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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도 수행이 되는 청정도량, 호구산 ‘용문사’도량 깊은 사찰, 정갈하고 단아한 가람, 울창한 숲과 야생차
문쥬니 기자  |  top@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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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호] 승인 2014.05.12  17: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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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절을 찾게 되는 경우는 두 가지 정도이다. 하나는 종교의 믿음, 또 하나는 길손처럼 문화재 답사로 여행이다. 종교의 믿음으로 찾는 절집은 온전한 기도처로서의 역할로 산사가 풍겨내는 그 만의 향이 있을 것이고, 길손과 같은 나그네라면 호젓한 산길과 먹먹한 고요 속의 염불소리이다. 그리고 가람의 시원스러움, 예스러운 분위기까지가 절을 찾는 이유가 될 것이다. 울창한 숲 속에서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절간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청량한 소리를 내고, 어디 숨어있는지 모를 산새는 풍경소리에 화음을 더하는 곳, 천년 고찰 용문사를 찾았다.

   
▲ 용문사 주지 성전 스님

용문사는 호구산(虎丘山, 691m)의 산기슭에 자리한 작은 절이다. 숨은 듯 감추지 않았고, 드러내지 않으나 그 정갈하고 단아함이 돋보이는 절이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오른 절집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버리고 수행자의 가람, 기도하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오롯한 절집을 만날 수 있었다. 용문사는 1996년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 운영되고 있으며, 전법도량이자 불교계를 대표하는 천년지장도량으로 지금도 성불과 중생구제의 서원을 간직한 스님들의 정진이 끊이지 않는 청정수행도량이다.

용문사의 역사
경남 남해군에 위치한 사찰 대부분은 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녔다. 용문사도 그 중 하나다. 호구산에 자리 잡은 용문사는 신라 문무왕 3년(서기663)에 원효 대사께서 보광산(금산)에 건립한 보광사(일명 봉암사)를 그 전신으로 하고 있다. 원효 대사께서 그 곳에 첨성각을 건립하고 선교의 문을 열어 그 명성을 떨쳤으나 이후 보광사의 사운(寺運)이 기울자 조선 현종 원년(1660)에 백월대사께서 용소리 호구산에 터를 정하고 사찰을 옮기게 되었다. 이후 신운화상이 첨성각 근처에 탐진당을 세우고 상법화상이 적묵당을 건립하는 등 충장을 거듭하여오다 현종 7년(1666)에 백월대사께서 대웅전을 건립하고 절 이름을 용문사라 하였다. 이어 숙종34년(1708)에는 염불암이 중창 되었고 절의 서쪽에는 백련암을 신축하였다. 조선 숙종 때에는 수국사로 지정되어 왕실에서 경내에 원당을 건립하고 위패를 모시는 등 왕실의 보호를 받는 사찰이 되기도 하였다. 그 당시 왕실로부터 하사받은 연옥등, 촛대와 번, 그리고 수국사금패 등이 유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왜란 때 사용했던 삼혈포와 승병, 의병들의 끼니를 담았던 큼지막한 목조 구시통이 지금도 원형 그대로를 유지한 채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먼 조선시대 중반으로 시간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천왕각과 대웅전
   
▲ 식재한 지 20년이 된 1,000평 가량의 녹차 밭과 자생식물단지
절의 입구에는 천왕각이 있다. 이 건물은 조선 숙종 28년(1702)에 지었다고 전해지며 앞면 3칸 옆면 3칸 규모의 맞배지붕집이다. 건물 안에는 좌우측으로 목조 사천왕상이 각각 2구씩 배치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천왕상은 마귀를 밟고 있는 형상이지만 이곳의 사천왕상은 부정한 양반이나 관리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천왕각을 지나 봉서루로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대웅전은 숙종29년 성화 스님이 낡은 대웅전을 고쳐 새롭게 지은 전각으로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법당 건축양식을 자랑한다.
대웅전은 앞면 3칸 옆면 3칸 규모의 화려한 다표계 팔작지붕으로 겹처마의 덧서까래가 길어서 전체적으로 지붕이 위로 활처럼 휘어져 있으며 네 귀퉁이에 추녀를 받치는 기둥인 활주가 있고 처마 아래에는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의머리가 장식돼 있어 상서로운 기운을 더한다.
법당 안에는 목조 아미타삼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모셔져 있다. 법당 뒤편 벽에 걸린 영산회상탱화는 1897년에 조성된 것으로 그림 중앙에 있는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좌우측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배치돼 있다. 대웅전 우측에는 문화재자료 제 151호 명부전이 자리하고 있다. 원효 대사가 직접 조성하고 백일기도를 드렸다고 전해져 더욱 유명해진 명부전에는 지장보살과 명부의 시왕이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 이밖에도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인 나한을 모신 영산전과 칠성탱화, 산신탱화, 독성탱화를 모신 칠성각이 있다. 또한 용문사에는 보물 1446호 괘불탱화와 유형문화재 7점을 비롯해 지방문화재 2점 문화재자료 7점 등 천년 사찰에 걸맞는 문화재가 잘 보관되고 있다.

녹차밭과 자생식물단지
호구산 정상에서부터 시작된 계곡을 따라 생겨난 오솔길을 걷다보면 용문사 주변으로 잘 조성된 녹차 밭을 만나게 된다. 식재한 지 20년이 된 1,000평 가량의 녹차 밭은 주변의 진녹색 소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온다습한 위치인 이곳의 녹차 잎은 하동의 차와는 잎두께, 향부터가 다르다. 스님들의 정성이 깃든 탓에 하나같이 연푸른 빛깔을 띄고 있다. 이곳에는 도라지 외 6종의 식물이 심겨져 있는 양용식물원과 구절초 외 19종이 심겨져 있는 자생식물원을 비롯해 치자, 비자, 유자 등 남해를 대표하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용문사 주변에는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한사람인 용성 스님, 조계종 종정 석우 스님과 성철 수님이 수행처로 삼았던 백련암이 있어 불교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성불과 중생구제의 서원을 간직한 스님들의 정진이 끊이지 않는 청정수행도량 용문사

주지 성전스님께서 전하는 인생의 깨달음
“강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그냥 흐를 뿐이라고. 강에겐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입니다. 지금 흐르는 것 외에 강에겐 어떠한 대답도 생각도 없습니다. 그래서 강은 흘러도 지치지 않습니다. 우리들 인생도 그냥 그렇게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불교계의 ‘글쟁이’로 통하는 주지 성전 스님께서는 불교방송에서 ‘행복한 미소’를 진행하셨다. 어렵지 않은 글로 ‘나’와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불교계의 소문난 글쟁이다. 성전 스님께 한마디 덕담을 구하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인생은 과정이고 우리의 안 밖에 있는 모든 근심의 원인은 사건, 상황이 아니라 그것을 지각, 해석하는 우리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부유해도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불행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이것은 어떤 것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려워도 힘들어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나가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우리는 인생을 실패와 성공의 결과로 판단한다. 그러나 인생자체가 과정이므로,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고, 성공했다고 기뻐할 필요가 없다. 성공 또한 실패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과정임을 이해하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며 성전스님의 말씀처럼 지금 우리는 어떤 마음을 쓰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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