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긴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런 고사성어를 일종의 정답으로, 삶에 도움이 되는 지혜로 배웠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정답에 익숙하다. 정확히 말하면 정답을 외우는 데 익숙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은 정답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했다. 그런데 정답은 하나다. 정답을 외우다 보면 유연하고 확장된 사고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자조한다. 진정한 앎이나 통찰은 ‘질문’에서 온다. 질문을 탐구하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익숙했던 정답에 도전하고, 그것을 비틀어 보자고 제안한다. ‘지피지기’면? ‘친구’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안다면, 서로를 잘 안다면 친구가 아닌가. 이 책은 수많은 정답과 상식, 이야기에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잘 질문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가끔은 다소 억지스러운 질문을 던지지만, 그런 질문에도 나름의 일리가 있다. 이러한 질문을 하다 보면 정답을 외울 때는 보지 못했던 가능성이 보인다. 한 가지 시선이 아니라 여러 시선으로 세상을 볼 때 가질 수 있는 힘이다. 그것이 바로 통찰력이고 창의성이다.

한동안 인문학 열풍이 불어서 인문학은 교양인의 필수 덕목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들어가며 인문학이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런데 도대체 인문학이 무엇인가?

인문학을 알아두면 고상해 보이는 교양쯤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어떤 지식을 인문학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사실 인문학은 지식 자체보다는 지식을 추구하는 방식에 가깝다. 김경집 교수가 썼던 글을 인용하면, “내가 물었던 것”에서 “물었던 나”로 돌아오는 것이 인문학이다. 수십 년간 대중과 소통해온 인문학자 김경집은 이 책에서 ‘질문하는 태도’를 통해 진짜 인문학을 소개한다. 이 책을 보다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나 지식도 많이 얻을 수 있다. ‘어 이런 거였어?’ 할 만한,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는 법을 훈련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유명 인사들이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인문학을 공부하면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퍼졌다. 그런데 정작 인문학이 어떻게 창의성으로 연결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인문학적 태도와 방식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습관이 통찰력과 창의성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답에 길들여졌지만 처음 보는 문제 앞에서 정답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독자, 전에 없던 발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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