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암호화폐가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다’
대법원…비트코인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 인정

[시사매거진=임정빈 기자] 암호화폐에 대한 이슈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끊임없이 화두 되고 있는 암호화폐의 통화성과 자산성에 대해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견해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흔히 자산이라고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의미하며, 법률적으로는 유형 또는 무형의 유가물(有價物)로서 부채의 담보가 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비트코인 및 가상화폐 열풍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지만 2017년 말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부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적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공식적으로 ‘암호화폐가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얼마 전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할 계획이 없다”고 발언했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가상화폐의 자산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 세계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암호화폐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대법원은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암호화폐의 자산성 여부를 둘러싼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사진출처_SBS뉴스 캡쳐)

대법원,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 인정

기업 공시 자료에 암호화폐가 원화로 환산된데 이어 최근에는 대법원도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는 판결을 내리면서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7일 암호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은 범죄자의 암호화폐 압류 여부를 가늠하는데서 비롯되었다.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돼 구속된 안 씨(34)가 부당하게 번 돈으로 매입한 비트코인을 압류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 대상이었다. 안 씨가 보유한 191.32333418비트는 7일 오전 9시 기준 16억여 원에 달한다.

법원의 판단은 1심과 2심을 통해 판결을 확정했다. 1심은 범죄수익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몰수할 수 없다는 형법 제 48조를 들어 객관적 가치를 알 수 없는 비트코인은 몰수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를 들어 사회 통념상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가 인정된다며 몰수해야 한다고 봤다.

항소심 법원이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예정된 발행량이 정해져 있고 P2P 네트워크 및 블록체인 기술에 의하여 그 생성, 보관, 거래가 공인되는 가상화폐로서, 무한정 생성·복제·거래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와는 차별화된다.

둘째,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 된 파일 형태로 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셋째,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특정한 다음, 그 비트코인을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해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했고, 위와 같은 이체기록이 블록체인을 통해 공시되어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정보가 10분마다 갱신된다는 점만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이 상실됐다고 보기 어렵다.

넷째,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이 거래소를 통해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것이 가능하고,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는 비트코인 가맹점이 존재하는 등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다섯째, 압수된 비트코인을 몰수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사실상 피고인이 이 사건 음란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 되어 매우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을 확정해 비트코인의 자산적 가치를 인정하고 최종 몰수 판결을 내렸다. 이는 암호화폐의 자산성 여부를 둘러싼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이 암호화폐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자산성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여온 정치권과 업계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답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이번 판결이 당연한 결과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다. 또한 암호화폐의 규제와 세제, 회계 분야 등의 이슈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볼 일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금융상품으로 볼 것이냐, 금융 규제 대상으로 삼을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이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해온 혐의를 받은 업자에 대해 비트코인 191개 몰수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금융위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최 위원장은 “대법원의 자산가치 인정과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이나 규제대상으로 볼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투자자가 있으니 재산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비트코인을 유동자산 내 당좌자산으로 분류했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은 2015~2016년 지성회계법인, 2017년 대현회계법인을 통해 외부감사와 실사를 받았는데, 전자화폐라는 계정으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당좌자산으로 처리했다. (사진출처_뉴시스)

암호화폐 당장 위협되는 존재는 아니지만 탈세, 자금 세탁 등 우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비트코인의 자산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외교·법무, 검찰·국세·관세·금감원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9기 제3차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에 참석했다고 지난 7월 2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FATF는 앞으로는 암호화폐를 ‘Virtual Currencies/Crypto-Assets’(가상통화/암호자산)로 쓰기로 결정했다. 암호화폐의 자금세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FATF 권고기준은 신속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속하게 권고기준과 가이던스의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FATF는 G20에 제출할 보고서에 암호화폐 관련 활동 및 향후 계획을 보고했다. 특히 암호화폐 관련 국제기준 및 가이던스 개정 등을 미국 의장국기간 동안 우선적인 과제로 논의할 예정임을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최근 22일 G20(주요 20개국) 경제수장들은 “암호화폐는 법정통화의 핵심 속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공동성명을 통해 암호화폐가 금융안정에 있어 당장 위협되는 존재는 아니지만, 탈세, 자금 세탁 등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G20가 발행한 공동성명서에 따르면 경제수장들은 암호화 자산의 기반인 블록체인과 그를 비롯한 기술 혁신이 경제 및 금융 시스템에 굉장히 유익하다고 보도했지만, “암호화폐는 투자자 보호, 시장 무결성, 탈세,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의 리스크를 동반한다”고 전했다.

