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과학책 앞에 서면 누구나 답답해진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과학이라지만, 일반인에게 ‘과학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기란 난망한 일이다. 어디서부터 과학을 알아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서점에 가면 수많은 과학책들이 가득하지만, 어떤 책부터 골라 읽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 『이명현의 과학책방』은 그렇게 막연하던 과학을 막역한 친구로 만들어주는 과학 에세이집이다. 전작 『이명현의 별 헤는 밤』(2014)에서 저자 이명현은 별과 시와 소설을 사랑하는, 인문학 감수성이 충만한 천문학자의 모습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에서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서, 과학의 숲을 헤쳐갈 수 있도록 지름길을 알려주는 길잡이를 자처한다. 그러나 결코 딱딱하고 지루한 ‘모범’ 가이드가 아니라, 저자 자신의 과학책 읽기 ‘희로애락’을 과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담백한 ‘자전적 과학 에세이’다.

이명현은 과학책의 콘텐츠와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자연스레 엮어내면서 달력, 날씨, 진화, 외계인 같은 친숙한 과학적 주제들에서 블랙홀, 양자역학, 빅뱅, 힉스 입자 같은 어려운 과학 개념들에 이르는 다채로운 과학 이야기를 펼친다. 그는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경이감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그의 손을 거치면 과학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아직 읽지 못한 과학책도 마치 친구의 친구처럼 한번쯤 만나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과학에 생소한 이들에게 입문서로 제격이다.

이 책은 ‘작은 과학책방’처럼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저자 이명현은 삼청동에서 ‘과학책방 갈다’를 운영하고 있는 책방 주인장이기도 하다. 책방의 여러 코너들이 저마다의 주제에 맞게 추천 도서를 큐레이팅하는 것처럼, 『이명현의 과학책방』은 다섯 가지 테마로 과학책을 소개한다.

1부 '우주와 별과 지구의 아름다움'은 오로라, 별자리, 블랙홀, 외계 생명체 같은 천문학적 주제를 한데 모았다. 저자는 그 누구보다 별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천문학자로서, 우주의 경이로움에 감탄할 뿐만 아니라 우주의 본질을 찾아가는 천문학적 탐구 작업의 고유한 면모를 이야기해준다.

2부 '한국 과학자가 쓴 과학책'은 우리 입맛에 맞는 과학책을 친절하게 소개하는 코너다. ‘한국 과학책’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에 서양 과학책들이 갖는 이질감 없이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과학울렁증 독자를 위한 쉬운 과학책부터 중력, 달력, 영화, 일기예보, 진화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훌륭한 한국 과학책들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3부 '과학자란 누구인가?'에서는 과학자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아낸다. 달로 떠난 우주비행사, 천문대 ‘계산기’로 살았던 천재 소녀, 아인슈타인도 몰랐던 ‘빅뱅’의 천재, 아폴로 박사 조경철의 일대기, 칼 세이건과 스티븐 호킹의 열정적인 인생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4부 '세상의 온갖 궁금증'에서는 과학이 묻고 답하는 세상의 온갖 주제를 다룬다. 죽음의 문제, 신의 문제, 우주의 시작과 끝, “도대체 빅뱅 이전에는 뭐가 있었나요?”, 뇌의 역할 등 과학이 말해주는 흥미진진한 질문들과 답변들이 감성적인 문체로 펼쳐진다.

5부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에서는 과학적 사고방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책들이 주로 다뤄진다. 진화론에 대한 흔한 오해, 기적보다 경이로운 과학, 수학으로만 그려내는 세상의 모습 등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명현의 과학책방』은 과학책에 대한 친절한 소개서를 자처하지만, 실상은 과학을 빌미로 하여 세상 모든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이명현 개인의 자전적 과학 에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런 면들이 과학 초심자로 하여금 쉽게 ‘과학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을 수 있게 한다. 그런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과학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을 없애고, 과학책 읽기를 하나의 즐거운 읽을거리를 향유하는 행위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학인지 문학인지 모를 아름다운 에세이이자, 서평인 듯 인생 에세이인 듯 헷갈리는 서술 방식이 이 책의 고유한 특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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