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철학이 중요하다, 인문학의 기초다"라고들 하지만, 글로 읽으려면 암만 해도 딱딱하고 모호하게 느껴진다. 거기다가 근현대 철학에 이르면 한층 더하다. 어디서 들어본 건 같은데 조금만 설명을 들으려면 추상적이기 이를 데 없고, 왜 중요한지는 더욱 모르겠다.

이 책은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말을 빌려 철학을, 그리고 철학자의 일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이 책은 역사의 격변기였던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며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발명했던 16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엮는다. 한 권으로 복잡하기 이를 때 없는 철학을 너무나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

프로이트, 프로이트, 후설과 니체, 소쉬르에서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이들이 주장한 것이 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어렵사리 읽어봐도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고 머릿속에 남지도 않는다. 이 책은 각 철학자들이 제시한 핵심적인 개념을 도표를 동원해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었다. 후설을 먼저 보여주고 나서 하이데거를 소개해 두 철학자를 대조와 비교를 통해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식이다. 또한 철학자들의 혁신적인 사고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낯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같은 실존주의자인 하이데거와 사르트르가 삶의 배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식이다.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16명의 세상을 바꾼 철학자들의 생각이 머릿속에 하나의 이야기로 술술 풀리는 엄청난 재미를 안겨준다.

마음 같아서는 하고 싶은 일들인데 기회만 생기면 배가 아프다면 프로이트가 당신이 외면하던 답을 알려줄 것이다. 니체의 초인이 당신의 새로운 이상향을 보여줄 것이다. 부모님 세대와 지긋지긋할 정도로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하던 당신이라면 푸코를 읽고 나면 한결 안정된 마음으로 다음 대화를 시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취업을 왜 해야 하는지, 왜 아등바등 일해야 하는지, 안 하고 살면 안 되는지 궁금해질 때면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가 눈을 번쩍 뜨이게 해줄지도 모른다. 철학은 오늘의 내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철학의 재미는 거기에 있다. 《너무 재미있어 잠 못 드는 철학 수업》은 그 재미를 우리에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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