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눈치 챌 수 없는 여행”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바쁜 일상을 사는 ‘어른이’들에게 어쩌면 가장 확실한 독서법, 만화

각 장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대목을 골라 그림을 덧붙인 ‘이 장면’, 그리고 작가 이야기,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여섯 편에는, 작가와 그 주변의 인물 관계도를 추가해 그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작가의 활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일상 속 고전 읽기’를 콘셉트로 하는 이 책은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를 모두 짚어 주면서도 여백이 많고 편안한 그림체에, 일기를 몰래 보는 듯한 손글씨의 매력을 더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펼쳐들고 싶은 고전의 매력을 전한다. 활자가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구름 그림자가 지나는 카페테라스에서도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나만의 순간을 누려 보자.


셰익스피어부터 카프카를 지나 하루키까지, ‘당신의 인생책’에 내미는 고전의 도전장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모두 인간과 인생에 대해 깊은 이해를 보여 주는 세계 문학의 고전들로, 만약 ‘시간’이라는 평론가가 있다면 별 다섯 개 만점을 준 작품들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이 작품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작가 '의외의사실'은 고전과 현실 사이의 접점을 찾아, 각 작품마다 자기만의 이름을 붙였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는 ‘사랑이 시작되는 곳, 의심이 시작되는 곳’, 카프카의 『변신·시골의 사』에는 ‘불안이 내 안에 뿌리를 내려’,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는 ‘젊은 시절을 불러일으키는 구체적인 언어들’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사방이 차단된 서재에서가 아니라, 길을 걸으며 계절의 속도로 책을 읽는 '생활 독서'가 저자는 고전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깊은 이야기를 대신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눈치 챌 수 없는 여행

소설 속 무심하게 쓰인 지명과, 낯선 발음의 고유명사들을 읽을 때면, 이국의 여행지에 첫 발을 디딘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작가 '의외의사실'. 그는 ‘책 읽기’라는 가장 정적인 행위를 통해 작지만 확실한 ‘여행의 흥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래전 쓰인 책을 읽으며 이국의 관습을 경험하고, 처음 보는 골목을 걸어 보는 것. 만약 그 책이 만화라면, 여기에 인물의 표정과 복장 그리고 작은 장신구까지 상상하는 시각적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 “내겐 금요일보다 더 소중한 게 필요해!”라고 말하는 당신이라면, 오늘 퇴근길에 가장 멀리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