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심장은 케이지에서나 슬픔 앞에서나 여전히 뜨겁다

세월호 침몰 애도 열기가 ROAD FC(이하 로드FC)의 행진을 잠시 멈추게 했다. 5월10일로 예정됐던 ‘ROAD FC 015’ 대회가 31일로 미뤄진 것. 로드FC 관계자는 “대회준비로 한창 분주하게 오가던 가운데 사고소식을 들었다”며 “범국가적 재난이기에 대회를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나 참가선수들이 이 대회만을 바라보며 몇 달 동안 땀을 흘려왔고, 로드FC가 국제대회로 운영되는 상황이라 부득이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로드FC 측은 이번 대회를 최대한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드FC선수단, 애도행렬 이어져

▲ 서두원 선수를 비롯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를 통해 2,000만 원의 성금을 기탁하며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를 통해 2,000만 원의 성금을 기탁하며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서두원 선수를 비롯해 김수철, 손혜석, 박정교, 김재훈, 박현우, 강성목, 유재학, 김대성, 윤재웅, 김석용, 곽종현, 조영승, 김호준, 길영복 선수가 성금과 함께 애도의 행렬에 동참했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성금기탁과 함께 토종 종합격투기단체인 로드FC의 이름이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ROAD FC’에서 ‘ROAD’는 말 그대로 길이라는 뜻. 정문홍 대표는 “마음껏 뛸 수 있는 케이지를 잃은 선수들에게 꿈을 이루는 길이 되어주고자 설립하며 지은 이름”이라며 “이제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희망의 길이 되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성금기탁에 참여한 한 선수는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매우 아팠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다”며 성금기탁 취지를 전했다. 선수들이 기탁한 성금은 경기를 뛰게 되면 받게 되는 파이트머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선수들의 땀을 모은 셈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20세 청년들로, 파이트머니 액수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하는 가운데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이번 성금기탁이 더욱 뜻 깊게 받아들여진다는 평가다.

 
살아있는 전설, 日 미노와 맨 선수도 동참
5월31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박정교 선수와 맞붙는 미노와 맨 선수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일본 현지에서 성금모금 활동을 펼쳤다.
미노와 맨 선수는 지난 5월18일 일본에서 열린 여성격투기대회 ‘쥬얼스’ 대회장에서 직접 케이지 위에 올라가 현장관객들에게 한국의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다. 그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성금모금에 동참해 달라며 깊이 허리를 숙이는 한편, 본인이 직접 성금함을 들고 장내를 돌기도 했다. 또한 경기가 끝난 후에는 마지막 관객이 대회장을 떠날 때까지 입구에 서서 성금활동을 이어갔다.
미노와 맨 선수는 한국의 종합격투기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종합격투기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별칭은 자신보다 신체조건이 월등히 뛰어나거나 큰 선수들과 맞서 물러섬 없는 경기를 펼쳐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이러한 평소 이미지와 함께 미노와 맨이 보여준 훈훈한 모습은 그에게 새로운 별칭을 붙여줄 것으로 보인다.
미노와 맨 선수는 모금활동의 수익금은 대회기간 한국을 찾아 로드FC 측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는 “너무나 큰 사고로 침체되어 있는 한국 팬들을 위해 ‘파이터’라는 본분을 살려 그 어느 때 보다 힘껏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미노와 맨은 지난해 구미에서 열린 ‘로드FC 013 대회’에서 자신의 공식전적 100전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본인과 한국 팬 모두에게 뜻 깊은 경기를 선물한 바 있다.

ROAD FC 015 관전포인트는?
이번 대회는 올스타를 대거 케이지 위로 올려 경기력과 대중성이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로드FC는 이번 대회 대진표를 발표하며 “열다섯 번째 넘버시리즈 대진은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라고 단언한 바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종합격투기의 전설적 선수들을 총집결시켰으며, 국내 종합격투기의 미래를 짊어진 차세대 대표선수들도 대거 등용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우선, 올해 초 ‘주먹이 운다’라는 TV프로그램이 크 이슈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방영됐다. 그 출연자 중 한 사람이었던 부산협객 박현우 선수와 전직 야쿠자 출신의 김재훈 선수가 케이지 위에서 격돌을 예고했다.
두 선수는 방송출연 당시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기를 모은 바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김 선수의 조기 탈락으로 두 선수는 종영 때까지 승부를 가릴 수 없었다. 이후 로드FC 측으로 두 선수의 경기를 성사시켜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로드FC 측은 장고 끝에 두 선수의 경기를 스페셜 매치로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지난해 ‘감성파이터’ 서두원 선수는 자신을 종합격투기 선수로 이끌어준 롤모델 요아킴 한센 선수와 명승부를 펼쳐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이끈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요아킴 한센 선수와 케이지에서 만난다.
김수철 선수와 타무라 이세이 선수의 대결에도 기대를 높이고 있다. 김 선수는 별다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최강자 0순위 후보’라는 소문이 은근히 돌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8살 때 일본단체 ‘라이징온’의 타이틀을 거머쥔 후 로드FC에서 꾸준히 성장해온 국내 종합격투기의 차세대 기대주로 꼽힌다.
또한 김 선수와 맞서는 타무라 이세이 선수는 이전에 ‘런닝맨’ 송민종 선수와 대결을 펼친 적이 있는 실력자다. 하지만 종합격투기계 안팎에서는 김 선수의 낙승을 점치는 분위기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가 로드FC의 경량급을 이끌고 있는 대표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는 로드FC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실력의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실공이 로드FC의 마스코트로 평가받는 ‘감성파이터’ 서두원 선수의 경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케이지와 브라운관을 누비며 종합격투기와 로드FC를 알리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바 있다. 지난해 서 선수는 자신을 종합격투기 선수로 이끌어준 롤모델 요아킴 한센 선수와 명승부를 펼쳐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이끈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요아킴 한센 선수와 케이지에서 만난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