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연소 이끌고 8강 도전…‘브라질 미러클’을 향해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호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브라질을 향해 돛을 올렸다. 홍명보 감독은 당초 계획보다 다소 이른 지난 5월8일 2014년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홍명보호는 지난 5월12일 경기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첫 소집훈련을 시작으로 본격 월드컵 체제에 돌입했다. 보다 빠른 선수 소집을 통해 집중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을 안고 출발한 이번 홍명보호가 오는 6월13일 시작되는 브라질 월드컵의 가슴 설레는 출항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홍명보호 최종 엔트리 23명 발표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5월8일 오전 파주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23명의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 했다. 홍명보 감독(윗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골키퍼 정성룡, 김승규, 이범영, 수비수 이용, 김창수, 김진수, 윤석영, 김영권, 황석호, 홍정호, 곽태휘, 미드필더 기성용, 박종우, 하대성, 한국영, 손흥민, 김보경, 공격수 박주영, 구자철, 김신욱, 이근호, 미드필더 지동원, 이청용.
이번 홍명보호의 최종 엔트리 23명 가운데 깜짝 발탁은 없었다. 박주영(29·왓포드)을 중심으로 기성용(선더랜드)·구자철(마인츠)·김보경(이상 25·카디프시티)·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 등 2012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써낸 ‘황금세대’들이 다시 한 번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K리그 대표 공격수 김신욱(26·울산 현대)·이근호(29·상주 상무) 등도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2010남아공월드컵 당시 최종 명단에 들지 못해 눈물을 삼켰던 이근호는 4년 만에 기회를 잡았다.
발탁이 유력시됐던 박주영은 어김없이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봉와직염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박주영은 일찌감치 귀국해 대표팀의 관리를 받으며 회복에 집중했다. 예상대로 끝내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걸었던 이동국(35·전북)은 낙마했다. 2006독일월드컵을 끝으로 더이상 월드컵과의 인연을 맺지 못했다.
기존 홍 감독이 기용하던 멤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비수 황석호(25·산프레체 히로시마) 정도만이 뉴페이스라고 볼 수 있다. 황석호는 오른쪽 풀백과 센터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풀이된다.
K리그에서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는 이명주(24·포항)는 끝내 탈락했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한국영(24·쇼난 벨마레)·하대성(29·베이징 궈안)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낙마했다. 박주영과 같은 봉와직염을 앓고 있는 박주호(27·마인츠)는 회복이 늦어 결국 고배를 마셨다. 박주호 대신 최근 소속팀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준 윤석영(24)이 왼쪽 풀백 자리를 꿰찼다. 포지션 구성에 있어 변화가 다소 있었다. 구자철(25·마인츠)과 이근호가 공격수로 분류됐다. 박주영·김신욱과 함께 공격진을 이끈다. 끝까지 안갯속에서 섣불리 예측할 수 없었던 오른쪽 풀백의 한 자리는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가 차지했다. 부상으로 꾸준히 홍명보호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김창수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앞세워 승선했다. 젊은 선수들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줄 역할은 곽태휘(33·알 힐랄)가 맡았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선수들을 모두 잊었다. 나의 아이들이라고 하는데 (그들과)한 번 정도 경험했던 것은 나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지금부터 월드컵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다”고 했다.
23명 가운데 17명이 해외파 선수, 6명이 K리그 선수로 구성됐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로 좁히면 K리그 출신 선수들은 3명이다.
홍 감독은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없애고 곧바로 월드컵 본선 체제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FIFA에 제출할 30인의 예비 명단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좋은 출발” 홍명보호 본선 대비 소집 이상 무
선수 구성을 마친 대표팀은 지난 5월12일부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입소한 홍 감독은 “많은 관심을 보내줘서 감사하다. (선수가 전원 참석하는)완벽한 소집은 아니지만 브라질월드컵을 대비해서 오늘부터 시작이다”며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이 부족한지 잘 정리해서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5월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평가전을 갖고 30일 미국 전지 훈련지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출국했다.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마이애미에서 기후 적응을 하기 위해서다. 마이애미는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는 쿠이아바와 환경이 흡사해 안성맞춤으로 평가되고 있다. 쿠이아바는 연평균 기온이 30도로 월드컵이 열리는 6~7월에는 37도까지 치솟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 습한 날씨다.
