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 대책 마련해 빠르고 실용성 있게 완성해야

야심찬 프로젝트물의 등장, 하지만 만시지탄이라는 표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20일 핵심 개혁조치인 금융동맹(banking union)에 대한 최종 합의안이 도출됐다는 뉴스를 전했다.
지난 2년간 논의 끝에 최종 타결된 이번 합의안에 따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EU 회원국들은 금융동맹의 핵심이 되는 단일정리기구 운영 권한을 공동으로 갖고 550억 유로(약 81조 원) 규모 정리기금을 향후 8년간 구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단일 청산(정리)체제는 완벽한 구조가 아닐 수 있지만 유로존 내 은행들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얻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더 빨리 나왔더라면 유로화를 뒷받침하는 효과를 얻어 요긴히 활용했을 것이고, 유로존에 더 많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2년간의 논의도 그렇지만 유로화 출범 이후부터 따지면 15년 만의 의미 있는 성과물이다.
이런 점을 보면 여러 주체들이 의견을 교환, 합의를 도출하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이 새삼 두드러진다. 이번 주에는 외부 소식인 금융동맹과 닮은 꼴인 국내 소식도 시선을 끌었다. 바로 20일 과천에서 열린 이동통신3사 관계자 기자회견이었다. 이통업계가 혼탁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단말기 판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과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불법 보조금 근절 등 이동통신시장 안정화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지난 6일에 개최된 미래부-통신3사 CEO 업무협력 간담회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통 시장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담았다. 이를 통해 ▲불법 보조금 및 편법적인 보조금 지급 중단 ▲소비자 기만행위 근절 ▲불법 온라인 판매 및 대형 유통점의 불법 보조금 지급 금지 ▲시장감시단 운영 ▲단말기 가격인하 및 중저가 단말기 출시확대를 위한 제조사 협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에 담긴 사항도 일부 조기 시행할 예정이다.그러나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기대만 못하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아직 공허해 내실을 빨리 채우기 위한 그야말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마련한다는 이른바 시장감시단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 규모나 시기 등도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는다.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 부문장은 기자들의 궁금증에 대해 “정확한 일정은 오늘 제시하지 못했지만 3사가 조속히 해당 방안을 충실히 시행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덧붙이며 어물쩍 넘어갔다. 이통사들은 또 이번 시장안정화 방안이 유통점에만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딱 떨어지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국 뭔가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딛기 위해 책임을 키우고 갖고 있는 것은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이통사들이 보였다는 평을 하기는 어렵게 됐다.
언젠가는 이번 대책이 금융동맹처럼 가시적이고 의미 있는 역사적 성과물을 실제로 빚어낼 것으로 믿고 싶다. 또 3월20일 회견은 그 시발점으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장기간 표류하면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줄다리기 상황을 반복하면 그 의미는 상당히 퇴색된다. 이통사들이 특단의 대책 마련해 그 선언을 빠르고 실효성 있는 것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금융동맹 뉴스를 보며 반면교사 삼아 얻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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