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제의 사회적 부담 해결 위한 방안

인류 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호모 헌드레드(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장수는 축복이지만 노후가 길어진 만큼 연금지원, 의료보장, 요양시설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지금 생명과학, 화학, IT 기술 발전과 함께 안티에이징 과학이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의 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열렸다. 20세기 이후 공중보건 환경과 개인위생상태가 개선되고 바이오 의약품 등 새로운 치료기술이 개발되면서 사망률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1903년에만 해도 평균수명이 25.8세였으나 1957년에는 50.9세, 2012년에는 81.3세로 늘어났다. 평균수명이 80세가 넘는 장수국가도 2000년에 1개국에 그쳤던 것이 2020년이 되면 32개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가 늙어가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2100년에 들어서는 노인인구가 전체의 22.3%를 차지해 22.6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노화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최대 수명은 120~150세 수준으로 예측된다.

안티에이징의 3大 키워드

 
노년기가 길어지면 경제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하지 못한 노년 생활은 길어진 수명만큼 질병과 장애를 안고 사는 기간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금 지원과 의료보장 확대, 요양시설 건립 등의 복지수혜식 정책은 사회적 비용 증가와 국가재정 부담을 초래한다.
사회적 부담이 과도해질 경우에는 세대간 갈등이 증폭되고 소비위축,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안티에이징 혁신으로 노인들의 사회활동을 활발해진다면 사회적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건강한 신체와 안정적인 직업 활동을 기반으로 노후에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뿐 아니라 여가활동을 통해 삶의 질도 향상되는 것이다. 실제로 100세 이상 장수인들의 사망 전 15년간 총의료비를 분석한 결과 일반인의 65% 수준에 그쳐 큰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명이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지출은 오히려 감소된 것이다.
질병의 압축으로 평생 건강하게 살다가 마지막에 짧게 앓고 죽는 것을 지향하는 안티에이징은 1980년 의학계에서 가설로 제안됐다. 최근 장수인의 연구를 통해 일생에서 질병으로 고생하는 비중은 일반인의 경우에는 17.9%에 달했으나 100~104세 장수인의 9%, 105~109세 장수인은 8.9%에 불과해 안티에이징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미래 6대 핵심기술로 노인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생물노화기술(Biogerontechnology)을 선정했고 생명과학, 화학, IT 기술의 발전으로 노화 메커니즘, 장수인 특징, 노화와 질병·장애관계, 보조공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노화는 비가역적이고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안티에이징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이다.
노화는 모든 생명체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300개 이상의 노화가설이 난무할 정도로 보편적 설명이론이 부족하고 유전, 생활습관, 환경적 요인이 복합되어 있고 개체, 장기, 조직, 세포별 진행 속도도 달라 분석이 어려운 상태다.
안티에이징 역시 많은 기술의 진보가 필요하지만 최근 라이프 스타일, 보조공학 등에서 과학적 해결책이 대두되고 있다. 과학적 타당성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생활예방, 초기관리, 기기활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도출해냈다.

