 행위를 중지하도록 할 것을 러시아에게 요구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로부터 원조를 신청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문제는 또 있다. 우크라이나가 6월2일까지 러시아에 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선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천연가스 요금 및 미납 대금 청산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6월16일 우크라이나의 미납 대금 지불 기한이 지남에 따라 우크라이나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의 세르게이 쿠프리야노프 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까지인 가스 대금 지불 기한까지 우크라이나가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러시아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크라이나가 선납한 대금에 해당하는 양만큼만 가스를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즈프롬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유럽위원회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가스를 빼돌리려 할 경우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보유 현금이 부족한 우크라이나는 상습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가스 요금을 체납해 왔다.
가즈프롬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정치·경제 협정들을 철회한데 따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1,000㎥당 268.50달러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된 후 지난 4월1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가스 요금을 1,000㎥당 485달러로 인상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모두 44억 5,800만 달러의 가스 요금을 러시아에 체납한 상태이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 가운데 19억 5,000만 달러를 키예프 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3시)까지 지불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50%, EU는 25%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지급해야 할 대금 체납액이 35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과 앞으로의 가스 요금이 천문학적인 수준이라는 데 있다.
이에 대해 귄터 외팅거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즈가 가스프롬에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인도된 가스 요금 20억 달러를 오는 5월29일까지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결제가 완료되면 러시아는 5월30일 베를린에서 우크라이나와 4월 기 인도분과 5월분을 비롯, 앞으로의 인도분에 대해서도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6월부터 시작되는 높은 가스 가격은 서방으로부터의 지원과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유럽 국가들에 수출된 러시아산 가스를 역수입하는 방안 등으로 타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높은 가스 가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가슴 요금 협상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들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진압 작전을 둘러싸고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타결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점쳐져 왔었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크림반도가 있는 지역이 러시아로 넘어간다면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농업국가로 전락한다.
EU에게 있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크림반도의 우크라아나가 필요하다. 때문에 우크라이나 동부 크림 자치공화국이 러시아에 귀속하면 중·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크림 자치공화국 주민이 지난 3월16일(현지시간)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CNN머니는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이 세계 경제 성장, 무역, 투자, 에너지 공급 등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크림 자치공화국을 합병하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지던 재정적 부담도 져야 한다. 현재 크림자치공화국은 전체 예산의 70%, 수도 공급의 90%, 에너지와 식량 공급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부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센터장 야로슬라브 필린스키는 CNN머니에 러시아가 크림 자치공화국 귀속 후 지역 주민에게 이를 공급하는 것이 엄청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헬레나 야코브레브 골라니 교수는 러시아가 크림 지역 기간시설 구축과 200만 명의 주민을 위한 연금·사회보장 지원 등으로 앞으로 5년 간 연간 지원할 자금이 약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유럽은 러시아보다 타격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크림 분리 위기가 아직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으로 크게 확산되지 않으면 러시아가 유럽에 계속 에너지를 계속 공급해 유럽은 전면적 에너지 공급 대란을 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려워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는 어렵고 올겨울 날씨가 따뜻하고 유럽의 가스 비축량이 평소보다 많아 러시아 에너지 공급 중단이 2009년 때보다 위협적이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국 불안은 계속되고 있지만 사태는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대화는 하겠지만 친러 무장 세력과의 타협은 없고,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빼앗긴 크림반도를 되찾아오기 위해 국제재판소 제소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동부 지역 문제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루면 수그러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크림반도를 찾아오는 문제는 쉽지 않다. 흡수·합병된 크림반도의 주민이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고 흑해함대도 주둔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에 있어 크림반도는 중요한 전략지역이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는 반환이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한편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낀 나라의 대표가 된 포로셴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강대국 세력 사이에서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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