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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사회문제를 다룬 픽션 '70세 사망법안, 가결'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8.11.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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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저출산 고령화 사회, 평범한 일상을 관통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다룬 픽션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대상자가 그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고령화에 부수되는 국가 재정의 파탄이 일시에 해소된다고 한다.’

70세 사망법안의 가결로 온 사회가 들썩들썩하다. 전 세계적인 이목도 집중됐다. 찬성 vs. 반대, 서로의 입장은 명확하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입장 차이는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서 기인하였다. 생산 인구 저하로 국가 자체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요, 고령 인구에 대한 의료와 복지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이는 젊은이들이 떠안아야 할 부채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 인구는 충당되지 않는다. 그것도 모자라 일자리를 대체하는 IT와 AI 산업의 발전으로 젊은이들은 점점 더 심각한 취업난에 허덕이게 되었다. 이런 사회적 악순환의 고리를 일거에 끊기 위한 대체 요법으로 가결된 것이 ‘70세 사망법안’이다.

지극히 평범한 도요코 가족의 일상에도 이 ‘70세 사망법안’이 들어온다. 사망법안을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불안한 미래가 안정을 찾을 반가운 소식으로, 누군가에게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누군가에게는 열심히 살아왔던 인생을 무시하는 처사로 다가온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 기회에서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건이 되고 만다.

평범한 삶의 단층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가 비치다

코앞으로 다가온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 매스미디어에서는 이미 ‘명절 증후군’ 관련 다양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고부갈등, 가정 내 수직적 관계, 자식에 대한 기대와 부모의 의무. 도요코의 일상을 따라 읽어 내리노라면, 추석과 설 연휴만 다가오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는 ‘명절 스트레스’ ‘명절 증후군’이 절로 연상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여전히 고부갈등과 명절 스트레스, 부모 봉양에 관한 것은 일반 가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여전히, 명절이 지나면 부부 간의 불화가 커져 이혼하는 가정마저 생긴다. 기혼이든 미혼이든 엄마의 ‘나 하나만 참으면 되지’ 하는 뒷모습을 보며 자란 여성들은 도요코를 읽으며 나 자신의 그림자를 보는 듯한 감정에 휩싸인다. 여전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취준생이 연금으로 카페에 오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는 짙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이용’에 대한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논의가 계속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내면에는 ‘힘들게 일해서 내는 내 세금으로, 일하지 않는 노년층의 두 발에 자유를 준다’는 분노 때문은 아닐지.

이렇듯 《70세 사망법안, 가결》이 보여 주는 평범한 삶의 단층은 우리네 삶과 한 치 다를 바 없다. 가정주부, 직장인, 비정규직, 취업준비생 그리고 고령화를 비롯한 갖은 사회문제들. 제27회 추리소설 신인상으로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가키야 미우가 풀어내는 일본 사회의 모습은 마치 현시점을 투사하는 듯하다. 이에 응답하듯, 일본 문학 전문번역가 김난주는 칼과 방패처럼 대립하는 이들의 모습을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에 유려하게 녹여 낸다. 가키야 미우와 김난주의 조화로운 언어는 때로는 불편하고도 마음 아리게, 때로는 건조하지만 격정적으로 스며든다. 우리는 그들 개개인의 상황을 ‘나’에 투영하여 화를 내기도 하고 억울해하기도 하면서, 차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

우리가 감내해야만 하는 힘듦이 한 편의 소설로 모두 씻겨 내려갈 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 굳이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한 편의 이야기가 위로를 주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을 내딛은 도요코, 그리고 도요코의 부재로 기존의 자신을 하나씩 벗겨 내는 가족들. 임계점에 다다랐던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새로운 시작을 내디딘다.

김민수 기자  dikigirl200@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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