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사립 비리유치원 총 5851건
유치원 및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총 3274건
안심하고 아이 맡길 수 있나

(시사매거진247호=홍승표 기자) 11년전에 있었던 ‘울산 어린이집 학대 사망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재조명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올해 10월에는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전국적으로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국면했다. 이처럼 영유아 교육기관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부모들은 안심하고 아이들을 시설에 맡길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끊임없이 드러나는 영유아 교육기관의 적폐. 이제는 해당기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출처_뉴시스]

‘비리’와 ‘학대’ 자행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리유치원은 10월 1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의 전국 시·도교육청 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만연히 드러났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총 1,878개의 사립유치원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 적발된 유치원들은 횡령 금액으로만 총 269억 원이 쓰인 것이 드러나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화성 동탄에 있는 환희유치원의 경우 원장 A씨가 교비 6억 8000만 원을 명품가방과 성인용품 구매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A씨는 13가지의 비리혐의로 올해 초 원장직에서 파면 됐으며, 지난 14일 비리 혐의에 대해 항의하러 온 200여 명의 학부모들을 피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또 영유아 교육기관 내에서 자행되는 아동학대도 심각한 상황이다. 더불 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간 유치원·어린이집 교직원 아동학대 및 폭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유치원 은 2014~2017년에 818건, 어린이집은 2013~2017년 2,356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도별로는 유치원의 경우 2014년 99건, 2015년 203건, 2016년 240건, 2017년 276건의 학대 건수가 나타났으며, 어린이집도 2013년 232건, 2014년 295건, 2015년 427건, 2016년 587건, 2017년 815 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비리유치원’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박 의원의 ‘비리유치원’ 공개는 전국 학 부모들을 충격에 빠뜨렸다(사진=뉴시스)

국민들 “엄중 처벌하라” 끊임없는 외침 

비리와 학대 정황이 포착된 영유아 교육기관에 대해 여론은 한 목소리로 “엄중 처벌하라”고 외치는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정부지원금 없애달라”는 의견은 물론 “강력한 징계와 큰 처벌을 해 달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특히 한 네티즌은 “유치원 및 어린이집 원장들의 카드사용에 대해 정부 기관의 공동 수사 및 전수조사와 더불어 사법처리 기준도 대폭 늘려야 한다”며 엄중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성민이 사건’과 같은 영유아 교육기관 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재수사해 가중 처벌하라”, “특별가중처벌 규정을 만들라”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경기도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이모(34,여) 씨는 “우리 아이가 뉴스에 나오는 유치원과 같은 환경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니 심란해진다”며 “지금이라도 정부 또는 관련기관이 직접 나서서 부모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유치원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걱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월 15일 비리유치원에 대한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유 부총리는 '무관용의 원칙'을 강조하며 비리유치원에 대해 엄 중한 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드러냈다(사진=뉴시스)

정부 “무관용 대응” vs 한유총 “정부 때문”

문제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무관용 원칙 대응”이라는 강경한 카드를 들고 나오며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월 15일 긴급회의를 열고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일”이라며 “유치원 비리와 부패, 불공정 문제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문제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 부총리는 10월 18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에서 교육당국의 책임을 인정하고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유 부총리는 “투명한 회계시스템과 상시적인 감사를 구축하지 못해 사립유치원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진 점은 교육 당국이 성찰해야 할 부분”이라며 “상시 감사체계와 비리신고 시스템 등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엄중 대응해 나갈 것임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폐원하겠다는 사립유치원은 학부모와 아이를 궁지에 모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반면,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유총은 “지난 10 여년간 사립유치원 운영에 맞지 않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의 개정을 국가와 정치계, 교육부에 수차례 건의했으나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며 “맞지 않는 회계 감사 기준 때문에 비리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고 억울한 측면이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한유총은 박용진 의원이 교육청 유치원 감사결과를 공개하고, 정부가 비리유치원을 공개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위법 확정이 안된 유치원에도 ‘비리’라는 수식어를 붙여 실명과 감사결과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중대한 법 위반”이라며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어 10월 20일에는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도 사립유치원과 같은 감사를 받아야 한다. 공금횡령으로 징계받은 정부 공무원 실명도 공개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부가 비리유치원 근절 대책을 내놓고, 학부모와 국민들이 쓴 소리를 연이어 내는 상황에서 한유총의 집단행보로 사태는 점점 심화될 조짐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동탄 유치원 문제해결 촉구를 위한 모임’ 10월 21일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집회를 열고 비리유치원 근절 대책을 강하게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는 학부모 500여 명과 어린이들이 참석했다.(사진=뉴시스)