또 마이애미는 한국이 경기를 치를 쿠이아바, 포르투 알레그레, 상파울루 등과 경도가 비슷해 시차가 거의 없는 것도 장점이다. 2시간 차이다.
대표팀은 오는 10일 ‘아프리카 강호’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11일 브라질 이구아수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에 입성한다. H조에 속한 한국은 6월18일 오전 7시 쿠이아바에서 러시아,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알제리, 27일 오전 5시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차례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본격적인 주전 경쟁 돌입
이제 적재적소에 어떤 카드를, 어떤 조합으로 활용할 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운영의 큰 틀에서 베스트11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상된다.
우선 공격라인을 살피면 박주영(왓포드)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운데 이근호(상주), 구자철(마인츠), 김신욱(울산)이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박주영은 봉와직염 치료를 끝내고 본격적인 컨디션 회복에 들어갔다. 런던올림픽과 지난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골로 보여줬듯 홍 감독의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 구자철은 박주영과 런던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고, 이근호는 박주영과 동갑내기로 절친이다. 김신욱은 196㎝의 장신 공격수로 상대 수비진을 위협할 때 효과적이다.
허리에서는 에이스 기성용(선더랜드)이 중심을 잡고 파트너 조합에 따라 다양한 전술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이 하대성(베이징 궈안), 박종우(부산)와의 경쟁에서 다소 앞선다는 평가다.
그러나 하대성은 홍 감독 부임 이후, 가장 큰 신뢰를 쌓은 선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준수했다. 박종우는 런던올림픽에서 기성용과 함께 동메달을 일군 주역이다.
좌우 측면도 치열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로 선정된 손흥민(레버쿠젠)을 비롯해 이청용(볼턴), 김보경(카디프시티),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자리다툼을 펼친다.
중앙 수비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조합이 유력하다. 곽태휘(알 힐랄)와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는 다소 밀린다. 그래도 황석호는 오른쪽 풀백을 설 수 있어 활용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곽태휘는 출전시간과 상관없이 맏형으로서 든든한 지원군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좌측에서는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와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이, 우측에서는 이용(울산)과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경쟁에 돌입한다.
골키퍼 자리는 일찌감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정성룡(수원)과 김승규(울산)가 주전 자리를 두고 다투는 가운데 이범영(부산)은 승부차기까지 갈 경우, 제몫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원한 리베로’에서 ‘영원한 리더’로
홍 감독은 선수 시절에 탁월한 리더십으로 항상 주장 역할을 맡았다. 1990년 한국 축구에서 수비수의 장을 새로 연 그는 2000년 일본의 가시와 레이솔 최초의 외국인 주장 완장도 찼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때도 국가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다.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도 얻었다.
1992년에는 포항스틸러스의 K리그 우승에 기여하며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수비수 출신 MVP를 수상했다. 1995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뽑혔다. 또 2002년 월드컵 브론즈볼을 수상하는 등 선수 생활 내내 정상에 서 있었다.
홍 감독은 12년 간의 국가대표 시절 ‘영원한 리베로’의 영광에 이어 지도자 타이틀을 달고도 항상 최고의 자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왔다. 선수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수비수로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라는 역사의 중심에 있었고, 지도자로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어 내는 등 한국 축구의 영광과 늘 함께 해왔다.
선수로서 현역 은퇴 뒤에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착실히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딕 아드보카트(65) 감독 밑에서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은 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수석코치를 맡았다. 2009년에는 이집트U-20월드컵 사령탑에 올라 한국을 8강에 올려놓았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일궜다. 런던올림픽에서 첫 동메달을 거머쥐며 지도자 생활에 정점을 찍었다.
일각에서는 너무 빨리 중책을 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으나 승승장구하며 보란 듯이 성공 신화를 남겼다. ‘영원한 리베로’에서 ‘영원한 리더’로 우뚝 섰다.
2년 전 런던에서 신화를 남긴 홍 감독은 이번에는 브라질에서 새 역사에 도전한다. 기적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홍 감독이 ‘런던 미러클’에 이어 ‘브라질 미러클’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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