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신명을 살리고, 국운을 바로 세울 ‘어떤 일’이 절실하다

‘민초들에게는 당대가 난세’라 했지만, 올해는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2월에는 폭설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던 많은 대학생들이 목숨을 잃었고, 봄의 향긋함이 가득했어야 할 4월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해 버린 300여 명의 어린 학생들과 어른들에 대한 슬픔으로 온나라가 눈물을 흘렸다.
두 달이 넘도록 추모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탓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6월 들어 세계적 축구축제인 월드컵이 개막함에 따라 분위기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나라 대표팀의 성적부진으로 침울한 분위기만 더하는 모양새다.
무릇 국가는 무형의 울타리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이 국가의 실체인 것이다. 사람들이 침울하면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을 그 어떤 전란이나 경제환란보다 심각하게 여기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수습해야 할 정치권은 여전히 시끄럽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습하는 초기부터 불거진 개각 탓이다. 각 부처별로 올라온 후보자 중에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은 고사하고 그나마 무난한 후보조차 찾기 힘든 지경이었다. 각 후보자마다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더러는 낙마하거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가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무총리 후보의 이른바 ‘반민족 매국노 논란’은 그 정점을 찍었다. 결국 사퇴로 일단락된 그 참담한 과정을 지켜보며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개조를 위한 개각’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
어쩌면 장고 끝에 정홍원 현 총리의 유임을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개혁과 개조는 그 어떤 하드웨어의 전환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는 것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민들의 사기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라는 점이다. 세간에서는 “나라에 우환이 잦으니 살풀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음양오행을 다루는 역학에서 나온 용어인 ‘살’은 그야말로 불행과 불운의 운명적 꼬리표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이를 미신으로 여기지만, 우리 조상들은 정성스럽고도 흥겨운 ‘풀이’ 즉, ‘굿’으로 이를 털어내고자 했다.
이 시점에서 ‘살풀이’와도 같은 이벤트가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국가의 명운을 담당하는 것은 무형의 울타리도 아니요, 일부 정치인이 아닌 국민 개개인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문득 떠올린 역사적 사례가 하나 있다. ‘국풍81’이 바로 그것이다. 80년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군사쿠데타 세력들이 집권에 성공했을 때 분위기는 매우 어둡고 침통했다. 집권세력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짜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국풍81’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책사 역할을 했던 허문도 씨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여의도광장을 중심으로 범국민축제를 열고, 이를 수일에 걸쳐 TV를 통해 중계함으로써 사그라 들던 국운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게 됐다.
물론 사안과 상황이 많이 다르기는 하거니와, 매우 정치적 계산이 깔린 이벤트였다는 점에서 모범답안으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풍81’ 이후 이른바 ‘3S정책’의 순차적인 등장과 88서울올림픽을 거치며, 국민들의 ‘신명’이 되살아난 것만은 분명하다.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강소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됐던 것이다.
사건, 사고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잘 수습하는 일은 오롯이 인간의 영역이다. 침울하고, 마음을 다친 국민들을 따뜻하게 보듬어낼 수 있는 ‘어떠한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