들끓는 분노… 거리로 나온 ‘엄마’들 

‘유치원 적폐’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학부모들은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단행동까지 나오며 상황에 대한 엄중 대책과 행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장 횡령으로 대표 비리유치원으로 전락한 동탄 환희유치원의 경우 해당유치원 및 지역 학부모 700여 명이 ‘동탄 유치원 문제해결 촉구를 위한 모임'을 결성한 후 지난 10월 21일 비리유치원을 규탄집회를 실시했다. 학부모들은 대책마련 촉구 회의와 규탄집회 등에서 교육청 등 관계부처를 향해 “전체 유치원 감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학부모들의 외침을 국가와 전국의 유치원이 듣길 바란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10월 17일에는 학부모들로 구성된 광주여성회가 광주교육청에서 ‘사립유치원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광주여성회는 이 자리에서 “어린이에게 쓰여야 할 유치원비가 원장의 개인 돈으로 사용된 것에 분노한다. 상황을 방치한 교육당국이 책임져라”라고 촉구했다.

10월 20일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는 학부모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를 열고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연간 2조 원씩 받으며 감사를 안 받는 유치원, 감시할 수 없다는 정부, 이들을 방기하는 학부모 모두 문제”라며 “유치원 원장들의 정치력이 두려워 움직이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수백만 명의 학부모는 두렵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및 교육당국 책임자 처벌 및 에듀파인(국·공립 학교의 회계 시스템)의 무조건 도입, 국공립 단설 유치원 확충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와 같이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여론도 이에 동참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사는 박모(30, 여) 씨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립유치원의 현 실태에 화가 난다”며 “비리 근절과 관련한 집회가 열리면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치원 학부모들과 국민들은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에듀파인’의 사립유치원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유치원 신고센터’ 도입…‘시민감사관’, ‘에듀파인’도 대안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만연하게 드러난 시점과 맞물려 정부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비리유치원’ 등 영유아 교육기관의 ‘적폐’를 뿌리뽑기 위해 본격 행보에 나섰다. 권익위는 내년 1월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불법·공익침해 행위에 대한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 중이다. 또한 전국 각지의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상시감사체계 구축에 따라 10월 19일 ‘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가동하며 국민들의 적극 동참을 촉구했다. 특히 센터 운영 첫 날 전국 각지에서 비리제보 33건이 접수됐으며, 비리사례를 통보하지 않은 교육청과 더불어 국민과 학부모들의 분노 가 절정에 달해있는 상태이므로 신고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의 ‘신고센터’ 도입 외에도 시민이 직접 감시자로 나서는 경기도교육청의 ‘시민감사관’과 최근 국민들의 높은 찬성률을 이끌어내는 ‘에듀파인’도 ‘유치원 적폐’를 근절하는 데 발판 역할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시민감사관’ 제도를 전격 도입하며 사립유치원의 비리 행위를 잡는데 주력했다. 결국 ‘동탄 환희유치원 원장 횡령 비리’라는 충격 적인 사건을 밝혀내며 정부와 학부모들을 ‘유치원 적폐근절’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다. 또한 정부는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에듀파인’은 정부에서 유치원의 모든 회계과정과 지출 세부내역을 볼 수 있어 회계투명성이 보장되고 원장의 횡령 등 비리를 차단할 수 있어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22일 한국사회여론조사 연구소의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도입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하는 비율이 77.5%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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