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47호=김길수 발행인) 어느 때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도 추위지만 유치원 비리, 고용세습 의혹 등 연일 발표되는 뉴스들로 인해 몸과 마음이 더 추운 듯 느껴진다.

지난 10월 10일부터 국회에서 2018년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아마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이슈는 유치원 비리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달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로 적발된 유치원이 전국적으로 1800개가 넘고, 이들 유치원이 저지른 비리는 총 5951건으로 269억 원에 달했다. 박 의원은 “유치원 교비를 갖고 원장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 숙박업소에서 사용하며 심지어 성인용품점에서 용품을 샀다”며, “종교시설에 헌금하고 유치원 연합회비를 내는데 수천만 원을 쓰고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값, 차량 수리비, 자동차세, 아파트 관리비까지 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이 뉴스에 발표되자 그 파장은 엄청났다.

취임하기 바쁘게 터진 사립 유치원 문제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민 상식에 맞서는 일”이라며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3일 소위 ‘박관용 3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에 대응하여 일부 유치원에서는 내년도 입학설명회를 보류하고 놀이학교 등으로 업종 전환하거나 폐원을 검토하고, 심지어는 집단휴업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온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학부모의 입장을 살펴보면 정치권이나 사립 유치원 측 사이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다. 그 이유는 저조한 국공립 유치원의 취원율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국공립 유치원의 취원율은 평균 25.5%다. 유치원생 4명 가운데 1명 정도만이 국공립에 다니는 셈이다. 전체 유치원 8,275개 원 중 사립이 차지하는 비율은 4,101개 원으로 전체 유치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3%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 할지라도 다니던 유치원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보낼 선택권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또 지금 시기는 내년도 신입 원아 모집이 시작되는 시기로 학부모들은 더욱 혼란에 빠져있다.

사립학교 비리는 유치원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3대 악법 중 하나가 사학법이라는 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학비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다. 그들이 이런 짓을 하도록 자리를 깔아 준 것은 정치와 정책의 부재가 만든 결과가 아닌가? 또 이런 비리가 관행처럼 이어져 있었는데도 관리 감독에 소홀한 교육부가 그 책임에서 벗어나 유치원 비리에 대해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비리 사례가 적발된 유치원이 그에 합당한 징계나 법적 처분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비리가 발생하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수정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속담처럼 애꿎은 맞벌이 부부와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전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제2의 유치원 대란’이 일어나지 않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해결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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