G20는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앞서 제시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반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FSB의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나오는 업데이트 사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FSB가 향후 암호화 자산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지 기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FSB는 지난 16일 G20에 “가격 변동성, 암호화폐공개(ICO) 규모, 지급결제 및 거래정산에서의 암호화폐 활용 등에 초점을 맞춰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G20 재무 장관들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암호화폐 관련 권고기준을 명확히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성명에 따르면 G20는 “오는 10월까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3월 개정됐던 FATF 권고기준이 암호화 자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G20 재무 장관들은 FSB와 FATF에게 각 회원국이 암호화폐 이슈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검토하고 연구하라고 요청했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인 제롬 파월의 의견도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는 미국 의회가 주최한 청문회에서 암호화폐는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18일 CNBC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주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암호화폐는 본질적인 가치가 없기 때문에 실제 화폐로 보기 힘들며,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암호화폐 가격의 급등락을 언급하며 “순진한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이를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더 투자한다”면서 “사실 암호화폐는 어떠한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암호화폐의 기능적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화폐는 지급결제 수단이자 가치저장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암호화폐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쓰이지 않으며 큰 변동성 때문에 가치저장 기능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암호화폐의 특징 중 하나인 익명성으로 인해 자금 은닉이나 세탁과 같은 범죄 행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의견도 나타냈다. 파월 의장은 “암호화폐가 범죄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에서 이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아직까지 암호화폐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G20 경제수장들과 같은 의견을 내비췄으며, “연준이 직접적으로 암호화폐를 규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성 인정 여부에 따라 절차 달라져

암호화폐 선진국인 일본 정부는 올해 초 사실상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이전까지 물건으로 취급해 소비세를 부과했으나 지난 7월 1일부터는 세법 개정을 통해 소비세도 폐지했다. 가상화폐를 ‘통화’의 범주에 집어넣은 것이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오는 9월 21일 비트코인 선물 거래 허용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 CME 상장은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됐다. 미국은 암호화폐를 ‘상품’의 범주로 본 셈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앞서 설명한 자산이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인들은 ‘비트코인의 자산성을 두고 왜 의견이 분분하지?’ ‘그냥 자산성을 인정해주면 되는 부분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그 자산성이라는 것은 위와 같이 통화가 될 수도 있고, 파생상품이 될 수도 있다.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했을 때, 일으키는 파장과 그것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많은 절차들이 있고, 자산성으로 인정하더라도 어떤 자산성으로 인정할지에 따라 그 절차들은 또 달라진다.

간단한 예를 들어, 암호화폐를 자산성으로 인정하고, 그 자산성이라는 분류에서 ‘통화’로 볼 것인지, ‘파생상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회계처리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자산성으로 인정한다면, 회계처리는 과세 절차를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르는 우리나라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유동자산으로 분류한다. 반면 파생상품으로 인정한다면, 회계처리기준은 매우 복잡해진다. 파생상품은 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투기거래인지, 위험회피인지 목적에 따라 회계처리를 다르게 한다.

 

우리나라 아직 명확한 회계기준이 없어

또한 우리나라는 아직 명확한 회계기준이 없다.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를 따르는 우리나라는 IFRS가 명확한 기준을 내려주기 전까지 한국회계기준원이 독단적으로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기준 없이 국내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비트코인을 당좌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라샤드 압델칼릭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회계학 교수는 “IFRS에서도 비트코인 관계자들을 만나 의논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회계기준 반영여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비트코인을 유동자산 내 당좌자산으로 분류했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은 2015~2016년 지성회계법인, 2017년 대현회계법인을 통해 외부감사와 실사를 받았는데, 전자화폐라는 계정으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당좌자산으로 처리했다.

당좌자산은 현금·주식과 같이 1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고 돈이 얼마가 들어올지 측정이 가능할 수 있는 자산이어야 한다. 또 공정한 방법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상품·제품·원재료 등 복잡한 판매과정을 거쳐야 현금화가 가능한 재고자산보다 환금성이 높다.

빗썸은 지난 2015년에는 1비트코인의 가격을 50만 6000원으로 적용해 유동자산을 평가했다. 지난 2016년에는 119만 2000원으로 처리, 자산가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 2017년 7월에는 약 1591만 원에 거래됐다. 2년도 안되어 자산가치가 약 32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각 국에서도 암호화폐의 자산성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자산성에 대한 부분은 하루아침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 암호화폐와 자산성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더 많은 사례들과 의견, 경제학적 관점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언제까지 어떻게 볼 것인가로 왈가왈부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발행인이 존재하지 않는 암호화폐는 지급책임을 기초로 이루어지는 금융증권이나 상품과는 다른 성격이기 때문에 파생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 법원의 판결을 바탕으로 암호화폐의 자산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비롯해 객관적 기준가치가 없고 불법인지 합법인지조차 규정되지 않은 암호화폐를 공정한 가치에 따른 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나오기까지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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