신체 고유의 보호시스템을 활용한 ‘생활예방’
생활예방은 소식, 운동 등 노화예방습관을 일상화 하는 것이다. 신체 고유의 보호시스템을 활성화해 노화를 예방하는 호르메시스(Hormesis)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 생활예방은 소식, 운동 등 노화예방습관을 일상화 하는 것이다. 신체 고유의 보호시스템을 활성화해 노화를 예방하는 호르메시스(Hormesis)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노화는 내·외부 자극에 대한 적응력이 약화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적절한 스트레스는 미량의 독소, 식이제한, 간헐적 단식, 운동 등을 통해 강한 자극에 대한 대응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낮은 강도의 스트레스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면 강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는 이론인데 인위적인 처치가 없어 생체 친화적이며 한 종류의 자극으로 여러 종류의 방어 메커니즘을 활성화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운동은 산, 알데히드, 활성산소 등 다양한 대사물질을 신체 내부에 축적시킴으로써 뇌, 혈관, 면역체계 등의 방어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내며, 평소와 같이 식생활을 하되 주기적으로 일주일에 1~2회 단식을 함으로써 건강을 증진하는 간헐적 단식도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인체 대사활동에 자극을 줘 혈당, 인슐린, 활성산소, 호르몬 등의 수치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서 유행한 후 국내에 소개되면서 새로운 식생활 코드로 급부상했다.
미국 국립 영장류 연구센터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식이제한 실험을 했다. 7~14세 성숙한 원숭이 76마리를 실험대상으로 선정해 절반에게 30% 식이제한을 실시해 2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등이 덜 굽고 털은 풍성했으며 사망률과 당뇨, 암, 뇌 위축증 등의 발병률도 감소했다. 동물실험에서 다양한 안티에이징 효과가 공인되고 있는 식이제한은 인간에 대해서도 유전자, 신체조직, 임상 단계별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개인별로 민감도가 다르고, 최적화되지 않은 스트레스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호르메시스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개인 편차를 반영한 스트레스 적정량 연구와 호르메시스에 대한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 또 과도한 식이제한은 월경불순, 골다공증, 면역결핍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개인차와 부작용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호르메시스가 안티에이징 메커니즘으로 기초연구가 뒷받침이 된다면 관련 상품 개발에 좋은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노화의 초기증상을 대처하는 ‘초기관리’
초기관리는 기력 저하, 체중 감소, 감각 퇴화 등을 의미하는 프레일티(Frailty) 증후군이 노화학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일반적으로 체중, 활력, 보행속도, 신체활동 감소와 심신허약의 5가지 중 3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프레일티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비율은 65세 이상 노인의 7%, 80세 이상 노인의 20%로 발견된다.
신체 및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서 질병에 취약해지는 노화 초기단계로 기존의 질병 및 장애 분류로 정의할 수 없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관리가 필요한 준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에는 만성질환, 장애, 낙상, 입원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노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기력이 저하된 노인은 건강한 노인에 비해 질병이나 장애가 발생할 비율이 2~6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국인은 서구인에 비해 체격이 마른편이며 근력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근감소증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근감소증은 근력약화, 운동장애, 대사 저하, 와병, 사망에 이르는 악순환의 고리로 초기증상들이 발견되면 운동, 재활, 지역사회활동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보조기기로 활동장애 해결하는 ‘기기활용’

▲ 운동은 산, 알데히드, 활성산소 등 다양한 대사물질을 신체 내부에 축적시킴으로써 뇌, 혈관, 면역체계 등의 방어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기기활용은 회복이 어려운 활동장애를 보조기기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에는 장애인 재활과 군사작전 등 제한된 목적으로만 개발되었던 보조기기가 현재는 노인 삶의 질을 제고하고 자립 지원 용도로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기기활용은 노인들의 보행, 운동, 의사소통의 불편을 해소하면서 경제·사회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간병 서비스로 인한 간접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다.
미국 노인 보조기기 시장에서는 안경과 보청기 등 보조기기가 2011년 411억 달러에서 2016년 550억 달러로 연평균 6%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현재 보조기기 시장의 가장 큰 장벽은 수천에서 수만 달러에 달하는 비싼 가격인데 원가절감과 공공지원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소형·경량화 되는 기술혁신이 일어나면 보조기기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미흡한 반응 신속형, 기기 인터페이스 등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햅틱 시스템, 원격제어 기술을 통해 완성도를 제고해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오감센서 분야의 기술혁신이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난청인구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전 세계 보청기 시장이 2019년에는 연평균 6.7% 증가한 118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령화 및 음성기술 발달과 함께 보청기가 고부가 가치 미래유망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안티에이징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
안티에이징을 위해서는 노화에 대한 기존의 결정론적 시각을 버리고 예방과 관리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60~80세가 이제는 인생의 황혼기가 아닌 인생의 활동기이며, 장수가 선택받은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회적 문제임을 이해해야 한다. 생산적이고 활력 있는 사회주력계층으로 노인세대를 바라보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다가오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올바른 노화예방습관, 초기관리법 등의 정보를 대국민 홍보·교육이 필요하다.
이제 정부는 기술정책 수립 시 노화연구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향후 고령화에 대한 대응역량이 재정 건전성, 산업노동력 확보 등 주요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노화연구는 국민 복지 향상 및 사회적 비용절감 효과도 크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진행이 필요하다. 노화는 인종, 생활습관, 환경 등 복합적 현상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접목하기보다는 장수인, 유전자 등 한국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기업 역시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해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안티에이징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무한하다. 삶의 질을 고려한 1년의 수명연장 가치는 3,050만 원에 달할 정도다. 최신 노화연구 및 안티에이징 기술 개발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자사의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을 도출하는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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