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공간기획자 가지와라 후미오가 말하는 ‘기획이 심플해지는 비결’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기획’, 듣기만 해도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 콘센트에 전원이 연결되는 느낌을 받지 않는가? 설레고 신이 나든, 부담스럽고 겁이 나든, 어는 쪽으로든 ‘기획’은 ‘정신이 들게 하는’ 단어임에 분명하다.

지금까지 없던 획기적인 기획을 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학교 다닐 때 배워본 적도 없는데 사회에 나오자마자 ‘기획력’을 요구받는다. 그렇다고 상사나 사수가 기획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기껏 준다는 지침이라곤 ‘될 때까지 해봐!’ ‘애정이 있으면 저절로 아이디어가 생겨!’ 같은 형이상학적(?) 조언뿐. 그러나 밤새워 머리를 쥐어짜봐야 참신한 아이디어는 생각나지 않고, 결국 ‘나는 기획하곤 거리가 먼가 봐’ 하는 암울한 결론에 이르고 만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UDS의 대표 가지와라 후미오는 앞으로 다가올 험난한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누구든 ‘기획하는 힘’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구가 줄고, 소비가 침체되고, 지금까지 존재하던 대다수의 직업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없으면 도태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 이것이 곧 ‘기획’ 아닌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막연하기만 한 기획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 이 책 《기획은 패턴이다》이다.

UDS의 기획하는 힘은 그들이 만들어낸 공간의 창조적 상상력과 직결된다. UDS는 기존의 건축설계사나 공간디자인 회사와는 다른 시각으로 공간기획에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존 회사들이 설계 및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들은 기획-디자인-운영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그 공간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이런 노하우를 인정받아 도쿄의 디자인호텔 클라스카, 한국의 카푸치노 호텔 등을 기획했고, 최근에는 까다로운 무인양품의 의뢰로 무지호텔 베이징, 무지호텔 긴자점 건축을 진두지휘했다.

이 책은 UDS의 30년 기획 노하우를 하나하나 되짚어 응축한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기획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수집과 아이디어 발상법, 기획을 구체화하는 방안과 협업할 때 유의할 점, ‘자기다움’이 있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점 등, 기획할 때 맞닥뜨리는 32가지 상황별 해결법을 ‘패턴 랭귀지’ 형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시했다. 뒷부분에는 UDS의 대표적 프로젝트 사례를 예로 들어 각각의 패턴들이 어떻게 결과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어판을 출간하며 덧붙인 내용도 있다. 3부의 ‘카푸치노 호텔(한국)’과 ‘무지호텔 베이징(중국)’ 사례는 원서에 없는 한국어판만의 특별 콘텐츠. 아울러 한국에서도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공간기획’에 관해 저자들의 견해와 전망을 듣는 특별 인터뷰도 수록돼 있다.

이 책의 사례는 공간기획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어느 분야의 기획에도 두루 적용될 수 있도록 정리돼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 ‘그렇구나!’ 하고 새로운 요령을 알게 되거나, 때로는 ‘맞아, 나도 자주 그러지’ 하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 ‘기획’을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말고, 이 책이 제시하는 요령을 일상에 활용해 기획에 접근하고, 동료들과 토론하고 개선해가는 시도를 해보자.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지금부터 자신의 일에 ‘기획’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이 책이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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