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 등, 발원의 등, 대오견성(大悟見性)의 등을 밝혀 영원토록 어둠을 거둡시다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음력 4월 8일)은 불교에서 석가모니가 탄생한 날로, 석가모니가 이 세상에 와서 중생들에게 광명을 준 날이라는 뜻으로 불교의 연중행사 가운데 가장 큰 명절로서, 기념법회·연등놀이·관등놀이·방생·탑돌이 등 각종 기념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스님이 지난 4월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메시지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하며,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어니, 아직 귀환하지 못한 고귀한 분들 또한 어찌 산승과 한 몸이 아니리오. 참으로 슬픔이요. 황망하기 이를 데 없어 긴긴 밤을 지새움이 나날이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조계종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일부 취소하고 연등회 행사도 가급적 축소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르기로 했다.고 전하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중생들이 가져야 할 봉축법어와 ‘일인전허(一人傳虛) 만인전실(萬人傳實)’로, 한 사람이 헛된 말을 전하면 수많은 사람이 이를 사실처럼 전파한다는 의미의 글귀로 잘못된 유언비어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에 대하여 일침을 가했다.

▲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중생들이 가져야 할 봉축법어와 ‘일인전허(一人傳虛) 만인전실(萬人傳實)’를 전하고 계신다.

사부대중이여,
다 같이 집집마다 거리마다 축복의 등, 나눔의 등, 서원의 등을 환하게 밝혀 부처님께서 오신 것을 봉축합시다.

부처님오신날은 기쁜 날입니다.
사바세계에 영원한 서광(瑞光)이 처음 깃든 날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은 성스러운 날입니다.
진리의 세계, 적멸의 세계에서 만 중생에게 영원한 자유와 행복의 바른 길을 밝혀주기 위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중생의 몸을 나투어 이 땅에 출현하신 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성불하시어 생사가 없으셨건만, 어찌하여 굳이 중생의 옷을 입고 생사를 보이시고 성불의 길을 다시금 걸으셨겠습니까?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들도 중생의 몸을 의지해, 바른 신심으로 생사해탈(生死解脫)의 길을 증득하는 것임을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왕자로 태어나 출가하신 것은,
세상사 어떠한 부귀공명이라 할지라도 한낱 물거품이요, 생노병사를 요달하여 자기사(自己事)를 찾는 것보다 값진 것이 없음을 보이신 것입니다.

온갖 고행과 선정(禪定)을 초월하여 대도(大道)를 이루신 것은,
진리의 대도는 근기에 따른 방편이 따로 있지 아니하여서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여래의 국토에 이르는 것임을 증명해 보이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여래의 국토에 이르겠습니까?
바로 참선수행법이니, 일상생활가운데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던고?”
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주 간절한 의심으로 화두를 챙기되, 하루에도 천번만번 챙기어 화두의심 한 생각이 끊어지지 않게끔 정진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우리 중생들을 위해 수고로이 사바에 나투셨으니, 다 같이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 집집마다 거리마다 화합의 등, 발원의 등, 대오견성(大悟見性)의 등을 밝혀 영원토록 어둠을 거둡시다.

금일 산승도 부처님오심을 봉축하며 사바에 진리의 등불 하나를 밝히고자 하니,
사해오호 모든 분들이여,
잘 간직하소서.

一把柳條收不得<일파유조수부득>하여
和風搭在玉欄干<화풍탑재옥난간>이로다

한 주먹 버들가지 잡아 얻지 못하여
봄바람에 옥난간 벽에다 걸어 둠이로다.

(佛紀 2558年 부처님오신날)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